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수능처럼 코로나 확진자에게도 중등교사 임용시험 응시기회 줘야"
[손배] "수능처럼 코로나 확진자에게도 중등교사 임용시험 응시기회 줘야"
  • 기사출고 2022.01.1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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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시험 못 본 수험생에 '1,000만원 배상' 판결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재판장 김지숙 부장판사)는 12월 9일 코로나19 확진으로 2021년도 중등교원 임용시험을 치르지 못했던 수험생 4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21가합503052)에서 "국가는 원고들에게 1명당 위자료 1,0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병원이나 별도 시험장 등 감염 위험이 차단된 격리된 장소에서 시험을 치르게 하지 않아 공무담임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다. 수학능력시험이나 변호사시험, 국가공무원 시험 등의 경우 확진자에게도 격리된 장소에서 응시기회를 제공했으나, 위 시험에선 그렇게 하지 않고 응시기회를 박탈, 잘못이라는 것이다.

2020년 11월 21일 시행된 2021년도 공 · 사립 중등학교교사 등 임용시험 1차 시험을 사흘 앞둔 11월 18일경 노량진 학원가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했다. 이 임용시험에 응시원서를 접수한 원고들은 시험 직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각 시 · 도지사 또는 시장 · 군수 · 구청장으로부터 입원과 격리 통지서를 받았고, 이에 따라 시험에 응시하지 못했다. 교육부장관의 위임을 받은 각 시 · 도 교육감이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하여 임용시험의 응시자격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공무담임권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다른 기본권들과 마찬가지로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한 국가의 안전보장 ·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제한할 수 있다 할 것이나, 그러한 제한에는 반드시 법률적 근거가 있어야만 한다"고 전제하고, "그런데 이 사건 응시제한에 관하여는 각 시 · 도 교육감이 2020. 10. 8.경 한 '2021년도 공 · 사립 중등학교교사 등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 시행 계획 공고'에서 법적근거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피고는 응시제한이 중앙방역대책본부 ·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지침에 근거한 것이고, 중수본의 지침은 감염병예방법 제42조에 근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감염병예방법 제42조는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강제처분 권한을 규정하면서 제1급 감염병이 발생한 경우 취할 수 있는 조치들로 조사, 진찰, 격리, 치료 또는 입원 조치를 들고 있으나, 이는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하여 감염병 유입 및 확산방지를 위해 물리적인 활동범위 등을 제한하는 강제처분일 뿐 위 치료 및 격리입원 조치에 기본권의 제한에 해당하는 임용시험의 응시제한이 당연히 수반되는 결과라고 보기 어려운 점, 치료 및 격리입원 중에도 감염위험이 차단된 격리된 장소에서 시험에 응시가 가능하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규정이 응시제한에 관한 사항까지 규정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응시제한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응시생들로 하여금 2021년도 공 · 사립 중등학교교사 등 임용시험에 응시 자체를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공직취임의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이로써 공무담임권의 제한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①2020. 12. 3. 시행된 2021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의 경우 2021년도 공 · 사립 중등학교교사 등 임용시험보다 응시생이 6배 이상 더 많아서 오히려 감염위험이 더 높음에도 피고는 병원 · 생활치료센터 29개소(병상 120개), 별도 시험장 113개소(754개실)를 확보하여 코로나19 확진자 및 격리자들에게도 응시의 기회를 제공하였고, ②나아가 2021. 1. 5. 실시된 변호사시험이나 이후 실시된 국가공무원 시험, 임용시험 중 제2차 시험부터는 확진자에게도 격리된 장소에서 응시의 기회가 제공되었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건 응시제한으로 유독 이 사건 임용시험 중 제1차 시험 응시자들에게만 코로나19 확진자라는 이유로 응시의 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아무런 합리적 근거 없이 차별하는 것으로서 평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응시제한 당시 피고가 준수하였다는 중수본 지침은 시험에 대한 방역관리의 기본적 사항만 제시한 것으로 시험의 성격, 대상자, 일정 및 환경 등을 감안하여 탄력적으로 적용하거나 세부지침으로 변형하여 적용이 가능하였으므로 반드시 준수하여야 하는 강제력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 소속 공무원들은 위와 같은 중수본 지침 하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들에게 2021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의 응시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 별도의 시험 장소를 마련하고 있었던바 피고 소속 공무원들 스스로도 중수본 지침의 강제력을 인정하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응시제한은 국가배상책임을 질 만큼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산하가 원고들을 대리했다. 국가는 법무법인 바른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