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징계 의결 전 징계 회부 사실 회사 게시판에 공개…명예훼손 유죄"
[형사] "징계 의결 전 징계 회부 사실 회사 게시판에 공개…명예훼손 유죄"
  • 기사출고 2021.09.0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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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 아니야"

회사의 인사 업무 당당자가 징계 의결이 있기 전인 징계절차 회부 단계에서 직원의 징계 회부 사실을 회사 게시판에 공개하게 했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경기 하남시에 있는 건물의 경비, 시설관리 등을 담당하는 B사에서 인사 업무 등을 담당하는 A씨는, B사 직원으로 하남시에 있는 건물에서 전기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C씨가 근무 중 관리소장 등과 마찰을 빚자 C씨에 대한 징계절차 진행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이를 상부에 보고했고, B사는 A씨의 의견에 따라 2019년 7월 초순경 C씨에 대한 징계절차를 개시했다. A씨는 징계절차가 개시되자 수신자를 C씨로 하여 징계절차 회부와 징계사유가 기재된 문서를 작성해 C씨가 근무하는 건물로 우편으로 발송한 뒤, 관리소장에게 전화하여 해당 문서를 게시판에 게시하도록 지시했고, 관리소장이 2019년 7월 5일경 건물 방재실, 기계실, 관리사무실 게시판에 이 문서를 게시하여 건물에서 근무하고 있는 B사 직원 40여명이 볼 수 있게 했다. A씨는 관리소장과 공모하여 C씨에 대한 징계절차 회부 사실을 공연히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혐의를 인정해 A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A씨의 행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하자 검사가 상고했다. 형법 310조에 따르면,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할 수 없다.

대법원은 다시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8월 26일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1도6416).

대법원은 "이 사건 문서에 적시된 내용이 피해자의 사생활에 관한 것이 아니고 피해자가 회사에서 근무 중 저지른 비위행위에 관하여 징계절차가 개시되었다는 것이어서 공적인 측면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으나, 공적인 측면이 있다고 하여 징계절차에 회부된 단계부터 그 과정 전체가 낱낱이 공개되어도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징계혐의 사실은 징계절차를 거친 다음 일응 확정되는 것이므로 징계절차에 회부되었을 뿐인 단계에서 그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이를 사회적으로 상당한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B사의 운영매뉴얼엔 징계회부의 경우 징계혐의자에게만 공문을 보내도록 되어 있고, 해당 문서도 자체에서 경유자를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아니하고 수신자를 피징계자로 한정시켰다.

대법원은 "문서에는 피해자가 징계절차에 회부된 사실뿐만 아니라 징계사유로 근무성적 또는 근무태도가 불성실하고, 회사의 명예 또는 신용을 손상하였으며, 상급자의 업무상 지휘명령에 정당한 이유 없이 불복하였고, 상급자의 업무와 관련된 훈계에 대하여 불량한 태도를 보였다는 등 개략적인 징계사유가 기재되어 있으므로, 단순히 '절차에 관한 사항'이 공개된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피해자 본인이 징계절차 회부 사실을 통지받기 전에 근무현장의 게시판에 그 사실을 게시하여 공지할 만한 긴급한 필요성을 찾아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해자 대신 문서를 수령한 근무현장의 관리소장이 피해자에게 이를 전달하지 아니한 채 임의로 개봉하여 게시판에 게시하는 것은 그 과정에 있어서도 중대한 흠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해자에 대한 징계 의결이 있기 전에 단지 징계절차에 회부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피해자에게 일응 징계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사실이 공개되는 경우 피해자가 입게 되는 피해의 정도는 가볍지 않다"며 "피해자에 대한 징계절차 회부 사실이 공지됨으로써 원심이 밝힌 것과 같이 '이 사건 회사 내부의 원활하고 능률적인 운영의 도모'라는 공익이 달성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설령 그와 같은 공공의 이익이 있다고 하더라도 징계 의결이 이루어진 후에 그와 같은 사실을 공지하더라도 공익은 충분히 달성될 수 있다고 보인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의 행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명예훼손죄에서의 '공공의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