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부재자 재산관리인도 법원 허가 받아 고소 가능"
[형사] "부재자 재산관리인도 법원 허가 받아 고소 가능"
  • 기사출고 2022.06.1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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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법정대리인으로서 적법한 고소권자 해당"

행방이 불분명한 사람을 대신해 재산을 관리해주는 '부재자 재산관리인'도 법원의 허가를 받아 당사자 대신 고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5월 26일 동생의 부재자 재산관리인으로부터 고소 당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친언니 A씨에 대한 상고심(2021도2488)에서 이같이 판시,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공소제기가 적법하다고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1988년 아버지가 작고하자 서울 종로구에 있는 아버지 소유의 토지와 지상건물을 어머니, 동생 B씨 등 다른 자녀들과 함께 공동으로 상속받았다. 그런데 동생 B씨가 1986년 미국으로 출국한 이후 아무런 연락이 되지 않자 A씨가 B씨의 재산관리를 위해 서울가정법원에 부재자 재산관리인 선임을 청구해 2013년 12월 서울가정법원으로부터 B씨의 재산관리인으로 선임되었다.

서울 종로구청은 2016년 3월 이 부동산을 주차장 부지로 수용하면서 그 중 B씨 지분에 대한 수용보상금 13억 7,400여만원을 피공탁자를 B씨로 하여 서울중앙지법에 공탁했고, A씨는 B씨의 부재자 재산관리인의 지위에서 위 공탁금을 수령해 B씨를 위해 보관하게 되었다. A씨는 이후 위와 같은 경위로 자신이 수령한 수용보상금의 존재를 밝히지 않은 채 그동안 B씨에게 부과된 세금을 자신이 대납한 것을 구상받고 향후 B씨에게 부과될 세금을 해결하기 위해 B씨 소유 다른 부동산의 매각, 처분을 허가해 달라고 서울가정법원에 청구했으나, 서울가정법원은 A씨가 B씨의 부재자 재산관리인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위 허가 청구를 기각하고 B씨의 부재자 재산관리인을 A씨에서 C변호사로 개임했다.

그러나 A씨가 부재자 재산관리인 지위를 잃은 뒤에도 C변호사에게 수용보상금의 존재에 대해 알려주지도 않고 그 인계도 거부하자, C변호사가 법원으로부터 권한초과행위 허가를 받아 A씨를 배임 혐의 등으로 고소한 사건이다. 

재판에선 부재자 재산관리인인 C변호사가 적법한 고소권자인지 여부가 정점이 됐다. 형사소송법은 피해자(223조), 피해자의 법정대리인(225조 1항), 사망한 피해자의 배우자, 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225조 2항)를 고소권자로 규정할 뿐 부재자 재산관리인에게 고소권이 있는지는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비동거친족간에 배임죄를 범한 때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모두 C변호사에게 고소권이 있다고 보고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고, 대법원도 이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법원이 선임한 부재자 재산관리인이 그 관리대상인 부재자의 재산에 대한 범죄행위에 관하여 법원으로부터 고소권 행사에 관한 허가를 얻은 경우 부재자 재산관리인은 형사소송법 제225조 제1항에서 정한 법정대리인으로서 적법한 고소권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법원이 선임한 부재자 재산관리인은 법률에 규정된 사람의 청구에 따라 선임된 부재자의 법정대리인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부재자 재산관리인의 권한은 원칙적으로 부재자의 재산에 대한 관리행위에 한정되나, 부재자 재산관리인은 재산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 관리행위의 범위를 넘는 행위를 하는 것도 가능하고, 여기에는 관리대상 재산에 관한 범죄행위에 대한 형사고소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부재자 재산관리인은 관리대상이 아닌 사항에 관해서는 고소권이 없겠지만, 관리대상 재산에 관한 범죄행위에 대하여 법원으로부터 고소권 행사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독립하여 고소권을 가지는 법정대리인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