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공정거래] 정보교환 담합과 클린팀 합의
[리걸타임즈 공정거래] 정보교환 담합과 클린팀 합의
  • 기사출고 2021.12.0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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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2. 30. 시행 예정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및 2021. 6. 4. 입법예고된 공정거래법 시행령 전부개정안은 사업자가 가격, 생산량, 상품 · 용역의 원가, 출고량, 재고량, 판매량, 상품 · 용역의 거래조건, 대금 · 대가의 지급조건과 관련된 정보를 주고받기로 합의하는 행위를 부당한 공동행위의 유형으로 추가했다(개정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제9호, 공정거래법 시행령 전부개정안 제43조).

◇조준연 변호사
◇조준연 변호사

2021년 말 시행 예정

이와 관련하여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 11. 3. 「사업자간 정보교환이 개입된 부당한 공동행위 심사지침」(이하 "정보교환 담합 심사지침") 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정보교환 담합 심사지침은 '사업자가 직 · 간접적으로 다른 사업자에게 가격, 생산량 등의 정보를 알리는 행위'를 '정보교환'이라고 정의하고, 어떠한 정보교환이 위법하기 위해서는 ①가격, 생산량, 상품 · 용역의 원가, 출고량, 재고량, 판매량, 상품 · 용역의 거래조건, 대금 · 대가의 지급조건(이하 "경쟁상 민감정보")의 교환에 대한 경쟁사 간 '합의'가 있어야 하며, ②정보교환 결과 시장의 경쟁이 부당하게 제한되어야 하고, ③경쟁 제한효과를 상쇄할만한 효율성 증대효과가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정보교환 합의는 '경쟁상 민감한 정보'를 교환하기로 하는 의사의 합치가 있는 경우 성립하며, 의사의 합치는 묵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종전 대법 판결보다 범위 확대

이처럼 정보교환 담합 심사지침에 따르면, 사업자들 사이에 '경쟁상 민감정보를 주고받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암묵적 의사연락'만 있어도 가격이나 생산량을 공동으로 결정하려는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부당한 공동행위의 성립요건인 '합의'가 곧바로 인정될 수 있다. 이는 사업자들간의 정보교환 사실만으로 부당한 공동행위의 성립요건인 '합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가격이나 생산량을 공동으로 결정하는 '합의'가 추인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 개정 전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두16951 판결 등)과 확연히 구별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부당한 공동행위로 의율하기 어려웠던 경쟁사업자간의 정보교환이 개정 공정거래법 및 정보교환 담합 심사지침의 시행 이후에는 법집행의 대상으로 상당 부분 포섭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사업자가 사업수행을 하는 과정에서 거래의 목적 달성을 위해 불가피하게 다른 사업자의 경쟁상 민감정보를 확인하거나 검토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M&A 실사도 정보교환 담합 성립

사례: 제조업체 A사 매각을 위한 입찰에 A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B사가 입찰자로 참여하여 입찰을 위한 실사(Due Diligence)를 실시했다. 실사 과정에서 A회사의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들이 B사에 제공되었는데 그 중에는 A회사의 각 제품별 원가, 가격, 생산량에 대한 정보는 물론 미래의 가격인상 계획 및 예상 손익이 기재된 사업계획, 현재 진행중인 R&D 관련 정보도 포함되었다.

개정 공정거래법 및 정보교환 담합 심사지침에 따르면, 위 사례에서도 정보교환에 대한 '합의'가 인정된다.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복수의 사업자들이 경쟁상 민감정보를 주고받기로 명시적으로 의사연락을 했기 때문이다. 만약 위 사례에서 정보교환의 결과 시장의 경쟁이 부당하게 제한되고, 경쟁 제한효과를 상쇄할만한 효율성 증대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정보교환 담합이 성립한다.

정보교환 담합 심사지침은 정보교환 합의가 경쟁을 제한하는지 여부를 시장상황, 시장의 구조와 상품의 특성, 시장점유율, 정보의 시점(과거, 현재, 미래), 공개 여부, 정보교환 기간 · 횟수, 정보교환의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보교환 합의의 경쟁제한성을 판단할 때 고려하는 요소에 대한 설명에 불과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경쟁제한성이 인정되는지에 대해 정보교환 담합 심사지침은 명확한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사업자가 사업수행을 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다른 사업자의 경쟁상 민감정보를 접하게 될 경우에 당해 정보교환으로 인한 경쟁제한성이 있을지 없을지를 미리 예상하고 이에 따라 행동지침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이러한 경우에 사업자들의 입장에서 부당한 공동행위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은 경쟁상 민감정보의 교환 범위를 필요 최소한의 범위로 제한하고, 교환된 경쟁상 민감정보가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는 업무 절차를 수립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클린팀 합의의 활용

매수인이 대상회사의 가치평가를 위해 대상회사의 정보를 취득하는 M&A 실사와 관련하여 경쟁상 민감정보의 교환으로 인한 부당한 공동행위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실무적으로 클린팀 합의(Clean Team Agreement)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클린팀 합의는 경쟁상 민감정보가 최소한의 범위로 교환되도록 하고, 교환된 정보가 엄밀하게 제한된 목적으로만 사용되도록 하여, 궁극적으로 경쟁상 민감정보가 합의 당사자들의 경쟁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방지하는 법률적 장치이다. 일반적으로 클린팀 합의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구성된다.

1. 매도인은 대상회사의 실사 자료를 ①경쟁상 민감정보가 포함되지 않은 자료(이하 "일반자료")와 ②경쟁상 민감정보가 포함된 자료(이하 "클린팀 전용자료")로 구분하여 제공한다.

2. 실사 목적 달성을 위해 정보에 접근할 필요가 있는(need to know basis) 매수인의 임직원과 외부 자문사(회계법인, 법무법인 등)는 일반자료에 접근할 수 있다. 클린팀 전용자료는 오직 매수인의 클린팀(Clean Team)만 접근할 수 있다.

클린팀 전용자료는 클린팀만 접근

3. 매수인은 ①대상회사와 매수인이 경쟁하고 있는 사업분야의 판매(영업), 가격 책정, 마케팅, 전략, 사업개발 등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지 않는 매수인의 임직원 및 ②외부 자문사 구성원으로 클린팀을 구성한다.

4. 클린팀 구성원은 클린팀 전용자료를 클린팀 구성원이 아닌 자와 공유하거나 전달할 수 없다.

5. 클린팀 구성원이 클린팀 전용자료에 대한 검토 내용을 요약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실사 결과를 매수인의 경영진에게 보고할 수 있다. 클린팀 구성원은 이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구체적인 정보를 삭제 · 생략하거나, 통계자료 형태로 취합하는 방식으로 경쟁상 민감정보가 당사자 간의 경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가공 · 처리하거나, 경쟁상 민감정보를 아예 제외하여야 하며, 경영진에게 보고하기 전에 외부 법률 자문사로부터 보고서에 경쟁상 민감정보가 포함되었는지 여부에 대한 검토를 받아야 한다.

실사 중 업무공간 분리 등 격리

6. 클린팀 구성원은 실사 진행 중에 클린팀 구성원이 아닌 매수인의 임직원과 업무공간의 분리 등 적절한 방법으로 격리된다.

7. 클린팀 구성원은 실사가 종료된 이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예를 들어, 마지막으로 클린팀 전용정보에 접근한 시점부터 1년) 대상회사와 매수인이 경쟁하고 있는 사업분야의 판매(영업), 가격 책정, 마케팅, 전략, R&D, 사업개발 등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할 수 없다.

8. 클린팀 구성원의 명단은 클린팀 합의서에 명시된다. 클린팀 구성원들은 경쟁상 민감정보를 실사 목적을 위해서만 사용하고, 외부로 유출하지 않으며, 클린팀 합의서를 준수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작성한다.

9. 매수인은 매도인과 합의된 절차에 따라 클린팀 구성원을 추가 또는 변경할 수 있다.

실무적으로 ①클린팀 구성원으로 선정될 수 있는 매수인 임직원의 범위 및 ②클린팀 구성원의 업무복귀 금지기간과 관련하여 매수인과 매도인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자주 발생한다. 매수인의 입장에서는 가급적 대상회사의 사업 내용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임직원을 클린팀 구성원으로 지정하고자 하고, 클린팀 구성원으로 지정되었던 임직원을 빠른 시간 내에 본래의 업무로 복귀시키고자 한다.

심사지침엔 관련 규정 없어

그러나 이러한 이해관계만 고려하여 대상회사가 영위하는 사업분야의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업무(대표적으로 가격, 사업전략)를 담당하는 직원까지 클린팀 구성원으로 포함시키고 실사 종료 후 지나치게 짧은 시간 내에 해당 직원이 본래 업무로 복귀할 수 있게 한다면, 클린팀 구성원이 실사 과정에서 채득한 대상회사의 경쟁상 민감정보가 본래 업무에 복귀한 클린팀 구성원을 통해 회사 내부에서 공유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 문제는 실사의 목적 달성(즉, 매수인의 대상회사 가치평가)과 경쟁상 민감정보 차단의 필요성 양 측면을 모두 고려하여 접근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정보교환 담합 심사지침은 사업자들이 클린팀 합의와 같은 정보교류 차단장치를 설치한 경우에 이를 법률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미국, EU와 같은 다른 국가에서도 클린팀 합의에 대한 법률규정이나 경쟁당국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클린팀 합의에 대해 국내외에서 제도적인 규율이 아직 정비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클린팀 합의가 M&A 실사 과정에서 정보교환 담합을 방지하는 완벽한 방법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클린팀 합의 인정 추세

그러나 경쟁법 집행이 활발한 미국, EU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경쟁사업자 간의 M&A에서 이미 클린팀 합의가 보편적인 업무 절차로 자리 잡았고, 미국 FTC가 2018년 3월에 웹사이트 블로그 게시물(Avoiding antitrust pitfalls during pre-merger negotiations and due diligence)에서 M&A 협상 및 실사 과정 전반에 걸쳐 경쟁상 민감정보의 교환으로 인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권고하면서 클린팀 합의를 언급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각국 경쟁당국도 클린팀 합의의 존재와 역할을 인정하는 추세이다.

향후 실무 사례가 축적되고, 제도적인 규율이 정비되어 클린팀 합의가 경쟁사업자간 M&A에서 사업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보호장치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조준연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junyeun.cho@bk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