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집행유예기간 중엔 취업승인 받지 않아도 돼"
[형사] "집행유예기간 중엔 취업승인 받지 않아도 돼"
  • 기사출고 2022.06.1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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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취업제한기간에 불포함…"박찬구 회장 취업불승인 취소하라"

특경가법 위반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은 경우 취업제한은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시작하므로, 집행유예기간은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집행유예기간 중엔 취업이 제한되지 않아 승인을 받을 필요도 없다는 취지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 14조 1항은 "5억원 이상의 횡령 · 배임 등의 범행을 저질러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다음 각 호의 기간 동안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 등에 취업할 수 없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2호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함상훈 부장판사)는 5월 19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취업불승인 처분을 취소하라"며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21누35485)에서 이같이 판시, 박 회장의 청구를 기각한 1심을 취소하고,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화우와 한승 변호사가 박 회장을 대리했다.

박 회장은 재산상태, 변제능력 등에 대한 적정한 심사 없이 채권을 보전하기에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회수 방안을 마련하지 아니한 채 아들에게 회삿돈을 빌려준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로 기소되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유죄판결을 받아 2018년 11월 형이 확정되었다. 박 회장은 집행유예기간 중인 이듬해 3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로 중임하여 취임했으나, 법무부가 취업을 승인하지 않자 소송을 냈다.

사건의 쟁점은 특경가법 14조 1항 2호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였다.

재판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제2호의 문언 해석에 따르면,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 원칙적으로 취업이 제한되고 예외적으로 취업승인을 받아야 하는 기간은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으로 보아야 하고, 집행유예기간을 취업제한기간에 포함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위 문언의 통상적인 해석 범위를 벗어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기간의 사전적 의미는 '어느 때부터 다른 어느 때까지의 동안'이고 '동안'은 사전적 의미는 '어느 한때에서 다른 한때까지 시간의 길이'이므로, 취업이 제한되는 '다음 각 호의 기간 동안'에는 취업제한의 기산점과 만료점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해석함이 문언에 부합한다"고 지적하고, "이에 따르면 제2호의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은 취업제한의 기산점과 만료점을 모두 규정한 것으로 그 기산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이 되고, 만료점이 그때부터 2년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이 사건 조항의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이를 근거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때'를 취업제한기간의 기산점으로 정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문맥상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취업제한의 적용 대상자로서 그 주체를 의미한다고 봄이 자연스럽다"며 "나아가 앞서 본 '기간 동안'의 사전적 의미에 비추어 볼 때, '다음 각 호의 기간 동안'을 취업제한의 만료점으로 보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게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이 사건 조항이 신설될 때, 입법자의 의사가 집행유예기간도 당연히 취업제한기간에 포함하려는 것으로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입법자의 의사를 추단하여 집행유예기간이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원의 법률적인 권한을 넘는 것"이라며 "설령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집행유예기간을 취업제한기간에 포함하지 아니한 입법 미비나 공백이 있더라도 이는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지, 법원이 입법론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사정을 내세워 법률문언과 달리 원고에게 불리하게 해석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취업제한기간에 집행유예기간이 포함된다고 해석하기 어려운 이상, 집행유예기간 중에 있는 원고가 취업제한기간 중에 있는 사람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취업승인을 받아야 할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그럼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피고가 원고로부터 취업승인 신청을 받아 취업을 불승인한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박 회장은 이 소송이 계속 중이던 2021년 6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에서 사임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