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무기명 회원권'에 부킹 횟수 못 지킨 아난티 골프장, 손해배상하라
[손배] '무기명 회원권'에 부킹 횟수 못 지킨 아난티 골프장, 손해배상하라
  • 기사출고 2022.04.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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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선호 시간대 부킹 경합, 대책 세웠어야"

골프장에서 무기명 골프 회원권을 가진 회원에게 약정한 횟수만큼 부킹 기회를 제공하지 못했다면 미이용 횟수에 해당하는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재판장 석준협 부장판사)는 3월 4일 경기 가평군에 있는 아난티클럽서울(아난티) 골프장에 대한 무기명 골프 회원권을 보유하고 있는 A사가 "2018년 5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골프장에 대한 시설제공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아난티클럽서울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21나37047)에서 이같이 판시, 1심과 마찬가지로 "피고는 원고에게 71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에선 법무법인 광장이, 2심에선 김앤장이 아난티 골프장을 대리했다.

A사는 2007년 3월 경기 가평군에 있는 아난티클럽서울 골프장에 대한 무기명 골프 회원권을 양수한 후, 아난티에서 입회금액과 회원혜택 등이 기재된 증서를 발급받았는데, 이 증서에는 '주말 4회, 주중 8회' 시설제공의무가 명시돼 있었다. 이후 꾸준히 골프장을 이용하던 A사는 2016년부터 예약 신청한 날짜와 시간에 예약배정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예약 신청이 거절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자, 2016년 9월 아난티에 '금년 들어 주말 4회, 주중 8회 예약 보장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약정대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 및 보장해 달라'는 내용의 내용증명우편을 발송했다. A사는 같은 해 12월에도 '지난 내용증명 통보에도 불구하고 계약불이행이 지속되고 있다. 입회보증금을 즉시 반환요구하고, 계약불이행으로 인하여 입은 손해를 배상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우편을 보냈다. A사는 이듬해 3월과 8월에도 '수시로 예약이 거절되고 비회원대우를 하는 등 회원권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였다. 약정내용대로 회원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 및 보장해 줄 것을 최고한다. 재발방지방안 및 손해에 대한 보상방안을 통보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우편을 보낸 뒤, 2016년 8월부터 11월까지 19회의 시설제공의무 위반으로 입은 손해 269만원에 대한 지급을 청구, 법원은 이와 같은 내용의 지급명령을 했으며, 아난티의 이의기간 도과로 확정됐다.

A사는 다시 아난티를 상대로 2017년 3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시설제공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입은 손해 2,464만원에 대한 지급을 청구했고, 항소심 법원은 2018년 11월 A사의 청구 중 일부를 받아들여 '아난티는 A사에 89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해 확정됐다. 아난티는 2019년 2월 A사에 관련 사건 항소심 판결에 따른 원금 890여만원, 이자 79만여원, 합계 970여만을 지급했다. A사는 이후 다시 아난티를 상대로 2018년 5월부터 2019년 12월까지의 시설제공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이번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인용, "피고는 무기명 골프 회원권을 보유하는 원고에게 이 골프장을 매월 최소 주중 8회, 주말 4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시설제공의무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골프장에 대하여 위에서 본 약정보장횟수(월별 주 중 8회, 주말 4회) 미만으로 시설을 제공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시설 제공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보유한 회원권은 무기명 회원권이고, 무기명 회원권은 일반 회원권보다 높은 가격으로 분양되는 대신 회원카드를 소지한 자에 대해서는 그가 누구이던 비회원가보다 저렴한 무기명 회원요금에 대상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고 지적하고, "법인에서 위와 같은 형태의 회원권을 구입하여 접대 및 직원 후생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숙박시설 · 체육시설에서 이와 같은 무기명 회원권을 분양할 경우 당해 회원권에 월 단위로 특정 회수만큼의 시설이용권리를 보장하는 경우가 통상적"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무기명 골프 회원권 증서에 기재된 횟수는 최대이용한도일 뿐이라는 피고의 논리에 따르면 이 사건 골프장 회원들 사이의 경합이 치열한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전혀 시설을 제공하지 아니하여도 의무 위반이 없다는 결과에 이르게 되는데, 이는 매우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아난티 골프장에 대한 회원권 중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형태는 회원모집가(입회금)가 2016년~2018년경 사이 1억 5천만원~2억 4천만원인 '주중회원권'이며, 원고가 회원권을 양수할 무렵인 2007년경 무기명 골프 회원권의 입회금은 3억 9천만원이었다.

피고는 항소심에서 "피고는 회원들 사이의 골프장 이용신청이 경합하는 경우 피고의 내부 회칙인 예약배정기준에 따라 골프장 시설이용권을 배정하였다"며 "원고가 주중 8회, 주말 4회의 횟수를 채워서 골프장 이용을 하지 못한 이유는 원고가 선호도가 높은 시간대의 이용만을 고집하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골프장 이용에 관하여 선호도가 높은 시간대가 있어 회원들 사이에 경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그로 인하여 원하는 때에 골프장을 이용하지 못하는 회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피고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정들이므로 그 대책도 피고가 미리 세웠어야 한다"며 피고의 위 주장은 피고가 애초부터 지킬 수 없는 약속(매월 최소 주중 8회, 주말 4회 이용)을 하였다는 것에 불과하여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와 관련,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하는데(민법 제393조 제1항), 원고는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골프장을 원고의 지위(무기명 회원의 지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사용가능성(사용이익)을 상실하게 되는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보이고, 이러한 사용가능성 상실의 손해는 통상의 손해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 대해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고, "회원인 원고가 상실한 사용가능성은 골프장을 이용함에 따른 통상적인 사용가치와 원고의 특수한 지위(회원)에서 골프장을 이용함에 따른 사용가치 사이의 차액이라 할 것인바, 이 사건 골프장의 통상적인 사용가치는 일응 위 골프장을 이용하기 위하여 보통의 사람이 피고에게 지불하여야 하는 금액(4인당 주중: 760,000원, 토 · 일 · 공휴일: 980,000원) 상당이라 할 것이고, 또한 원고의 지위에서 이 사건 골프장의 사용가치는 일응 원고가 위 골프장을 이용하기 위하여 피고에게 지불하여야 하는 금액(4인당 200,000원) 상당이라 할 것이므로, 결국, 2018년도 분 피고의 채무불이행(주중 7회, 주말 6회의 시설이용미제공)으로 인하여 상실한 사용가능성의 재산적 가치는 일응 8,600,000원[=주중요금 차액(760,000원-200,000원)×7회+주말요금 차액(980,000원-200,000원)×6회]이고, 2019년도 분(주중 3회의 시설이용미제공)의 경우 1,680,000원[=주중요금 차액 (760,000원-200,000원)×3회]"라고 밝혔다. 두 금액을 합친 원고가 입은 손해액은 모두 1,028만원.

재판부는 다만, "피고가 약정보장횟수를 초과하여 원고에게 시설제공을 하기도 하였고, 상실된 모든 사용기회에 현실적으로 항상 4명의 무기명 회원이 골프장을 이용하였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으며,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하기 위하여 기초로 삼은 위 각 금액(피고에게 지불하여야 하는 회원가 및 비회원가)에는 골프장에 대한 순수한 사용가치 외에도 피고의 이윤 등도 반영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