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자전거 타다 고관절 골절상 입은 60대 요양병원서 사망
[의료] 자전거 타다 고관절 골절상 입은 60대 요양병원서 사망
  • 기사출고 2022.05.2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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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보호 · 치료조치 소홀, 통지의무 해태 인정해 60% 배상책임 판결

A(사망 당시 69세)씨는 2021년 3월 3일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오른쪽 고관절 골절상 등을 입고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 4월 2일 보존치료를 위해 B씨가 운영하는 요양병원으로 옮겨 입원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입원한 지 약 한 달 만인 5월 4일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다른 병원으로 옮겼지만 같은 달 28일 숨졌다. A씨의 사망진단서에는 '직접사인 폐렴, 그 원인 급성신부전, 그 원인 비외상성 횡문근융해(횡문근의 손상으로 근육세포 내 구성성분들이 세포 밖과 혈액 내로 배설되는 것), 사망의 종류 병사'로 기록되어 있다. 이에 A씨의 부인과, C씨 등 자녀 2명이 손해를 배상하라며 B씨를 상대로 소송(2021가단125768)을 냈다. B씨의 요양병원은 재활전문병원이 아니다.

대구지법 성금석 판사는 5월 3일 B씨의 책임을 60% 인정,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자료 5,000만원에 장례비를 더해 5,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황미옥 변호사가 원고들을 대리했다.

성 판사에 따르면, 피고 병원은 코로나19사태 등을 이유로 원고들의 A씨에 대한 면회를 금지했다. A씨는 2021년 4월 2일 원고들에게 전화해 "목이 마르다, 배가 고프다"고 호소했고, 그 후 C에게 전화해 "황도, 젤리, 귤 통조림이 먹고 싶다"고 호소했으며, 원고들은 A씨의 입원실 담당 요양보호사를 호출해 음식을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 같은 달 24일 처음으로 면회가 허용되어 원고들은 떡과 커피를 챙겨서 방문했는데, A씨가 그 외에도 더 먹고 싶다고 하기에 계속 음식을 먹여주어 허기를 달래주었다. 그날 A씨의 외관이 눈에 띌 정도로 수척해 보여 C가 담당 의사와 간호사를 면담한바, 영양제를 주사할 수 있다며 권하기에 승낙하였고, A씨가 계속 누워 있어 근육 손실이 있다고 하기에 근육 손실 방지제인 셀렉스 14일치를 병실에 보내주었다. 원고들은 A씨가 걱정되어 유동식인 '뉴케어', 영양제 등을 병실에 보내기도 했다.

5월 3일 아침에 A씨가 울면서 부인에게 전화하여 '엉덩이가 너무 아프다'고 호소했다. 부인은 간호사실에 즉시 전화하여 통화 내용을 알려주고 조치를 취할 것을 당부하였으며, 한참이 지나 담당의사가 C에게 전화하여 '욕창이 오는 것 같으니 주의 깊게 살피겠다'고 하여 C가 화를 내며 환자를 안일하게 대하지 말라고 부탁하였고, 이후 담당 간호사가 전화하여 '욕창 패드 5만원에 대여할 수 있으니 신청하고, 병원 상주 요양보호사로는 부족하니 A에게는 개인 간병인을 썼으면 좋겠다'고 하여 C가 동의했다.

5월 4일 오전 5시쯤 A씨의 부인은 A씨로부터 병원에서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에 A씨의 부인과 C는 A씨를 퇴원시키기로 하여 오전 6시 55분쯤 간호과장에게 메시지를 보내 퇴원 의사를 밝혔고 오전 8시쯤 병원에 전화해 퇴원 의사를 통지했다. 그런데 같은 날 오후 2시 30분쯤 담당 의사로부터 "지금 퇴원하면 A씨는 사망한다"는 말을 듣고 원고들은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원고들이 즉시 병원으로 가보니 A씨는 고개를 떨군 채 C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상태였다. 응급상황이라 원고들은 사설 앰뷸런스를 불러 A씨를 태운 후 다른 병원으로 옮겼고, 그곳에서 혈액검사 등 진단을 위한 각종 검사를 시행했다. 급성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 배제된 상태에서 CPK(creatine phosphokinase, 인체 내 근육세포에 존재하는 효소) 지수가 정상범위 24~195임에도 A씨는 27512로 측정되었다. 원고들은 응급실에서 A씨 곁을 지켰는데, A씨가 목이 마르다고 호소해 거즈에 물을 묻혀 입술에 적셔 주니 A씨는 이제 살 것 같다고 안도하기도 했다. 이때 C는 A씨 입 속 틀니를 발견하고 급히 간호사에게 문의하니 제거해야 한다고 하여 지시대로 틀니를 뺐는데, C는 끼고 있는 마스크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악취를 느꼈고, 살펴보니 A씨의 틀니에는 온갖 부패한 음식 찌꺼기가 끼어 있었다. 그리고 A씨의 몸을 옆으로 움직이자 허리와 엉덩이에는 심각한 욕창이 나 있었다. A씨는 5월 6일 오전 10시 30분쯤 심정지가 왔고 같은 달 28일 결국 사망했다.

성 판사는 "원고들은 피고 병원을 선택한 중요한 동기였던 물리치료를 약속받았고, 2021. 4. 5. 원고 C와 6층 간호사의 통화 중에도 간호사는 '전문 물리치료사가 물리치료를 해주고 있고, 1주일에 2번씩 물리치료가 이루어진다'고 설명하였으나, 이제 와서 피고는 A에게 무리를 주지 않는 선에서 핫팩 등을 부착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였다고 답변하여 위 약속을 지키지 않았음을 자인하고 있고, A는 2021. 5. 1. 혈뇨 증상과 함께 기력이 저하된 모습을 보였음에도 피고 병원은 즉시 소변검사 등을 시행하지 아니하고 이틀 후인 5. 3. 혈액검사만 하여 저칼륨혈증 급성신부전 진단을 내리고 수액 및 영양제를 공급한바, 일반적으로 혈뇨가 있으면 소변검사, 혈액검사, 필요 시 X-ray, CT 검사를 시행하여야 함에도 이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성 판사는 "피고는 병원급 의료기관인 요양병원 운영자(개설자)로서 요구되는 입원(피요양) 환자에 대한 각종 보호를 위한 조치, 특히 영양과 건강의 유지 및 관리, 환자의 질환 발생 시 조기 및 적절한 검사의 실시와 치료 조치, 보호자에 대한 적절한 통지와 환자 상태 고지 등 업무상 주의의무를 해태함으로 인하여 A가 입원 중 비외상성 횡문근융해증에 이환되었고, 이로 인한 급성신부전 및 폐렴으로 사망하였다고 할 것인바, 피고의 의료상 과실로 인하여 A가 사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따라서 피고는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A와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성 판사는 다만, A씨의 나이, 지병들, 고관절골절 수술로 인한 사망률이 높고 동반 질환의 수가 많을수록 사망률이 높아지는 점, A씨의 고령과 건강 상태로 인한 병원의 애로사항 등을 참작, B씨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