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유명 베이커리 식자재 운송' 말에 지입차량 매수…실제 업무 다르면 계약해제 적법
[민사] '유명 베이커리 식자재 운송' 말에 지입차량 매수…실제 업무 다르면 계약해제 적법
  • 기사출고 2021.10.20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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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알았다면 계약 체결하지 않았을 것"

대기업이 운영하는 유명 베이커리에 고정적으로 식자재 운송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지입차량을 매수했으나 실제 업무나 급여가 계약조건과 크게 달랐다면 차량 매수인이 계약을 해제한 것은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차량 지입을 이용한 운송사업 일자리를 구하던 A씨는 2019년 3월 18일 지인의 소개로 만난 B씨로부터 "내가 소개하는 화물차량을 매입하여 지입하면 C그룹이 운영하는 베이커리의 식자재를 고정적으로 운반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2015년식 2.5톤 마이티 냉탑 영업용차량을 5,800만원에 매수하고, 이 차량을 B씨가 소개한 지입차량 운수회사에 지입했다. B씨는 당시 A씨에게 인터넷 분양광고 출력물도 제시하였는데, 이 광고에는 '근무시간 : 22시 이후 7~8 시간',  '휴무 : 주6일, 명절, 하계휴가', '월급료 : 384만원' 등이 기재되어 있었다. B씨는 또 다른 차량지입전문 운송업체에서 상무라는 직함을 사용하여 지입차량 관리와 매매알선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A씨는 실제 C그룹이 운영하는 베이커리가 아닌 C그룹의 다른 브랜드들의 영업점에 식자재를 운송하게 됐고, 근무시간과 업무강도, 급여조건 등도 B씨가 제시한 광고 조건과 큰 차이가 있었다. 이에 A씨는 B씨에게 매매계약 조건대로 C그룹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매장의 식자재 운송 일자리를 확보하여 제공해달라고 요청했으나, B씨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자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B씨를 상대로 매매대금 5,800만원에서 차량 매각을 통하여 회수한 2,800여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2,900여만원을 돌려달라는 소송(2019가단5104382)을 냈다. A씨는 2019년 6월 3,100만원(부가가치세 포함)에 차량을 매각하고,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2,800여만원을 회수했다.

서울중앙지법 김상근 판사는 9월 7일 "매매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되었다"며 "B씨는 A씨에게 2,9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숲이 A씨를 대리했다.

김 판사는 "①원고가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된 실질적인 이유는 피고가 소개하는 중고 차량을 매입하여 지입차량 운수회사에 지입하면 C사가 운영하는 베이커리 매장에 식자재 운송을 하는 고정적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던 사실, ②원고로서는 차량을 매입하여도 베이커리 매장 식자재를 운송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알았다면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다른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사실, ③피고는 베이커리 매장 식자재 운송 일자리를 확보하여 제공해달라는 원고의 요청에 대하여 C그룹의 다른 브랜드 영업점에 배송되는 식자재를 운송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으로써 일자리 제공의무를 다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그렇다면 피고의 베이커리 매장 식자재 운송 일자리 확보 · 제공의무는 매매계약의 목적달성에 있어 필요불가결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매매계약의 목적이 달성되지 아니하여 원고가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고 여겨질 정도의 주된 채무라고 봄이 상당하여, 피고는 매매계약의 내용에 부합하는 주된 채무 중 하나인 일자리 확보 · 제공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에 기하여 부담하는 피고의 주된 채무인 매매계약에 부합하는 차량 제공의무 및 매매계약의 궁극적 목적인 일자리 확보 · 제공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할 것이므로, 매매계약은 이를 이유로 한 계약해제의 의사표시를 담은 2021. 4. 14.자 청구원인변경신청서의 송달로써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할 것"이라며 "매매계약이 피고의 주된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적법하게 해제되어 소급적으로 효력을 잃은 이상 피고는 원상회복의무의 이행으로서 그 매매대금으로 지급받은 58,000,000원을 원고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는바, 한편 원고가 이 사건 차량 및 사업용 차량번호를 매도하여 28,181,818원을 회수한 사실은 자인하고 있으므로, 이를 공제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원상회복하여야 할 매매대금액은 29,818,182원(=58,000,000원–28,181,818원)"이라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