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연장 · 휴일근로 거부했어도 기업 운영에 저해 없으면 노동조합법 위반 무죄
[노동] 연장 · 휴일근로 거부했어도 기업 운영에 저해 없으면 노동조합법 위반 무죄
  • 기사출고 2022.06.1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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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준법투쟁의 쟁의행위 여부' 첫 판단 주목

방위사업체인 현대로템은 노조의 사전동의를 얻고 필요시 근로자의 신청을 받아 연장 · 휴일근로를 실시해왔다. 그렇다면 이 회사의 방산물자 생산부서 근로자들이 단체협상 기간에 노조 지침에 따라 연장 · 휴일근로를 거부한 경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위반에 해당할까. 노동조합법 41조 2항은 "방위사업법에 의하여 지정된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중 전력, 용수 및 주로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6월 9일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국금속노조 현대로템지회의 지회장과 수석부지회장, 부지회장, 사무장 등 지회 임원 6명에 대한 상고심(2016도11744)에서 연장 · 휴일근로 거부로 인한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는 무죄라고 판단, 이 부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깨고, 창원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노조의 사전동의를 얻고 필요시 근로자의 신청을 받아 연장근로 · 휴일근로를 실시해온 점에 비춰 피고인들의 연장 · 휴일근로 거부를 기업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한 행위로 평가할 수 없어 노동조합법상 쟁의행위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현대로템은 방위사업법에 의하여 지정된 주요방위사업체로서, 창원공장에 중기제관팀, 중기조립팀 등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부서가 있다. 

피고인들은 '기본급 130,498원 인상, 성과급 400% 지급,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주장하며 회사와 임금, 단체협상을 진행하여 왔으나 원만하게 협상이 진행되지 않자, 2013년 7월 10일 오후 1시 10분쯤부터 같은 날 오후 3시쯤까지 현대로템 창원공장 내 버스주차장에서, 방산물자 생산부서 조합원 약 350명이 참가한 가운데 '지회 쟁의대책위원회 및 정당방위대 발대식'을 개최하여 1시간 50분 동안 근로제공을 거부했다. 이를 비롯하여 피고인들은 방산물자 생산부서 조합원 350여명과 공모하여 2013년 9월까지 총 41차례에 걸쳐 부분파업, 연장  · 휴일근로 거부, 특근 거부 등의 방법으로 근로제공을 거부하여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의 쟁의행위 금지 규정을 위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재판에선 연장 · 휴일근로 거부로 인한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가 쟁점이 되었다.

대법원은 먼저 "노동조합법 제2조 제6호에 따르면 쟁의행위란 파업 · 태업 · 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전제하고, "쟁의행위에 대한 법령상의 엄정한 규율 체계와 헌법 제33조 제1항이 노동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한 취지 등을 고려하면 연장근로의 집단적 거부와 같이 사용자의 업무를 저해함과 동시에 근로자들의 권리행사로서의 성격을 아울러 가지는 행위가 노동조합법상 쟁의행위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사업장의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의 내용, 연장근로를 할 것인지에 대한 근로자들의 동의 방식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관행과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는 휴일근로 거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현대로템지회와 현대로템이 체결한 단체협약에는 연장근로 · 휴일근로는 현대로템지회의 사전동의를 얻어 실시하되, 그에 대한 소정의 가산임금을 지급하고, 연장근로 · 휴일근로를 하지 않은 이유로 불이익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고, 현대로템이 현대로템지회의 사전동의를 얻고 필요시 근로자의 신청을 받아 연장근로 · 휴일근로를 실시해왔을 뿐 일정한 날에 연장근로 · 휴일근로를 통상적 혹은 관행적으로 해왔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단체협상 기간에 현대로템지회의 지침에 따라 연장근로 · 휴일근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방산물자 생산부서 조합원들이 통상적인 연장근로 · 휴일근로를 집단적으로 거부함으로써 쟁의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방산물자 생산부서 조합원들이 쟁의행위를 하였음을 전제로 피고인들에게 공동정범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현대로템 창원공장에서는 일정한 날을 연장근로일 또는 휴일근로일로 미리 지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연장근로는 당일 아침에, 휴일근로는 보통 이틀 전에 직장 · 팀장 등 중간관리자를 통해 신청자를 모집하는 방식으로 연장근로 · 휴일근로를 실시해왔고, 이렇게 실시된 연장근로 또는 휴일근로에 참여하는 근로자의 비율은 70~80% 정도였다. 또 현대로템지회가 임금단체협상 진행 기간에 조합원들에게 연장근로  · 휴일근로 거부 지침을 내릴 때에는 현대로템이 애초에 연장근로 · 휴일근로 신청자 모집 자체를 하지 않기도 하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연장근로 · 휴일근로의 집단적 거부와 같은 이른바 '준법투쟁'이 쟁의행위인지에 관하여 사회적인 논란이 지속되어 왔다"며 "이 판결은 '일정한 날에 연장근로 · 휴일근로를 통상적 혹은 관행적으로 해 오지 않았던 사업장'에서 근로자들이 연장근로나 휴일근로를 거부하였다면, 비록 노동조합의 지침에 따른 것이더라도 기업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음을 선언한 최초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판결이 모든 형태의 준법투쟁이 노동조합법상 쟁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니다"며 "이 판결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준법투쟁이 노동조합법상 쟁의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엄격히 판단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여는이 피고인들을 변호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