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의사는 상인 아니야"
[의료] "의사는 상인 아니야"
  • 기사출고 2022.06.1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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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미지급 퇴직금 등 지연손해금에 민사이율 연 5% 적용해야"

의사와 의료기관은 상인으로 볼 수 없어 의사가 의료기관에 대하여 갖는 급여, 수당, 퇴직금 등 채권은 상사채권이 아닌 민사채권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연손해금 산정 때 상사법정이율인 연 6%가 아니라 민사법정이율 연 5%가 적용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5월 26일 산부인과 의사 A씨와 신경외과 의사 B씨가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과 미지급 퇴직금 등을 지급하라"며 울산에 있는 한 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2다200249)에서 이같이 판시, 원심 중 지연손해금에 관하여 상사법정이율 연 6%를 적용한 부분을 깨고, 민사법정이율 연 5% 적용으로 변경하는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00년 3월 피고 병원에 입사해 근무하다가 근로계약기간 만료로 2018년 2월 퇴사했고, B씨는 2009년 10월 입사해 2018년 2월 퇴사했다.

재판에서는 지연손해금을 계산하는 방식이 쟁점이 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 병원에게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과 미지급 퇴직금으로 A씨에게 1억 1,200여만원, B씨에게 5,7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고,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다음 날부터 항소심 선고가 내려진 날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 항소심 선고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에 수긍하면서도 지연손해금을 산정하며 상법상 지연손해금 이율을 적용한 부분에는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의사를 '상인'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의사의 급여 등 채권은 '상사채권'이 아니라 '민사채권'이라는 이유다.

대법원은 "의사의 영리추구 활동을 제한하고 그 직무에 관하여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강조하며 의료행위를 보호하는 의료법의 여러 규정에 비추어 보면, 개별 사안에 따라 전문적인 의료지식을 활용하여 진료 등을 행하는 의사의 활동은 간이 · 신속하고 외관을 중시하는 정형적인 영업활동, 자유로운 광고 · 선전을 통한 영업의 활성화 도모, 인적 · 물적 영업기반의 자유로운 확충을 통한 최대한의 효율적인 영리 추구 허용 등을 특징으로 하는 상인의 영업활동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사의 의료행위와 관련하여 형성된 법률관계에 대하여 상인의 영업활동 및 그로 인한 형성된 법률관계와 동일하게 상법을 적용하여야 할 특별한 사회경제적 필요 내지 요청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의료법의 여러 규정과 제반 사정을 참작하면 의사나 의료기관을 상법 제4조 또는 제5조 제1항이 규정하는 상인이라고 볼 수는 없고, 의사가 의료기관에 대하여 갖는 급여, 수당, 퇴직금 등 채권은 상사채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다음 날부터 항소심 선고가 내려진 날까지의 지연이율을 상사법정이율인 연 6%에서 민사법정이율인 연 5%로 변경하고,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직접 판결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