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쉬필즈, 전 파트너로부터 피소
프레쉬필즈, 전 파트너로부터 피소
  • 기사출고 2007.09.1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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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차별해 퇴직 부당 강요…84억원 배상하라"대형 로펌 법정공방에 영국 법조계 뜨거운 관심
영국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크고, 신사적인 행동으로 역사가 깊은 '프레쉬필즈 브룩하우스 데링거(Freshfields Bruckhaus Deringer)'가 퇴직한 파트너인 피터 블락암 변호사에 의해 소송을 당했다. 로펌 창립 250년만에 처음 있는 일로, 영국의 연령차별법이 근거가 됐다.

◇임석진 미국변호사
프레쉬필즈에서 약 30년 동안 변호사로 활동했던 그는 모든 면에서 역량있는 파트너였다. 그러나 그는 54세에 부당한 강요로 퇴직, 원래 55세에 퇴직해 받기로 된 금액보다 약 20%정도 낮은 연금을 받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연령차별의 피해 보상으로 프레쉬필즈에 약 450만 파운드(약 84억원)를 요구하고 있다.

블락암 변호사가 입사하였을 때 프레쉬필즈에는 약 20명의 파트너가 있었다. 약 30년이 지나 그가 회사를 떠날 때쯤에는 500명 정도로 파트너가 늘었다. 프레쉬필즈는 또 매출 기준으로 세계에서 순위를 다투는 대형 로펌으로 성장했다. 당연히 회사는 경쟁과 성과를 중시하게 됐고, 비싼 연금 제도가 자리 잡을 곳은 없어졌다.

프레쉬필즈는 연령차별을 부정한다. 회사 지분의 최대 10%에 이르는 평생권리를 모든 퇴직자에게 주는 이전의 제도 즉, 현재의 파트너들이 퇴직한 파트너들의 연금을 지불해야 하는 옛날의 부적절한 연금 제도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블락암 변호사는 연금제도를 개조한 진짜 이유는 오래된 파트너를 제거함으로써 파트너쉽의 '크기와 형태'를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금제도 개편은 상호간의 적절한 합의없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한다.

런던의 많은 법조인들이 이번 사건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고위 경영진들이 증인석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대형 로펌의 운영 등 긴밀한 내부 사정이 적나라하게 공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영국의 유명 로펌이 퇴직한 파트너로부터 소송을 당했다는 이유 때문에도 영국 법조계가 주목하고 있다. 고용문제에 정통한 많은 전문가들은 앞으로 연령차별에 관련된 상당한 수의 소송이 고위 간부급, 전문직 또는 이사들로부터 제기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로펌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프레쉬필즈의 항변이 앞으로의 연령차별 소송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도 물론이다.

영국의 연령차별법은 작년부터 시행됐다. 이 법은 65세 이하의 근로자를 나이 때문에 강제로 퇴직시키는 것을 금지한다. 만약 고용주가 연령차별로 피소당할 경우, 고용주에게는 그들의 행동이 객관적으로 합당하다는 것을 해명할 기회가 주어진다. 이 경우 가장 중요한 쟁점은 회사의 필요와 개인의 권리를 균형있게 조절하는 것이다.

새 연령차별법이 시행되면서 이미 약 1000건의 관련 소송이 제기됐다. 또 많은 수의 변호사들이 이런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프레쉬필즈 사건은 법정 공방에 이른 최초의 대형 연령차별 사건으로 유명하다.

폭스 솔리시터(Fox Solicitor)의 설립자이자 파트너쉽 전문가인 로니 폭스 변호사는 현재 혹은 이전의 고용주를 상대로 제소하는 방법에 대해 지위가 각기 다른 여러 변호사들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상담해 왔다고 전한다.

다른 로펌의 변호사들은 또 프레쉬필즈 사건이 '빙산의 일각' 이라고 말한다. 한 변호사는 일명 'Lock Step'시스템(로펌 파트너 급여의 일부가 파트너가 회사에 근무한 기간에 따라 정해지는 시스템)이 많은 질책과 논란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한국 로펌에서도 'Lock Step'시스템, 성과와 보수와 관련된 논쟁이 적지 않다고 한다. 어떤 제도가 로펌의 운영에 가장 적합한지는 확인된 바 없지만, 그동안 로펌 발전에 기여해 온 변호사들에게 적절한 예우를 갖추는 것 또한 로펌을 원만하게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프레쉬필즈는 블락암 변호사 사건 외에도 최근 퇴직 파트너인 루이 무어 변호사로부터 두 번째 소송에 휘말렸다. 무어 변호사는 작년 말에 프레쉬필즈를 떠났는데, 회사가 연령차별을 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금액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회사에 피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임석진 미국변호사는 미 브라운대와 콜럼비아 대학원, 보스톤 칼리지 로스쿨과 런던대 킹스 칼리지 로스쿨을 나왔습니다. 세계 최대의 로펌인 클리포드 챤스(Clifford Chance)와 법무법인 세종에서 다년간 활동한데 이어 지금은 SL Partners (법무법인 한승)에서 미국변호사로 활약중입니다.

본지 편집위원(sjlim@slpartn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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