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역학조사에서 동선 은폐한 신천지 확진자에 벌금 500만원
[형사] 역학조사에서 동선 은폐한 신천지 확진자에 벌금 500만원
  • 기사출고 2021.10.25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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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지법] 1심 무죄 깨고 2심 유죄 선고

코로나19 확진 통보를 받고 역학조사에서 동선을 고의로 은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신천지 교인이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원주에 있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신천지 교인인 A(57)씨는 2020년 3월 1일 오전 7시 30분쯤 코로나19 확진 통보를 받고, 같은 날 오전 원주시 보건사업과 공무원으로부터 유선으로 접촉자와 동선 파악을 위한 질문을 받자, 자신과 가족들이 특정 종교의 교인임이 밝혀지는 것을 염려하여 같은 해 2월 20일경 아파트 관리사무소 회의실에서 실시한 동대표회의에 참석한 사실과 2월 19일과 20일경 아파트 헬스장에 출입한 사실을 고의적으로 진술하지 않은 혐의(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됐다. 2월 16일 원주시에 있는 신천지 예배당에서 예배에 참석한 A씨는 미열 등의 증상을 느끼자 2월 28일 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아 확진 통보를 받았으며, A씨의 부인과 첫째 딸도 코로나19 확진 통보를 받았다.

A씨는 재판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정신적으로 공황상태에 빠져 모든 동선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것에 불과하다"며 "역학조사에서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 · 은폐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하자 검사가 항소했다.

춘천지법 형사1부(재판장 김청미 부장판사)는 그러나 10월 15일 "피고인이 고의적으로 동선을 누락 · 은폐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원심을 깨고,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2020노698).

재판부는 "피고인은 신천지 교인이였고, 원주시에 최초 발생한 확진자와 함께 2020. 2. 16. 약 1시간 30분 동안 함께 예배에 참석하였다"고 지적하고, "당시는 대구에 있는 신천지 예배당에서 발생한 코로나19의 대규모 감염사태로 인하여 신천지 교인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매우 컸던 시기였고, 피고인이 신천지 교인이고, 신천지 예배당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이를 전파시킨 사실이 알려질 경우 피고인은 지역사회에서 다른 경로의 감염자에 비해서도 더욱 강한 비난의 대상이 될 염려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의 국내 발생 이후 언론 보도나 긴급재난문자 등을 통해 국민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경우 감염자의 이동 경로에 대하여 역학조사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피고인은 2020. 2. 16. 신천지 예배당에서 예배에 참석하였는데, 이후 대구 신천지 예배당에서 코로나19 대규모 확진사태가 있었으며, 피고인은 약 3∼4일간 미열 등의 증상을 느끼던 중 2020. 2. 28. 피고인이 참석한 신천지 예배에 원주시 제1번 확진자가 참석하였음이 지역사회에 알려지자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다"며 "위와 같은 사건의 경위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은 2020. 3. 1. 코로나19 확정 판정을 받기 이전에도 스스로의 최근 동선에 관하여 기억을 되돌아보고 이를 정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고 밝혔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볼 때, 늦어도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을 무렵부터는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전파시키지는 않았을지, 그렇지 않더라도 자가격리 등의 방역조치가 필요한 상황에 놓이게 하지는 않았는지를 떠올리면서 자신이 확진되었을 경우 당면하게 될 상황과 이에 대한 대처에 관하여 숙고하고, 자신의 동선과 그 과정에서 접촉한 사람들에 대해 상기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상식적이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2020. 3. 1. 07:30경 코로나19 확진통보를 받을 무렵부터 받은 역학조사는 일회적으로 단시간에 진행된 것이 아니고, 여러 조사자들에 의해, 수시로 이루어진 전화통화를 통해 장시간 이어졌고, 피고인은 같은 날 오전경 주거지에서만 머무르다가 오후에 의료원으로 후송되어 격리되었는데, 격리 이후에도 계속해서 전화통화를 통해 역학조사가 이루어졌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이 코로나19 확진통보를 받은 직후에는 일부 사실관계를 떠올리지 못할 수 있겠으나, 위와 같이 같은 날 오후시간에 이르기까지 장시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조사 과정에서, 같은 아파트 단지 입주민과 관련된 동선에 대하여 진술하지 않은 것은 코로나19 증상으로 인한 미약한 건강상태와 당황이나 혼란과 같은 심리적 상태로 인한 망각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피고인이 원주시장이 실시하는 역학조사에서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 · 은폐하였음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