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산재 사고로 눈 수술 받은 후 출장 다녀오다가 중앙선 침범 교통사고…교통사고 부상도 산재"
[노동] "산재 사고로 눈 수술 받은 후 출장 다녀오다가 중앙선 침범 교통사고…교통사고 부상도 산재"
  • 기사출고 2021.11.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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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1차 사고가 2차 사고에 상당한 영향 미쳐"

오전에 산재 사고를 당하여 눈 수술을 받은 직후 사업주의 지시로 운전을 하여 출장을 다녀오다가 같은 날 오후에 중앙선을 침범하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법원은 교통사고로 입은 부상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A씨는 회사에서 글램핑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여 오던 2019년 6월 20일 오전 11시쯤 회사의 프론트 바닥 청소를 하다가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눈 부위가 찢어지는 사고를 당해 같은 날 정형외과에서 안검부 창상봉합술을 받았다. A씨는 그러나 위 수술을 받은 직후 사업주 지시에 따라 업무용 포터 차량을 운전하여 거래처인 골프클럽에 서류를 전달하고, 근무지로 복귀하기 위하여 같은 날 오후 1시 20분쯤 남양주시에 있는 도로에서 포터 차량을 운전하던 중 중앙선을 침범하여 차량의 앞 범퍼 부분으로 반대편 도로를 진행하던 카운티 차량의 앞 범퍼 부분을 들이받았다. 

A씨는 눈 부위가 찢어지는 1차 사고로 '왼쪽 안검 열상' 진단을 받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해 요양승인을 받았다. A씨는 또 2차 사고인 교통사고로 다발성 늑골골절, 왼쪽 엄지발가락 골절, 왼쪽 고관절 탈구 등 진단을 받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2차 사고는 같은 날 오전에 발생한 산업재해의 치료와는 무관하다고 판단되고, 원고의 중앙선 침범으로 인하여 발생하였는데 이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 정한 12대 중과실에 해당하여 사고의 원인이 전적으로 원고에게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므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되자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2021구단50119)을 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37조 2항은 "근로자의 고의 · 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 · 질병 · 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이소연 판사는 10월 20일 "다발성 늑골골절 등 상병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에서 정한 원고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이라고 보기 어렵고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세중이 A씨를 대리했다.

이 판사는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이 고의 · 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등에 따른 부상 등을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 것은 업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현실화가 아닌 업무 외적인 관계에 기인하는 행위 등을 업무상 재해에서 배제하려는 것으로, 우연성 결여로 보험사고성이 상실되거나 보험사고 자체의 위법성에 대한 징벌이 필요한 경우에는 보험급여를 행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대법원 1995. 1. 24. 선고 94누8587 판결 등 참조)"라며 "따라서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의 '범죄행위'는 법문상 병렬적으로 규정된 고의 · 자해행위에 준하는 행위로서 산재보험법과 산재보험수급권 제한사유의 입법취지에 따라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절시키고 재해의 직접 원인이 되는 행위로 엄격하게 해석 · 적용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규정의 입법 취지는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의 입법 취지와 다를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는 '차의 운전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 인하여 업무상과실치상죄 또는 중과실치상죄를 범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않다'고 정하여 '중과실'이 아닌 '경과실'로 중앙선을 침범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음을 예정하고 있다"며 "운전자가 중앙선을 침범하여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야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그 사고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이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 '범죄행위'라고 단정하여서는 안 되고, 그 사고가 발생한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과 교통사고 방지 노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원고는 2차 사고와 관련한 피의자신문에서 '병원에서 왼쪽 눈 부분의 치료를 마치고 돌아오던 중 어지러웠고 피를 많이 흘렸으며 더운 날씨에 에어컨도 작동하지 않아 잠시 정신을 잃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업무용 포터 차량의 연식(2004)이 오래되어 노후화되었을 가능성도 다분한 점을 고려하면, 1차 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한쪽 눈을 다쳤고 수술을 받아 전반적인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던 점이 2차 사고의 발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원고가 2차 사고에 관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죄로 금고형의 집행유예의 유죄 판결을 선고받아 위 판결이 확정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원고가 사고의 피해자들과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이 주요하게 참작된 것으로 보이는데 위 사고에 이르게 된 경위와 업무차량의 상태 등을 고려하면 사업주에게 상당한 책임이 있음에도 합의금 마련에 도움을 주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원고에게 동종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중앙선 침범 행위가 산재보험법의 보호를 받지 못할 정도로 그 위법의 정도나 비난가능성이 크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결국 2차 사고는 통상적인 운전 업무에 내재된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고, 사고에 업무 외적인 관계에서 기인하거나 우연성이 결여된 사유가 있다거나 보험사고 자체의 위법성에 대한 징벌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고 판시했다. 2차 사고도 업무상 재해라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