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부서 이동 6주 만에 '뇌경색' 30대 여성…산재"
[노동] "부서 이동 6주 만에 '뇌경색' 30대 여성…산재"
  • 기사출고 2021.10.1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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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업무상 부담으로 발병"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는 30대 여성이 기존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이동한 지 6주 만에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법원은 업무상 부담으로 뇌경색이 발병했다고 판단,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A(여 · 진단 당시 37세)씨는 2015년 회사에 입사하여 한 부서에서 근무하다가 2018년 7월 1일 다른 부서로 이동하여 선임 직책으로 근무했다. A씨는 그러나 부서를 이동한 지 6주 만인 8월 13일 오전 7시 3분쯤 자택에서 출근 준비를 하다가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어 '왼쪽 내경동맥 폐쇄로 인한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이에 A씨가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거부되자 소송(2019구단65064)을 냈다.

A씨는 기존 부서에서는 에너지진단을 통한 개선솔루션 개발 및 이를 통한 수주지원 업무, LEED(미국친환경인증) 관련 업무 등을 담당하였으나, 이동 후 부서에서는 필리핀 시스템에어컨 수주 현황 관리, 기술지원, 법인 및 거래선에 대한 엔지니어링 교육 업무를 담당하였다.

서울행정법원 안금선 판사는 8월 19일 "뇌경색은 원고의 업무상 부담으로 인하여 발병하였거나 원고의 기초질병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것으로서 원고의 업무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요양급여불승인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마중이 A씨를 대리했다.

안 판사는 "원고는 건축공학을 전공하였고, 회사 입사 전 장기간 친환경건축물 인증 업무를 담당한 경력이 있는 사람으로, 기존 부서에서 약 3년간 건물의 에너지양, 흐름, 공조시스템 등을 진단하여 개선방법을 개발하는 업무, 친환경인증 업무 등을 주로 수행하여 왔는데, 이동 후 부서에서는 제품 판매를 위해 개별 제품의 기능, 특징, 효율 등 세부적인 사항을 파악하여야 하고, 필리핀 현지 법인의 수주 현황을 매주 확인하여 관리하며, 이러한 사항에 관하여 필리핀 현지 법인 측과 원활하게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하는 등 원고의 전공이나 기존 업무 영역과는 무관한 제품 관련 기술과 영업 프로세스에 대한 지식, 외국어 능력 등이 필요하였고, 선호부서이기는 하나 다른 부서에 비하여 객관적인 업무량도 많았으므로, 이동 후 부서의 업무 자체가 원고에게는 큰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지적하고, "원고는 2018. 6.부터 주말에 영어학원을 다니는 등 영어공부를 하였는바, 이는 자기개발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일상적으로 영어로 의사소통하여야 하는 새로운 업무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고, 2018. 6. 13.경 전임자로부터 방대한 인수인계 자료를 송부받아 이를 숙지하여야 하였으며, 2018. 6. 25.부터 4일간 전임자를 대면하여 인수인계를 받았고, 이동 후 부서의 다른 팀원들이 원고의 업무 일부를 대신 처리하여 준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창원으로 출장을 가 교육을 받으면서 업무를 병행하여야 하였는바, 이동 후 부서에 적응하기 위한 위와 같은 일들 또한 원고에게 육체적 · 정신적인 부담이 되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 판사는 또 "피고가 산정한 원고의 업무시간은 주로 원고의 출퇴근카드가 출입구 단말기를 통과한 시각에 기초한 것으로, 발병 전 1주간 45시간 38분, 발병 전 4주간 평균 34시간 14분, 발병 전 12주간 평균 38시간 48분인바, 위 수치만으로는 원고가 상병 발병 무렵 과로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나, 원고가 발병 전 2주차에 하계휴가를 사용하였고 9, 10주차에 각 1일씩 휴가를 사용하여 평균 업무시간이 적게 산정된 것일 뿐 위 기간을 제외하면 기존 부서에서 매주 평균 40시간 이상 근무하였고 이동 후 부서에서는 매주 평균 45시간 이상 근무한 점, 원고가 하계휴가 중에도 3일에 걸쳐 회사의 클라우드 시스템에 접속하였고 이는 위 업무시간에 반영되지 아니한 점, 회사의 정책으로 인하여 직원들이 야근 대신 클라우드 시스템을 이용하여 자택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도 상당히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는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면서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기 위해 개별 제품의 세부적 사항이나 영업 프로세스 등을 따로 공부하여야 하였으므로 퇴근 후에도 여기에 시간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을 것인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실제 업무시간은 피고가 산정한 업무시간을 상당히 초과한다고 봄이 합리적"이라며 "피고가 산정한 원고의 업무시간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5항, 같은 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 3] 제1호 다목의 위임에 근거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한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에서 정한 업무시간 기준에 다소 미치지 못하지만, 원고의 실제 업무시간은 피고가 산정한 업무시간을 초과한다고 보일 뿐만 아니라, 원고의 업무환경의 변화, 업무내용, 정신적 부담을 고려하면, 원고로서는 업무시간에 반영되지 않는 업무상의 스트레스를 겪었을 것인바, 원고의 출퇴근카드, 컴퓨터 로그기록에 근거하여 산정된 업무시간이 위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정만을 들어 원고의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