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순직한 병사에 대해 사망보상금 일부 지급 결정 내려졌다고 곧바로 당사자소송 불가"
[행정] "순직한 병사에 대해 사망보상금 일부 지급 결정 내려졌다고 곧바로 당사자소송 불가"
  • 기사출고 2022.05.04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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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보훈지청에 항고소송부터 내야"

순직한 군인에 대한 사망보상금 지급을 보훈지청에 청구했으나 일부 금액만 인정하는 지급 결정이 내려졌더라도 곧바로 국가를 상대로 나머지 사망보상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당사자소송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항고소송을 제기해 구체적 권리를 인정받은 다음 비로소 당사자소송으로 그 급여의 지급을 구하여야 하고, 만약 명시적인 처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보훈지청장을 상대로 사망보상금 지급청구에 관한 부작위의 위법을 다투는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3월 31일 순직한 군인 A씨의 어머니가 국가를 상대로 낸 사망보상금 지급청구소송의 상고심(2019두36711)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씨는 2014년 5월 육군에 입대해 연대 전투지원중대에서 통신병, 취사병 등으로 근무했으나 입대 2개월 뒤 소속대 화장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육군 본부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2014년 12월 A씨에 대한 전공사상심사를 했으나, A씨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A씨를 순직자로 인정하지 않고 '일반사망' 결정을 내렸다. 이에 A씨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국가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 법원으로부터 병무청 복무부적합검사와 입영 후 실시한 각종 검사 및 면담과정에서 자살을 시도할 위험성이 매우 높게 나타났음에도 A씨의 소속 부대 지휘관 등이 A씨의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았다는 판단과 함께 국가는 원고들에게 각 4,000여만원씩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아 확정됐다. A씨의 부모는 이 판결에 따라 국가로부터 지연이자 포함 모두 9,300여만원을 지급받았다.

A씨의 어머니가 이 판결 내용에 따라 2016년 7월 전공사상 재심사를 청구했다. 국방부 공사상심사위원회는 이듬해 4월 "관련판결 등에 비추어 보면 A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A씨에 대해 '순직Ⅲ형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A의 어머니는 유족대표자로서 2017년 5월 경기남부보훈지청장에게 사망보상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경기남부보훈지청 보상과장은 '이미 지급받은 국가배상법상의 손해배상금 합계 9,300여만원과 병사망위로금을 공제한 1,400여만원만을 군인연금법상의 사망보상금으로 지급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내부결재 문건에 결재를 하고, 실제로 경기남부보훈지청장은 A의 어머니에게 1,400여만원만 지급했다. 이에 A의 어머니가 "군인연금법상의 사망보상금과 손해배상금은 그 법적 성질이 다르다"며 공제한 사망보상금 전액을 지급하라며 다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에 이어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여 망인의 소극적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금은 공제할 수 있지만 위자료 상당 금액은 공제할 수 없다고 판시, 국가는 원고에게 약 2,3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으나 피고가 상고해 열린 상고심 재판에서 대법원은 직권판단을 통해 과연 경기남부보훈지청의 행정처분이 존재하는가를 문제 삼았다.

대법원은 "비록 망인이 '순직자'에 해당하고 원고가 사망보상금 지급대상자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결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원고로부터 사망보상금의 지급 청구를 받은 경기남부보훈지청장이 원고에게 일부 금액만 지급한 이상 원고가 구하는 나머지 군인연금법상 사망보상금과 관련하여 원고의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더구나 경기남부보훈지청장은 원고에게 군인연금법에 따른 사망보상금의 일부만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문건에 내부결재만 이루어진 상태에서 그 일부 금액만 지급하였을 뿐, 그와 같은 행정의사를 공식적인 방법으로 외부에 표시하지 않았으므로, 원고의 사망보상금 지급 청구에 따른 경기남부보훈지청장의 처분이 존재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따라서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당사자소송으로 사망보상금의 지급을 구할 수는 없고, 만약 명시적인 처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경기남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원고의 사망보상금 지급청구에 관한 부작위의 위법을 다투는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을 제기하였어야 하고, 이미 처분이 이루어졌다면 그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종전 대법원 판결(2008두5636 등)을 인용, "군인연금법령상 급여를 받으려고 하는 자는 우선 관계 법령에 따라 국방부장관 등에게 급여지급을 청구하여 국방부장관 등이 이를 거부하거나 일부 금액만 인정하는 급여지급결정을 하는 경우 그 결정을 대상으로 항고소송을 제기하는 등으로 구체적 권리를 인정받은 다음 비로소 당사자소송으로 그 급여의 지급을 구하여야 하고,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국가를 상대로 한 당사자소송으로 급여의 지급을 소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