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유승준 '두 번째 비자 발급 소송' 패소 이유는…
[행정] 유승준 '두 번째 비자 발급 소송' 패소 이유는…
  • 기사출고 2022.05.0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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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국방의무 이행의 기본적 전제는 '공정한 책임의 분담'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 · 45)씨가 한국 입국 비자를 발급해달라며 두 번째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김순열 부장판사)는 4월 28일 유씨가 "사증발급거부처분을 취소하라"며 주LA 총영사를 상대로 낸 소송(2020구합80547)에서 유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종전처분을 취소한 확정판결의 기속력에 위반되지 않고, 처분사유가 존재하며, 이 사건 처분으로 얻게 되는 공익이 그로 인하여 침해되는 원고의 불이익보다 결코 작다고 보기 어려워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재량권 일탈 · 남용의 위법이나 평등원칙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승준 앨범 'Another Day'
◇유승준 앨범 'Another Day'

재판부는 유씨에 대한 사증발급거부처분은 2015. 8. 27. 사증발급신청에 대한 피고의 종전처분을 취소한 선행취소판결이 확정된 후의 재처분에 해당한다며 이번 소송에서의 쟁점을 ①환송판결의 기속력(민사소송법 제436 조 제2항) 및 취소판결의 기속력(행정소송법 제30조)을 위반하고 파기환송판결의 취지에서 실질적으로 도출되는 피고의 재처분 의무를 불이행한 것인지 여부, ②피고가 적용한 처분의 근거법령 선택이 잘못되었거나 위법하고 해당 처분사유가 부존재 하는지 여부, ③피고의 재량권 행사가 비례원칙, 평등원칙 등을 위반하여 위법한지 여부로 정리하고, 이에 대해 조목조목 판단했다. 재판부의 판단 내용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정부법무공단이 피고를 대리했으며, 유씨는 법무법인 세종과 법무법인 광장이 대리했다.

◇종전처분을 취소한 확정판결의 기속력을 위반한 것인지 여부=피고가 법무부 등 관계기관에 의견요청을 하는 등으로 다시 적극적으로 재량권을 행사하여 이익형량을 하고 새롭게 사증발급 허가요건을 판단하여 이 사건 처분을 한 이상, 선행취소판결의 기속력에 따른 재처분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처분이 비례원칙 위반 등으로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종전처분을 취소한 확정판결의 기속력에 반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처분사유의 존재 여부=원고는 2001년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아 공익근무요원 소집통지를 받은 상황에서 소집기일을 연기받은 다음, 그 사이에 미국시민권을 취득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다는 사실을 숨긴 채 병무청장으로부터 국외여행허가를 받아 출국하는 방법으로 미국시민권을 취득하고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하였다. 

원고는 2001. 8. 31.경 여의도공원관리소로 공익근무요원 소집통지를 받은 상황에서 그 소집기일 연기신청을 하여 소집기일을 2001. 11. 12.에서 2002. 2. 14.로 3개월간 연기 받은 다음, 그 사이에 국외여행허가를 받아 출국하는 방법으로 시민권을 취득하여 국적상실신고서를 제출하였는데, 이는 원고가 시민권 취득을 위한 마지막 절차인 제1448조(INA 제337조)의 '포기 및 충성의 선서'를 위한 2002. 1. 18.자 선서식에 참여하기 위하여 미국으로 출국하는 사실을 숨기고, 병무청장이 징집대상자에게 국외여행을 허가하는 취지와는 달리 국가기관을 기망하여 편법적으로 국외로 출국한 다음 시민권 취득절차를 밟은 것으로서, 그 목적이나 시기의 부당성, 그 행위 태양이나 방법 등에 비추어,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질서유지 내지 공공복리 등 공익을 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이고, 병역기피 행위에도 해당할 소지가 충분하다.

원고는 당시 유명연예인으로서 그 병역 면탈을 용인할 경우 불러올 사회적 파장이나 파급 효과를 가늠하기 어렵고, 실제로도 원고에 대하여 비난여론을 반영한 국민청원 글이 게시되거나, 원고가 최근까지 대한민국 정부를 비난하면서 원고에게 반감을 가진 일부 국민들과 논쟁을 벌이는 모습의 인터넷 미디어 활동이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이처럼 원고의 국적이탈로부터 20년이 흐른 현재까지의 개선되지 아니한 여러 상황들을 종합하여 보면, 대한민국의 이익을 고려함에 있어 이러한 갈등적 요소를 단순한 일탈로 치부하거나 만연히 간과할 수는 없다.

위와 같은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2002년 병역의무를 이행하여야 할 시점에 국적을 변경함으로써 병역의무를 면탈한 사실'이 인정되고, 그로써 원고에 대한 재외동포(F-4) 사증발급은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비례의 원칙 및 평등원칙 위반 여부=피고와 법무부, 외교부, 병무청은 파기환송판결의 취지에 따라 이 사건 처분에 앞서 관계부처 협의, 의견검토 등을 통해 재량 심사에 필요한 여러 사정들을 충분히 논의한 것으로 보이고, 그 결과 법무부장관의 의견은 기한의 정함이 없는 입국금지결정을 유지하는 것이었으며, 병무청과 외교부의 의견도 원고에 대한 입국금지 해제사유가 없다는 것이었던 점,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제10조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재외동포(F-4) 사증을 발급하려는 경우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원고의 사증발급신청을 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에 앞서 파기환송판결의 취지에 따른 적절한 이익형량 절차를 거쳤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는 "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헌법이 인정하는 기본권의 주체로서 거주이전의 자유, 국적변경의 자유 등을 누릴 수 있다. 따라서 원고가 탈세 또는 병역 기피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국적을 변경하는 등 기본권의 내재적 한계를 일탈하거나, 원고에게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입국금지사유 또는 재외동포법 제5조 제2항에서 정한 재외동포체류자격 부여 제외사유가 있어 원고의 국내 체류를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그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불이익보다 큰 경우에는 피고가 재외동포체류자격의 사증을 발급하지 않을 재량을 가진다(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7두28874 판결, 헌재 2005. 3. 31.자 2003헌마87 결정 등 참조).

대한민국의 상황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체복무제가 마련되었고 복무기간이 단축되는 등 다소간의 변화는 있었으나, 병역법이 그대로 존재하고 징병제의 필요가 줄어들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많은 수의 젊은 청년들이 때로는 생명을 잃거나 신체의 부상을 입는 등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의 소중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병역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고, 이러한 상황은 원고의 국적 이탈 이후 지난 20년 동안 계속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상당기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군대 내 사고사, 의문사, 가혹행위 등 여러 과정에서 사망하거나 심신이 다친 장병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고, 북한의 핵 도발에 관한 보도가 끊이지 않는 등 전쟁의 위험이 상존해 있다. 이처럼 국가와 사회의 안전보장과 공공질서, 공공복리 등 국가의 이익을 위하여 필수적인 국방의 의무를 이행함에 있어,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라도 피하고 싶을 군 입대와 모두가 원치 않는 복무기간, 누구나 두려운 위험과 희생을 함께 나누어 부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은 '공정한 책임의 분담'이다. 그런데 원고는 2001. 8.경 4급 보충역 판정을 받고, 여의도한강관리소 공익근무요원으로의 소집통지를 받은 상황에서 국적을 이탈함으로써 그 조차 영영 이행하지 아니하였다. 이러한 원고의 존재가 과거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 영토의 최전방(最前方) 또는 험지(險地)에서 가장 말단의 역할로 소집되어 목숨을 걸고 많은 고통과 위험을 감수한 대한민국 장병들과 그 가족들에게 큰 상실감과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원고의 국적상실 시점으로부터 20년이 흘러 원고는 현재 만 46세에 이르렀고, 입국 불허기간이 비교적 장기간이라는 사정이 있기는 하나, 원고가 지난 20년간 병역부과 연령 이내에 국적회복을 신청하여 스스로 입대를 지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할 의사를 피력하여 대한민국과의 관계를 회복하거나, 국적이탈을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며 국민에 버금가는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였다는 정황이 엿보이지 아니한다.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 사실상 자유로운 출입국 및 체류, 내국인과 거의 동등한 수준의 취업 등 경제활동, 건강보험 적용에 관한 권리가 포함된 재외동포사증 발급이 반드시 부여되어야 할 합리적이고 타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피고와 법무부장관이 원고의 재외동포사증 발급을 거부하는 것일 뿐, 일시적 · 인도적 입국의 길은 열려있다는 취지를 밝힌 바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의 경우 재외동포사증은 발급받지 못하더라도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 사유를 소명하여 단기방문 사증을 발급받거나 법무부로부터 일시적인 입국금지조치를 해제 받아 대한민국에 방문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병역회피 목적으로 미국시민권을 취득한 후 현재까지 대한민국 사회에서 병역의무 이행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과 가치는 변함이 없고, 오히려 반칙과 특권 없는 공정한 병역의무 실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대되어, 원고와 같은 연예인, 운동선수 등 사회적 관심계층의 병역이행에 대한 처벌 및 관리가 보다 엄격해지고 있다.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원고가 입는 불이익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공익은 '공정한 병역의무 이행'에 대한 '국민의 정의 관념 및 신뢰에의 부응'이라는 가치로서 이는 한 번 훼손될 경우 회복하기 어렵고, 자칫 사회적으로 병역종료 연령까지만 버티면 된다는 그릇된 풍조와 인식을 심어줄 우려도 있다. 이 사건 처분으로 얻게 되는 공익이 그로 인하여 침해되는 원고의 불 이익보다 결코 작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거기에 원고의 주장과 같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원고가 제시한 외국국적동포인 다른 연예인 사례들의 경우와 원고의 경우는 구체적인 부분에서 서로 사실관계를 달리하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설령 원고 주장과 같이 현실적인 차별의 결과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불법에 있어 평등을 주장할 수는 없다. 

결국 이 사건 처분에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거나 평등원칙을 위반하는 등으로 어떠한 재량권 행사의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