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산재 유족급여, 전혼 자녀 아닌 생계 같이 한 후혼 배우자에게 지급해야"
[노동] "산재 유족급여, 전혼 자녀 아닌 생계 같이 한 후혼 배우자에게 지급해야"
  • 기사출고 2021.11.18 16: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행법] "주민등록지 달랐어도 실질적 부양받아"

업무상 재해로 숨진 근로자의 유족급여는 전혼 자녀에게 지급해야 할까. 생계를 같이 한 후혼 배우자에게 지급해야 할까.

서울행정법원 제8부(재판장 이종환 부장판사)는 10월 19일 화성시에 있는 공사현장에서 머리를 다치는 사고를 당해 숨진 A(사망 당시 75세)씨의 자녀인 B(49)씨가 "유족급여 부지급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20구합76029)에서 "유족급여는 A씨의 후혼 배우자에게 지급해야 한다"며 B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후혼 배우자가 사망 당시 생계를 같이 하던 배우자로서 1순위 유족보상연금 수급권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A씨의 후혼 배우자인 C씨가 피고보조참가했다.

A씨는 2017년 8월 5일 오후 1시 20분쯤 공사현장에서 의식을 잃고 뒤로 넘어져 머리를 다치는 사고를 당해 장애 1급의 뇌병변장애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요양승인을 받아 의료기관에서 입원치료를 받다가 2년 5개월 후인 2020년 1월 16일 오전 1시 49분쯤 요양병원에서 다발성 장기부전, 패혈증 등을 원인으로 사망했다.

1986년 3월 A씨와 혼인한 C씨는, A씨가 사망한 후 2020년 2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를 청구했고, 근로복지공단은 C씨를 유족급여 수급권자로 판단하여 유족보상일시금 50%와 유족보상 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C씨에게 통지했다. A씨는 1968년 6월 B씨의 모친과 혼인했다가 1985년 이혼하고 1986년 3월 C씨와 재혼했다.

B씨는, C씨는 아버지와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유족이 아니어서 유족보상연금의 수급권자가 아니라며 C씨가 아닌 자신에게 유족보상일시금을 지급하여 줄 것을 근로복지공단에 청구했으나, 'C씨가 A씨의 사망 당시 A씨와 생계를 같이 한 배우자로서 유족급여 수급권자'라는 이유로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B씨는 재판에서 "아버지가 별세할 때까지 내가 직접 아버지의 치료와 간병을 전담하였고, 아버지를 장례지내고 장례비를 부담한 반면, 참가인은 장례식에도 오지 않았다"며 참가인은 유족보상연금 수급권자에 해당하지 않고, 자신이 유족보상일시금의 수급권자라고 거듭 주장했다.

재판부는 먼저 "근로자가 사망할 당시 그 근로자와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는 배우자가 1순위 유족보상연금 수급권자가 되고, 그 근로자와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배우자가 없는 등 유족보상연금의 수급권자가 없는 경우에는 그 근로자와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자녀 등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제65조 제1항 제 1호의 순서에 따라 유족보상일시금의 수급권자가 된다"고 전제하고, "참가인(C)은 A의 사망 당시 산재보험법 제63조 제1항 및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61조 제2, 3호에 따라 A와 생계를 같이 하던 배우자로서 1순위 유족보상연금 수급권자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참가인은 1986. 3. 17.부터 A가 사망할 때까지 30년 이상 A의 법률상 배우자이었고, A가 2017. 8. 5.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A의 근로소득과 기초생활 급여로 생계를 유지하였다"고 지적하고, "참가인은 A가 위 사고를 당한 후에는 A의 휴업급여, 간병비 등으로 A의 의료비를 지출하고 남은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였으며, A를 주거지 부근 요양원에 입원시켜 2018. 6.경까지 직접 간병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A는 2018. 12. 20.부터 사망할 때까지 주로 원고와 주민등록표상 세대를 같이 하였고, 참가인은 2019. 1. 18. B의 성년후견인(제3자인 변호사)이 선임된 후에는 A에게 지급되는 휴업급여, 간병비를 직접 수령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나,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61조는 '근로자와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유족'의 범위를 주민등록표상 세대를 같이 하고 동거하던 유족으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요양 등의 이유로 주민등록표상 세대를 달리하였거나 동거하지 않은 경우에도 근로자의 소득으로 생계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을 유지하고 있던 경우(제2호) 또는 근로자가 지급하는 금품이나 경제적 지원으로 생계의 대부분을 유지한 경우(제3호) 근로자와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유족의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다"며 "A는 2018. 6. 8. 오로지 요양의 목적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하여 사망할 때까지 그곳에 계속 입원하여 있었고 실제 원고의 주소지에서 원고와 동거한 것은 아니었으므로, 사망 당시 A의 주민등록지가 참가인과 달랐다는 사정만으로 참가인이 A와 근로자와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유족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산재보험법상 유족급여는 피재 근로자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하여 부양되고 있던 유족의 생활보장 등을 목적으로 하는데(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두11845 판결 등 참조), 참가인은 혼인 후 30년 이상 A와 생계를 같이 하면서 A의 소득과 급여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여 왔고, 성년후견인이 선임된 후에는 A에게 지급되는 휴업급여, 간병비 대부분이 A의 치료비와 간병비로 소비되고 A의 기초생활수급 자격까지 상실되기까지 하여 경제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사정과 산재보험법상 유족급여제도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A의 사망 당시 A로부터 실질적인 부양을 받고 있었던 것은 참가인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30년 이상 아버지와 연락을 주고받지 않은 채 독립된 생활을 하여 왔고, 아버지에 대한 성년후견개시 절차 중인 2018. 12. 20.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던 아버지의 주민등록상 주거지를 자신의 주거지로 이전하였을 뿐 아버지가 사망할 때까지 아버지와 실제 동거하지 않았으며, 별도의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얻는 소득으로 원고의 가족을 부양하면서 아버지와 경제적으로 독립된 생활을 하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가 망인과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자녀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