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얼음정수기 니켈 검출' 숨긴 코웨이, 위자료 100만원 판결 확정
[손배] '얼음정수기 니켈 검출' 숨긴 코웨이, 위자료 100만원 판결 확정
  • 기사출고 2022.06.2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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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고지의무 위반…계약 유지 등 의사결정 기회 박탈"

얼음정수기에서 중금속 니켈이 검출되어 플라스틱 덮개를 장착하면서도 이를 정수기 사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코웨이에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1인당 100만원의 위자료를 인정하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5월 26일 코웨이로부터 얼음정수기를 대여받거나 구입해 사용한 소비자 227명이 손해를 배상하라며 코웨이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0다236510)에서 코웨이의 상고를 기각, "피고는 원고들에게 1인당 1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코웨이의 정수기 점검 직원이 2015년 7월 23일경 고객의 얼음정수기를 정기 점검하던 중 냉수 탱크에서 은색 금속 물질을 발견하고 이를 회사에 보고, 코웨이가 이 얼음정수기를 수거해 검사한 결과, 얼음정수기에서 얼음을 냉각하기 위해 사용되는 부품인 증발기의 외부 니켈도금이 박리되어 그 아래 설치되어 있던 냉수 탱크에 니켈도금이 떨어진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에 코웨이가 직원들이 사용하던 같은 모델의 정수기 19대를 검사한 결과, 13대의 '냉수'에서 니켈성분이 검출되었는데, 이중 4대에선 세계보건기구(WHO)의 평생음용권고치 이상의 니켈 성분이 검출되었다.

코웨이는 2015년 8월 중순경 니켈 검출에 대한 대책으로 얼음정수기의 필터 교환과 탱크 청소 서비스 과정에서 고객들이 사용하던 얼음정수기의 증발기에 플라스틱 덮개를 장착했으나, 고객들에게 플라스틱 덮개를 장착하는 이유에 대해 전기요금 저감, 내부 위생 강화 등을 내세웠을 뿐, 얼음정수기에서 니켈도금 박리 현상이 나타나고 니켈성분이 검출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러나 2016년 7월 '코웨이의 얼음정수기에서 은색 부스러기(중금속인 니켈)가 검출되었고 코웨이는 이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숨긴 채 알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방송에 보도되었고, 이후 민관 합동조사반은 '얼음정수기 중 증발기의 니켈도금이 떨어진 원인은 증발기와 히터 등으로 구성된 냉각구조물의 구조 · 제조상 결함 문제로 드러났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코웨이는 해당 모델 제품들을 리콜하고 렌탈료 전액을 환불조치했으나, 해당 제품들을 대여받거나 구입해 사용했던 소비자 233명이 "얼음정수기를 판매함에 있어서 소비자의 건강 및 안전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1인당 3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원고들은 코웨이와, 코웨이가 정기적으로 얼음정수기를 점검, 관리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고 얼음정수기를 임대차 또는 매매의 방법으로 제공받아 사용했다. 

대법원은 "계약의 일방 당사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상대방에게 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거나 상대방의 권리 확보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사정 등을 미리 고지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다97076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하고, "이러한 의무는 계약을 체결할 때뿐만 아니라 계약 체결 이후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도 유지된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자 상호간의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계속적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계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생명, 신체, 건강 등의 안전에 위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고 계약 당사자에게 그 위험의 발생 방지 등을 위하여 합리적 조치를 할 의무가 있는 경우, 계약 당사자는 그러한 위험이 있음을 상대방에게 미리 고지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하거나 계약 당사자가 위험 발생 방지를 위한 합리적 조치를 함으로써 그 위험을 제거하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할 의무가 있다"며 "특히 계속적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제조업자이고 상대방이 소비자라면 정보 불균형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제조업자에 대하여 위와 같은 고지의무를 인정할 필요가 더욱 크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고들과 피고가 맺은) 계약은 피고가 얼음정수기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얼음정수기의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 얼음정수기를 지속적으로 점검, 관리하는 내용의 계속적 계약"이라고 지적하고, "계약의 약관이나 얼음정수기 사용설명서, 제품 광고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계약 목적은 얼음정수기 필터를 통해 수돗물에 함유되어 있는 중금속이나 그 밖에 오염물질 등을 걸러내어 소비자인 계약자 원고들로 하여금 일반적인 수돗물보다 깨끗한 수질의 좋은 물을 음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이어 "이러한 계약 목적 달성을 위해서 피고로서는 피고가 보증한 품질이나 광고 내용과 달리, 정수기에서 중금속 또는 그 밖에 오염물질 등이 검출되었다면, 소비자들에게 이를 알려 소비자가 계약을 해지하거나 상품 교환 등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선택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며 "이에 더하여 중금속인 니켈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인체에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사정이나 중금속에 대한 일반적인 사회통념 등을 고려하면, 피고는 얼음정수기에서 니켈도금이 박리되고 니켈성분이 검출된 사실을 원고들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었다"고 밝혔다.

얼음정수기에서 니켈도금이 박리되고 니켈성분이 검출된다는 사실을 알고, 이에 대한 대책으로 얼음정수기 내부에 플라스틱 덮개를 장착하는 조치를 하였으면서도 원고들을 비롯한 소비자들에게 플라스틱 덮개를 장착하는 이유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은 위와 같은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피고의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원고들은 얼음정수기로 정수된 물에 중금속인 니켈성분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을 알지 못한 채 얼음정수기를 계속 이용하였는데, 원고들로서는 그러한 가능성을 알았더라면 얼음정수기로 정수된 물을 음용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별도의 조치 없이 그 음용을 계속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따라서 원고들에게는 계약 유지 등에 관한 합리적이고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기회가 박탈되는 손해가 발생하였고, 이러한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액수는 각 100만원이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남희웅 변호사가 원고들을 1심부터 대리했다. 코웨이는 1, 2심은 법무법인 광장이, 상고심은 김앤장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