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신주 인수자에 신주 추가 발행시 '사전동의권' 부여 약정 무효"
[상사] "신주 인수자에 신주 추가 발행시 '사전동의권' 부여 약정 무효"
  • 기사출고 2021.12.0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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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주주평등 원칙에 반해"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하면서 이 주식의 인수자에게 신주 추가 발행시 사전동의권을 부여한 것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해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디스플레이 제조업체인 A사는 2016년경 컴퓨터시스템 제조 · 판매업체인 B사의 요청에 따라 일체형 컴퓨터를 개발, 생산하여 B사에 판매하기로 하는 위탁생산계약(ODM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2016년 12월 6일 B사가 발행하는 상환전환우선주 20만주를 20억원에 인수하는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다. A사는 당시 B사와, 이후 B사가 추가로 신주를 발행하거나 A사의 최종 주당인수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유상증자를 하는 경우, 납입 자본금이 증가하는 경우 등은 A사의 사전 서면동의를 받아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투자금을 조기상환함은 물론 투자금 상당액의 위약벌도 부담하도록 약정했다.

그러나 계약 체결 후 약 2년이 지난 2018년 B사는 A사의 서면동의를 받지 않고 두 차례에 걸쳐 제3자 배정방식으로 각각 16만주와 8만주의 유상증자를 했고, 이에 A사가 B사, B사의 대주주 겸 대표이사를 상대로 투자금의 조기상환금과 위약벌 등 43억여원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내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항소심(2020나2049059)을 맡은 서울고법 민사16부(재판장 차문호 부장판사)는 10월 28일 "서면동의 약정과 이를 이유로 한 조기상환 및 위약벌 약정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무효"라며 A사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법무법인 바른이 피고들을 대리했다. A사는 법무법인 평안이 대리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18다236241 등)을 인용, "주주평등의 원칙이란, 주주는 회사와의 법률관계에서는 그가 가진 주식의 수에 따라 평등한 취급을 받아야 함을 의미한다"고 전제하고, "이를 위반하여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기로 하는 약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이고, 이는 그 약정이 주주의 자격을 취득하기 이전에 체결되었다거나, 신주인수계약과 별도의 계약으로 체결되는 형태를 취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 회사에 대하여 회사 경영 과정에서 원고의 동의를 받도록 강제하는 내용의 사전 서면동의 약정과 그 위반 시의 재제로서의 조기상환 및 위약벌 약정은, 신주로 발행되는 20만주를 인수함으로써 피고 회사의 주주 지위만을 갖게 된 원고에 대하여 신주 인수 후 피고 회사의 운영과정에서 피고 회사의 다른 주주들에게는 인정되지 않는 우월한 권리인 '피고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들에 대한 사전 동의권'이라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불과 약 5.27%의 지분(=200,000주/원고에 대한 주식 발행 직후 총 발행주식 3,790,318주)을 가진 원고에게 피고 회사의 경영에 대하여 다른 주주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일 뿐 아니라, 그 위반 시에는 조기상환 및 위약벌이라는 재제를 통하여 배당가능이익의 존부와 상관없이 언제든지 출자금의 배액을 초과하는 금액의 반환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실질적으로 회사의 주주에 대하여 투하자본의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기능을 하는 것인바, 이러한 사전 서면동의 약정과 위반 시 재제로서의 조기상환 및 위약벌 약정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비록 원고가 인수한 주식이 종류주식의 일종인 상환전환우선주로서 피고 회사가 발행한 다른 주식들과 그 종류와 내용이 다른 주식이기는 하나, 우리 상법 등 관계법령상 주주에게 위와 같이 경영사항에 관한 사전 서면동의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주식 발행이 허용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이 주식이 다른 주식과 그 내용이 다른 상환전환우선주라는 사정만으로 주주 중 1인에 불과한 원고에 대하여 위와 같이 차별적이고도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주주평등의 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종류주식이 발행될 수 있으나 그 유형은 법령이 정한 것으로 한정된다"며 "상법은 제344조 제1항에서 이익의 배당, 잔여재산의 분배,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의 행사, 상환 및 전환 등에 관하여만 그 내용이 다른 종류의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을 뿐이므로, 현행법상 이와 같이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 내용이 다른 주식은 발행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나아가 투자활성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 원고와 같이 재무상태가 좋지 못한 회사에 투자하는 투자자에게 투자금의 회수를 담보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어느 정도 필요한 측면이 있기는 하고, 우리 상법상 그러한 안전장치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기도 하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도 상법이 인정하는 종류주식을 발행하는 방법이나 '주주간 협약' 등과 같이 관계 법령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지, 동의권부주식이나 이사선 · 해임권부주식 등과 같이 회사 경영과 관련하여 일부 주주에게만 특수한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종류주식의 발행이 허용되지 않는 현행법 체계에서, 회사와 신주인수인 사이에 별개의 약정으로 주식에 표창된 권리를 넘어 위와 같은 내용의 권리 또는 권한을 부여하고 그 위반 시 강력한 재제를 가하는 방법으로 그 이행을 강제하는 것을 허용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