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불길 속 12개월 아들 못 구한 20대 母 무죄 확정
[형사] 불길 속 12개월 아들 못 구한 20대 母 무죄 확정
  • 기사출고 2021.11.2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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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최선의 구조방법 아니었다고 유기 고의 인정 어려워"

생후 12개월 아들과 단둘이 집에 있다가 불이 나자 아이를 구하지 못하고 집 밖으로 피한 20대 엄마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A(여 · 당시 22세)씨는 B(24)씨와 동거생활을 하던 중 양쪽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출생했으나, 생활비 부족으로 월세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A씨는 2019년 4월 8일 오후 6시 37분쯤 서울 은평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평소와 같이 전기장판을 켜 놓고 안방 침대에 생후 12개월된 아들만 혼자 재워 놓은 후 방문을 닫은 채 작은방에서 반려묘와 놀다가 잠이 들었다. 그러던 중 전기장판과 연결된 멀티탭 전선의 과부화로 화재가 발생했고, 아이가 화재 연기로 잠에서 깨어 울자 A씨도 잠에서 깨어 안방 문을 열었다. 당시 방문 쪽 침대 구석까지 기어 나와 울고 있던 아이와 눈이 마주쳤으나, A씨는 연기로 숨을 쉬기 어려워 즉시 구조하지 않은 채 현관문을 열기 위해 나왔고, 재차 안방으로 갔다가 구조를 포기한 채 그대로 반려묘와 함께 현관문을 빠져나와 119에 신고했다. 아이는 일산화탄소 중독 등으로 그 자리에서 숨졌다. 검찰은 아이를 유기해 숨지게 했다며 A씨를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쉽게 피해자를 구조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피해자를 유기한다는 인식 아래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당시 안방 문을 열었는데 연기가 나와 먼저 현관문을 열었고, 그 후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려고 하였으나, 더 많아진 연기와 열기 때문에 방안으로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화재시뮬레이션 결과 안방 문과 현관문을 열었을 무렵을 전후하여 침대와 문 사이 혹은 침대 50cm 상부의 최고온도는 61.62°C 또는 63.37°C에 이르렀다고 분석되기도 하였는바, 비록 피고인이 처음 방문을 열었을 때 손잡이가 뜨겁지 않았고, 피해자의 얼굴이 보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당시 피고인이 별다른 망설임 없이 바로 방안으로 들어가 손쉽게 피해자를 구조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이 비록 피해자를 직접 데리고 나오지는 못하였으나, 집 밖으로 나오면서 바로 119에 신고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신고를 하면서 아이가 안에 있음을 알리기도 하였으며,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지나가던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였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있어 다소 미숙하거나, 소홀한 부분이 없지는 않았던 것 같기는 하나, 피해자에 대한 의도적인 유기 · 방임 또는 학대의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검사가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당시 만 22세로 나이가 어리고 사회생활 경험이 거의 없는 피고인이 갑작스러운 화재로 인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바로 피해자를 구조하는 것보다는 현관문을 열어 연기를 빼낸 후에 피해자를 구조하는 것이 자신과 피해자에게 더 안전한 방법이라고 나름대로 판단하고서 현관문을 열었는데 현관문 개방으로 인한 산소의 유입 등을 생각하지 못한 착오로 사후적으로 평가할 경우 현관문 개방이 결과적으로 피해자를 구조함에 있어 최선 또는 좋은 방법이 되지 못하였다는 점만으로 그 당시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유기한다거나 방임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도 10월 28일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에 잘못이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2021도10982).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