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기간제 아파트 경비원에 갱신 거절 통보, 서면으로 안 해도 무방"
[노동] "기간제 아파트 경비원에 갱신 거절 통보, 서면으로 안 해도 무방"
  • 기사출고 2021.11.1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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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해고와 달라…근로기준법 27조 적용 안 돼"

계약기간을 2∼6개월로 정한 근로계약을 반복적으로 체결하며 근무한 아파트 경비원에게 근로계약 만료 및 갱신 거절을 통보하는 경우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27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해고의 경우와 다르게 보아야 한다는 취지다. 근로기준법 27조는 1항에서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2항은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제1항에 따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0월 28일 공동주택 관리업체인 A사가 "기간제근로자인 아파트 경비원 B, C씨에 대한 근로계약 만료 통보를 부당해고로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1두45114)에서 이같이 판시, 중노위원장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B, C씨가 피고보조참가했다. B씨는 2015년 1월, C씨는 2018년 8월 각각 A사에 입사해 계약기간을 2∼6개월로 하는 근로계약을 반복적으로 체결하며 용인시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다. 그러나 A사가 근무실태 등 평가에서 하위 평점을 받은 B, C씨에 대해 2018년 12월 30일 근로계약 만료를 통보하자 B, C씨가 부당해고라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경기지방노동위가 B, C씨에게 각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이 인정되고 A사에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판정하고, 이에 A사가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A사가 소송을 냈다. 

A사는 2018년 11월 27일 B, C를 포함한 아파트 소속 경비원 전원에게 근로계약기간이 2018년 12월 31일 만료됨을 알리는 '근로계약 종료 예고통보서'를 전달했고, 위 근로계약 종료 예고통보서의 수령을 확인하는 '근로계약 종료 예고통보서 수령증' 하단에는 '기간 중 근무실태, 경비원 근무평가, 업무수행능력 및 지시사항 이행, 민원발생, 동료평가, 건강상태 등 전반적인 내용을 종합평가하여 재계약된다'는 내용의 안내문구가 기재되어 있었다. A사는 이어 2018년 12월 30일 B, C씨에게 2018년 12월 31일자로 근로계약이 만료됨을 통지했다.

1심 재판부는 B, C씨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만, A사가 근로계약을 거절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 원고 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중노위가 불복해 열린 항소심에서 B, C씨가 "근로계약 갱신기대권 침해는 단순히 근로계약의 갱신 거절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부당해고로 보아야 하므로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해고절차를 준수하여야 하는데,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근로계약 만료 통보는 근로기준법 27조를 위반한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주장, 해고사유와 시기의 서면통지 결여가 새로운 쟁점으로 등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의 참가인들에 대한 근로계약 만료 통보는 근로관계 종료에 따른 갱신의 거절에 불과하기 때문에 해고에 관하여 적용되는 근로기준법 제27조 등에 정한 절차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먼저 "참가인들은 원고에 입사할 당시 만 55세 이상이었고 원고와 계약기간을 2~6개월로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제4조 제1항 제4호의 사용기간 예외가 인정되는 기간제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기간제 근로계약의 종료에 따른 사용자의 갱신 거절은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해고와는 구별되는 것이고, 근로관계의 지속에 대한 근로자의 신뢰나 기대 역시 동일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그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도록 하고,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며,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나, 기간제 근로계약은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당연히 종료하는 것이므로 갱신 거절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야 할 필요성이 해고의 경우에 견주어 크지 않고, 근로기준법 제27조의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기간제 근로계약이 종료된 후 갱신 거절의 통보를 하는 경우에까지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준수하도록 예정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기간제 근로계약이 종료된 후 사용자가 갱신 거절의 통보를 하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27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원고가 참가인들에 대하여 실시한 근무평가에 객관성 및 합리성이 인정되므로, 그와 같은 평가에 근거하여 참가인들에 대하여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는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참가인들에 대하여 실시한 근무평가에 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갱신 거절의 합리적 이유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김의택 변호사가 1심부터 A사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