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형집행정지 연장 불허되자 지인에 휴대전화 개통 · 은신처 부탁…범인도피교사 무죄"
[형사] "형집행정지 연장 불허되자 지인에 휴대전화 개통 · 은신처 부탁…범인도피교사 무죄"
  • 기사출고 2021.11.2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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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통상적 도피 유형…방어권 남용 아니야"

형집행정지를 허가받아 석방되었다가 형집행정지 연장이 불허되자 지인에게 휴대전화 개통과 은신처를 부탁했더라도 범인도피교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처벌되지 않는데, 범인이 도피를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도 통상적인 도피 범주에 속해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A씨는 2018년 1월 30일 특가법상 절도 혐의 등으로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고 부산구치소에서 수형생활을 하던 중, 2018년 9월 20일 악성고혈압 등을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해 같은 해 10월 10일 1개월 간의 형집행정지 허가결정을 받아 석방됐다. A씨는 그러나 10월 23일 형집행정지 연장을 신청했으나 불허되자 11월 6일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인 B씨에게 "내 명의로 된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수사기관의 추적을 받을 수 있으니 당신의 아들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달라, 그리고 당신의 모친 집에서 생활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B씨는 이 부탁을 받아들여 아들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후 A씨에게 건네주어 사용하게 하고, 2018년 11월 8일경부터 12월 17일경까지 어머니 집에서 A씨를 거주하게 하여 은신처를 제공했다. A씨는 범인도피교사, B씨는 범인도피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 재판부가 A, B씨에게 모두 유죄를 인정, A씨에게 징역 8개월, B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자 A씨만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A씨를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며 1심을 깨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종전의 대법원 판결(2013도12079)을 인용,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처벌되지 아니하므로, 범인이 도피를 위하여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 역시 도피행위의 범주에 속하는 한 처벌되지 아니하며, 범인의 요청에 응하여 범인을 도운 타인의 행위가 범인도피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전제하고, "다만, 범인이 타인으로 하여금 허위의 자백을 하게 하는 등으로 범인도피죄를 범하게 하는 경우와 같이 그것이 방어권의 남용으로 볼 수 있을 때에는 범인도피교사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지인인 B에게 요청하여 새로운 휴대전화를 개통하여 받고, 은신처를 제공받은 행위는 형사사법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한다고 보기 어려운 통상적인 도피의 한 유형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하고, "나아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자신의 방어권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B로 하여금 범인도피죄를 범하게 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검사가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도 11월 11일 "원심판결에 범인도피교사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2021도5431).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