[보험] "백내장 수술, 다 입원치료는 아니야"
[보험] "백내장 수술, 다 입원치료는 아니야"
  • 기사출고 2022.06.2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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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입원 인정받으려면 최소 6시간 이상 입원실에 머물러야"

양쪽 눈에 백내장 수술을 받은 환자가 자신이 든 실손보험에 따라 입원치료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달라고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해당 의원에서 발급한 입원/퇴원 확인서 등에 불구하고 백내장 수술의 실태를 따져 최소 6시간 이상 병원에 체류했다고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유사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에선 이번 판결로 보험회사들이 면하게 되는 보험금 부담액이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법원 제2부(주신 조재연 대법관)는 6월 16일 현대해상화재보험이 양쪽 눈에 백내장 수술을 받은 실손보험 가입자 A씨를 상대로 "입원의료비를 보상할 의무가 없음을 확인하라"며 낸 채무부존재소송의 상고심(2022다216749, 2022다216756)에서 심리불속행으로 원 ·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 "현대해상의 A씨에 대한 보험금 지급채무는 통원의료비 보험금 50만원에 본인부담금 4,700원을 더한 504,700원을 초과하여서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가 "입원의료비 684만원에 본인부담금 4,700원을 더한 6,844,700원을 지급하라"며 현대해상을 상대로 제기한 반소도 504,700원에 대해서만 지급을 명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통원치료 보험금만 지급하라"

A씨는 2019년 8월 9월 '침침함과 흐릿함'을 호소하며 서울에 있는 한 안과 의원에 방문해 양쪽 눈의 '노년성 백내장' 진단을 받고, 일주일 후인 8월 16일 왼쪽 눈에 백내장 초음파 유화술과 인공수정체(다초점 렌즈) 삽입술을 받았고, 그 다음날인 17일엔 오른쪽 눈에 동일한 수술을 받았다. A씨가 수술을 받은 안과 의원에 지급한 진료비는 8월 9일 외래진료를 받고 지급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거나 환자 본인이 부담하여야 하는 진료비인 14,700원과 8월 16일과 17일 백내장 수술비로 각 380만원씩 지급한 760만원을 더해 모두 761만 4,700원. A씨는 자신이 받은 백내장 수술이 입원치료에 해당한다며 수술비의 90%에 외래진료비 14,700원에서 본인부담금 1만원을 공제한 4,700원을 더한 6,844,700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라고 현대해상에 청구했으나, 현대해상은 A씨가 받은 수술은 입원치료가 아니라 통원치료에 해당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입원의료비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음을 확인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A씨가 현대해상에 든 실손의료보험의 보험약관에 따르면, 입원치료의 경우엔 환자가 부담한 진료비의 90%를 보상하나, 통원치료는 방문 1회당 25만원을 한도로 진료비를 지급하도록 되어 있어 입원치료 여부에 따라 지급받는 보험금에 큰 차이가 난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A씨의 백내장 수술을 입원치료로 판단, 현대해상은 A씨에게 6,844,700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으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A씨가 입원치료를 받았음을 인정할 수 없다며 통원치료에 해당하는 방문 1회당 25만원에 4,700원을 더한 50만 4,700원만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이번에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으로 확정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결(2014도5063 등)을 인용, "입원이란 환자의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낮거나 투여되는 약물이 가져오는 부작용 혹은 부수효과와 관련하여 의료진의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경우, 영양상태 및 섭취음식물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경우, 약물투여 · 처치 등이 계속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어 환자의 통원이 오히려 치료에 불편함을 끼치는 경우 또는 환자의 상태가 통원을 감당할 수 없거나 감염의 위험이 있는 경우 등에 환자가 병원 내에 체류하면서 치료를 받는 것으로서, 보건복지부 고시인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등의 제반 규정에 따라 환자가 6시간 이상 입원실에 체류하면서 의료진의 관찰 및 관리 하에 치료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제하고, "그러므로 치료의 실질이 입원치료인지 내지 입원치료의 필요성이 있었는지는 입원실 체류시간과 환자의 증상, 진단 및 치료 내용과 경위, 환자들의 행동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1, 2심 법원에서의 증거조사 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따져 A씨가 백내장 수술과 관련하여 보험약관상 입원치료를 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통원치료를 받았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 측이 피고를 면담하고 작성한 문답서에 피고가 '수술을 받을 때 외래진료 당시보다 검사항목이 더 많고 소요시간이 더 길었으며, 수술시간을 포함하여 입원 관련 검사 소요시간이 수술시간 2~30분을 포함하여 6시간 이상이었다', '2019. 8. 16.과 2019. 8. 17. 각각 오전 9시에 의원에 내원하여 오후 6시에 나왔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적혀 있는 사실, 수술을 담당한 의사가 2019. 8. 16. 및 2019. 8. 17. 각각 입원하였다는 내용의 '입원/퇴원 확인서'를 작성한 사실, 해당 의원의 또 다른 의사는 피고에게 각각 '입원진료비계산서-영수증'을 발급하였는데, 그 '진료비 세부 산정 내역'에 각각 '낮병동 입원료'로 21,400원씩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입원'에 관한 이 사건 보험약관의 정의 규정, 대법원 판례 법리, 보건복지부 고시 내용 등에 따르면, 피고가 '입원' 치료를 받았음을 전제로 보험계약에 따라 원고로부터 입원의료비를 보험금으로 지급받기 위해서는, 피고를 치료한 의사가 피고의 입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것에 더하여 피고가 자택 등에서 치료가 곤란하여 병원에서 의사의 관리를 받으면서 치료를 받았어야 하고, 최소 6시간 이상 입원실에 머무르거나 처치 · 수술 등을 받고 연속하여 6시간 이상 관찰을 받았어야 하며, 피고의 증상, 진단 및 치료 내용과 경위, 피고의 행동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그 치료의 실질이 입원치료에 해당하여야 할 것인데, 피고에 대한 진료기록부 기재에 따르면 이 사건 수술을 위한 진료는 준비부터 수술 종료까지 각각 2시간 정도가 소요되었을 뿐이고, 위와 같이 진료기록부에 적힌 진료시간만 보더라도 이 사건 수술은 낮병동 입원료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해당 의원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백내장 수술과 관련하여 '수술 당일 산동제를 넣고 동공이 수술하기 충분하게 커질 때까지 1~2시간 정도 기다린 후 충분히 산동이 되면 수술실로 들어가게 되고, 수술 침대에서 눈 주위를 소독하고 마취용 안약을 2-3회 점안하여 마취를 하게 되며, 수술은 약 15~20분 정도면 끝난다'는 취지로 게시되어 있고, 같은 의원에서 피고와 동일한 백내장 수술을 받은 다른 환자도 '수술 당일 이 사건 의원에 가서 안약을 10분 간격으로 6번 넣고 바로 수술실로 올라가서 오후 1시 40분경 수술을 시작하여 2시쯤 수술을 마치고 안대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또 "다른 병원에서도 백내장 수술에 관하여 '수술 당일 1시간 전까지 병원에 도착하고 산동제를 투여하여 눈의 동공을 확대한 다음, 각막에 절개창을 만들고 수정체를 제거한 뒤 인공수정체를 삽입하고 절개창을 봉합하는 방법으로 수술을 하며 수술에 소요되는 시간은 30분에서 1시간 정도이고, 수술 후 20~30분간의 회복시간 후 귀가하게 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입원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동영상을 통해 안내하고 있다"며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가 받은 이 사건 수술이 일반적으로 6시간 이상 의료진의 지속적인 관찰 · 관리가 필요하거나 입원이 필요한 수술에 해당한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입원/퇴원 확인서'의 경우 단순히 1일간 입원하였다가 퇴원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내용에 불과하여, 설령 이를 의사가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진료기록부나 진단서와 같은 증명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진료기록부 등을 통해 그 치료의 실질이 입원치료라고 인정되지 않는 한 '입원/퇴원 확인서'가 발급되었다는 것만으로 입원치료임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이 사건 의원은 의료법 제3조 제2항 제1호에서 정한 '의원급 의료기관'으로서 의사가 주로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기관이므로 병상을 갖출 필요가 없고,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상으로도 입원실이나 병상을 운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으므로, 피고를 비롯한 환자들이 이 사건 의원에 입원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한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8조 제2항에 따른 보건복지부 고시인 '건강보험 행위 급여 · 비급여 목록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 및 관련 보건복지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사건 수술과 같은 수정체 수술(백내장 수술)을 받은 경우 종전에 6시간 이상 관찰 후 퇴원하는 경우에만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던 것을 2003. 9. 1.부터 6시간 미만 관찰 후 당일 귀가하는 경우에도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도록 제도가 변경된 사실이 인정되고, 현재도 변경된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피고는 백내장 수술의 경우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므로 피고가 처치 · 수술 등을 받고 의료진으로부터 6시간 이상 연속 관찰을 받았다거나 치료의 실질이 입원치료였다고 할 수 있는지와 무관하게 백내장 수술을 받은 경우 '입원'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포괄수가제에서의 입원 개념과 달라"

재판부는 그러나 "포괄수가제는 원래부터 입원을 전제로 한 제도인데, 백내장 수술의 경우 실질적으로 수술 후 6시간 이상 관찰할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위 보건복지부 고시에서 정한 입원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게 되어 포괄수가제가 적용될 수 없게 되는바, 그러한 경우에도 포괄수가제를 적용하기 위한 정책적인 이유에서 '수술 후 6시간 이상 관찰'이라는 요건을 예외적으로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보험약관상 '입원' 개념은 부보대상인 모든 질병 · 상해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므로, 위와 같이 보건복지부 고시가 개정된 것 때문에 이 사건 보험약관에서 말하는 '입원' 개념이 백내장 수술의 경우에만 다르게 해석 · 적용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이 사건 의원에서 단초점 인공수정체(렌즈)가 아니라 다초점 인공수정체(렌즈)를 이용해 받은 이번 수술이 보험약관상 입원치료의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시력교정술이라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서는, "시력교정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단초점 인공수정체를 사용한 백내장 수술비용은 보험약관에서 말하는 '시력교정술'에 해당하지 않고, 시력교정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은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사용한 백내장 수술비용만 '시력교정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앤장이 1심부터 현대해상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