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방송프로그램에서 보유 주식 추천 후 주가 뜨자 매도…자본시장법 위반 유죄"
[증권] "증권방송프로그램에서 보유 주식 추천 후 주가 뜨자 매도…자본시장법 위반 유죄"
  • 기사출고 2022.06.1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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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부정한 수단 · 위계 사용' 해당

미리 사둔 특정 주식을 증권방송프로그램에서 추천하고 주가가 뜨자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매도해 시세 차익을 거둔 증권전문가에게 대법원이 다시 유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5월 26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증권전문가 A씨에 대한 재상고심(2018도13864)에서 이같이 판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2009년경부터 증권분석전문가로 활동한 A씨는 2011년 10월 4일 안랩 주식 76,074주를 30억 9,400여만원에 매수한 다음, 같은날 22:00경 한국경제TV의 정규방송인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위와 같이 주식을 미리 매수한 사실을 숨긴 채 안랩 주식에 관하여 약 3분간 해당 주식에 대한 매수세 유입 상황, 실적 개선 동향 등 향후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요소에 관하여 구체적인 수치 등을 제시하면서 소개했다. 또 다음날인 10월 5일 한국경제TV의 또 다른 정규방송에서 공개하는 자신의 유망 종목 포트폴리오에 위 종목을 추천 종목으로 편입시켰다. 매수 추종자의 유입에 따라 안랩 주가가 단기간에 상승하자 A씨는 10월 17일과 18일 주식을 매도해 23억 1,200여만원 상당의 거래 차익을 얻었다. A씨는 이를 비롯하여 2012년 1월 9일경까지 같은 방법으로 안랩, 서한, 바이오스페이스, 바른손 등 4개 종목의 주식을 매매해 36억 9,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중 바른손 주식 거래는 대법원에서 무죄판단을 받아 그 금액만큼 부당이득액은 줄어든다. 

A씨는 1심과 항소심에선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검사가 상고해 진행된 대법원 상고심(2015도760)에서 2017년 4월 17일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환송 후 원심인 서울고법 재판부가 다시 무죄 판결을 내리자 검사가 대법원에 재상고했고, 이번에 바른손 주식 거래를 제외한 나머지 3개 주식매매와 관련해 자본시장법 유죄판결이 다시 선고된 것이다. 대법원은 바른손 주식 거래와 관련, "피고인이 한국경제TV 방송 시청자에게 바른손 주식의 매수를 추천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먼저 "투자자문업자, 증권분석가, 언론매체 종사자, 투자 관련 웹사이트 운영자 등이 추천하는 증권을 자신이 선행매수하여 보유하고 있고 추천 후에 이를 매도할 수도 있다는 증권에 관한 자신의 이해관계를 표시하지 않은 채 증권의 매수를 추천하는 행위는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부정한 수단, 계획,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또한 위와 같은 행위는 투자자의 오해를 초래하지 않기 위하여 필요한 중요사항인 개인적인 이해관계의 표시를 누락함으로써 투자자에게 객관적인 동기에서 증권을 추천한다는 인상을 주어 거래를 유인하려는 행위로서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2항에서 정한 '위계의 사용'에도 해당한다(대법원 2017. 3. 30. 선고 2014도6910 판결 참조)"며 "여기서 '증권의 매수를 추천'한다고 함은 투자자에게 특정 증권이 매수하기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소개하여 그 증권에 대한 매수 의사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가리킨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어떠한 행위가 '증권의 매수 추천'에 해당하여 부정한 수단, 계획이나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인지 또는 위계의 사용인지 등은 행위자의 지위, 행위자가 특정 진술이나 표시를 하게 된 동기와 경위, 진술 등이 미래의 재무상태나 영업실적 등에 대한 예측이나 전망에 관한 사항일 때에는 합리적인 근거에 기초하여 성실하게 한 것인지, 진술 등의 내용이 거래 상대방이나 불특정 투자자에게 오인 · 착각을 유발할 위험이 있는지, 행위자가 진술 등을 한 후 취한 행동과 주가의 동향,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 등을 종합하여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한국경제TV 정규방송의 파급력과 당시 피고인의 지위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안랩 등 3개 종목과 관련하여 소개한 내용이나 밝힌 의견은 투자자에게 위 종목의 매수 의사를 불러일으킬 만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피고인은 투자자에게 안랩 등 3개 종목이 매수하기에 적합하다는 점을 소개하여 매수 의사를 불러일으키는 행위, 즉 증권의 매수 추천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피고인이 한국경제TV 방송을 시청하는 일반 투자자에게 안랩 등 3개 종목을 자신이 미리 매수하여 보유하고 있고 추천 후에 이를 매도할 수도 있다는 증권에 관한 자신의 이해관계를 표시하지 않은 채 증권의 매수 추천을 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또한 피고인의 행위는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와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2항에서 정한 '위계의 사용'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종전 대법원) 환송판결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178조 1항은 "누구든지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1호에서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를 들고 있다. 또 같은 조 2항은 "누구든지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를 할 목적이나 그 시세의 변동을 도모할 목적으로 풍문의 유포, 위계의 사용, 폭행 또는 협박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