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원청업체 불허 불구 하청 노조활동 위한 원청 사업장 출입 무죄"
[노동] "원청업체 불허 불구 하청 노조활동 위한 원청 사업장 출입 무죄"
  • 기사출고 2022.01.0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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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법] "정당행위 해당"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원청업체인 대우조선해양의 출입 불허에도 대우조선해양의 조선소에 들어간 노조 간부들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금속노조 전략조직부장 A(49)씨와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 B(48)씨는 2020년 7월 16일 오전 10시 43분쯤 경남 거제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조선소 정문 출입 통제 담당 직원으로부터 출입을 제지받았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조선소 정문을 통과하여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조선소 내부로 들어간 혐의(폭처법상 공동주거침입)로 기소됐다.

A, B씨는 6일 전인 7월 10일경 대우조선해양에 '2020. 7. 16. 12:00경 조선소 내 광장에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가 주최하는 집회의 참석을 위한 출입을 허가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으나, 집회 개시 · 종료시간, 진행 동선, 규모, 방법이 불분명하다는 이유 등으로 조선소 내의 출입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회신을 받았다.

1심 재판부가 혐의를 인정해 A, B씨에게 각각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자 피고인들이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2021노1841)을 맡은 창원지법 형사3-2부(재판장 윤성열 부장판사)는 12월 23일 "피고인들은 정당한 조합활동을 위하여 (대우조선해양의) 사업장에 출입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러한 조합활동으로 인하여 피해 회사의 기업 운영이나 업무 수행, 시설관리 등에 실질적으로 지장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며 원심을 깨고,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판결(2017도2478 등)에 따르면, 노동조합의 조합활동은 근로자가 가지는 결사의 자유 내지 노동3권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제1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는 민형사상 면책이 된다(노동조합법 제4조, 형법 제20조).

재판부는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가 2020. 7. 16. 이 사업장에서 개최한 집회는 피해 회사 하청노동자 임금인상 및 권리보장을 목적으로 계획되었고, 실제 집회 현장에서 '하청노동자들의 상여금 300%를 쟁취하자'는 등의 구호가 외쳐졌으며, 그와 같은 내용의 플래카드 등이 설치되었다"고 지적하고, "이와 같이 집회는 지회가 그 소속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되었고, A는 지회가 소속된 산업별 노동조합인 금속노조의 전략조직부장이고, B는 종전에 피해 회사 내 하청업체에서 근무하다 해고된 상태였으나 사건 당시 지회의 지회장으로서, 사실상 집회를 주도하고 진행하는 역할을 하여야 하였으므로, 피고인들은 집회의 진행과 준비를 위하여 집회 당일 사업장에 출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집회가 개최된 장소는 사업장 내 광장으로서 사방이 트인 넓은 공간이고, 사무동에서도 비교적 거리가 있는 곳이었다. 집회는 12:00경에 시작되었고, 12:40경부터는 피해 회사 서문 방향으로 행진을 한 후 13:15경 서문을 나서며 집회가 마무리되어 집회가 종료되고 해산하는 과정에서 점심시간을 조금 넘긴 13:15경에 최종적으로 끝나기는 하였으나 주로 점심시간 내에 진행되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을 포함한 집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집회 과정에서 다른 작업자들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폭행, 협박 또는 물리력을 행사한 바 없고, 단지 함께 구호를 외치거나 행진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집회를 진행하였다"며 "나아가 피고인들은 사업장의 비종사 조합원이고, 위와 같은 집회의 시간, 장소, 방법 등에 비추어 보면 집회는 피해 회사의 효율적 사업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들이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사업장에 들어간 행위 또한 쟁의행위의 일환으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사용자의 효율적인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원칙적으로 사업장 내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조합법 제5조 제2항의 개정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2021년 1월 5일 개정된 노동조합법에 신설되어 7월 6일부터 시행된 5조 2항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아닌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사용자의 효율적인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사업 또는 사업장 내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대법원 판결 등에 따르면, 노동조합의 활동이 정당하다고 하려면, 첫째 주체의 측면에서 행위의 성질상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볼 수 있거나 노동조합의 묵시적인 수권 혹은 승인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둘째 목적의 측면에서 근로조건의 유지 · 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근로자들의 단결 강화에 도움이 되는 행위이어야 하며, 셋째 시기의 측면에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별도의 허용규정이 있거나 관행이나 사용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 외에는 원칙적으로 근무시간 외에 행하여져야 하고, 넷째 수단 · 방법의 측면에서 사업장 내 조합활동에서는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에 바탕을 둔 합리적인 규율이나 제약에 따라야 하며 폭력과 파괴행위 등의 방법에 의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법무법인 여는이 항소심에서 피고인들을 변호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