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37년간 화재진압하다가 '소뇌위축증' 걸린 소방관…국가유공자 해당"
[행정] "37년간 화재진압하다가 '소뇌위축증' 걸린 소방관…국가유공자 해당"
  • 기사출고 2021.09.07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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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고법] "국민 생명, 재산 보호와 직접 관련 있는 직무수행으로 상병 발생"

37년간 화재진압 업무를 수행하다가 희귀 뇌질환인 '소뇌위축증'에 걸린 소방관이 공무상 재해를 인정받은 데 이어 국가유공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국가의 수호, 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 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 소뇌위축증의 주된 원인이 되었고, 유해물질 또는 유해환경에의 직접적이고 반복적 노출로 인하여 상병이 발생하였음이 의학적으로 인정되어 국가유공자 대상자 요건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대구고법 행정1부(재판장 김태현 부장판사)는 6월 25일 소뇌위축증 진단을 받고 2014년 9월 퇴직한 전 소방관 A씨가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라"며 대구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9누55270)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국가유공자 요건 비해당 결정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1심부터 A씨를 대리했다.

해병대 출신인 A씨는 1977년 4월 대구시 지방소방사로 임용된 이래 지방소방교와 지방소방장을 거치며 2003년 9월까지 화재진압 등 경방과 구급 업무를 담당했으며, 경방 업무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계속하여 대응구조과, 119안전센터 등의 부서에서 업무를 수행하다가 2004년 8월 갑자기 구음장애, 얼굴감각 손실, 어지럼증, 보행장애 등의 증상으로 병원 응급실에 방문하여 소뇌위축증 진단을 받고, 뇌병변 3급의 장애등급 판정을 받았다. 소뇌위축증은 소뇌에 위치한 신경핵과 신경전달 경로에 변성이 초래되어 소뇌가 위축되는 질환으로 어지럼증, 보행과 중심이동 장애, 구음장애, 안구운동장애 등 증상을 동반한다. A씨는 2006년 2월 유전자 검사 결과 유전적 요인으로 발병하는 '2형 척수소뇌실조증'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2014년 2월 11일 오후 9시 22분쯤 야간 당직근무 중 쓰러져 재차 소뇌위축증 받고 공무원연금공단에 공무상요양 승인을 신청했으나 거절되자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모두 A씨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대법원은 2017년 9월 "원고의 공무수행과 상병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환송 후 법원은 공무상 요양불승인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하고 A씨에게 공무상 요양승인처분을 하는 내용의 조정권고를 했고, 공무원연금공단이 이를 받아들여 A씨에게 공무상 요양승인처분을 했다. 2014년 9월 명예퇴직한 A씨는 이와 별도로 대구지방보훈청에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으나 거부되자 소송을 내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했다.

대구고법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결(2015두41333 등)을 인용, "국가유공자법 시행령 제3조 [별표 1]에서 규정한 바와 같이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인정하기 위하여는 단순히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과 사망 또는 상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사망 또는 상이가 국가의 수호 · 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 · 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을 주된 원인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사망 또는 상이에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이 일부 영향을 미쳤더라도 그것이 주로 본인의 체질적 소인이나 생활습관에 기인한 경우 또는 기존의 질병이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으로 인하여 일부 악화된 것에 불과한 경우 등과 같이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이 그 사망이나 상이의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국가유공자법령에서 정한 국가유공자 요건의 인정 범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가 수행한 직무는 ㉮국가의 수호 · 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 · 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로서, ㉯소방공무원으로서 화재진압, 인명구조 및 구급 업무, 화재 · 재난 · 재해로 인한 피해복구, 화학물질 · 발암물질 등 유해물질 취급, 119에 접수된 생활안전 및 위험제거 행위(화재 · 재난 · 재해 또는 위험 · 위급한 상황에서의 생활안전 지원에 해당되는 경우를 말한다) 또는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위로 평가되며(국가유공자법 제4조 제1항 제6호,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별표 1] 제2호의 2-1호 다.목), ㉰원고는 화학물질 · 발암물질 · 감염병 등 유해물질을 취급하거나 이에 준하는 유해환경에서의 직무수행(이와 관련된 교육훈련을 포함한다) 중 이들 유해물질 또는 유해환경에 상당한 기간 직접적이고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질병이 발생하였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된 질병에 걸린 사람(위 [별표 1] 제2호의 2-8호 라.목)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국가의 수호 · 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 · 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 소뇌위축증의 주된 원인이 되었고, 유해물질 또는 유해환경에의 직접적이고 반복적인 노출로 인하여 상병이 발생하였음이 의학적으로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는 국가유공자 대상자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의 근무 시간, 직무 내용 및 환경 등을 감안하여 볼 때, 원고는 소방관으로서의 직무수행을 '주된 업무'로 하고 있었고, 원고가 직무수행 현장 이외에서 유해 물질이나 유해환경에 장기간 노출되었다는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원고에게 '소뇌위축증'이나 뇌손상과 같은 기존 질병이 있었다거나, 이러한 상병을 초래할 수 있는 체질적인 소인이나 생활습관이 있다는 자료 또한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화재현장에서는 화재로 인하여 고열과 화학물질, 발암물질 등 유해물질이 발생하며, 소방관들이 공기호흡기, 보호복 등 각종 보호장구를 착용하더라도 유해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특히 원고가 경방 업무를 담당하던 기간에는 보호장구 보급률이 매우 낮고, 그 성능 또한 좋지 않았다"며 "원고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장기간 경방 업무를 수행하면서 일산화탄소 등의 유해물질과 고열에 장기간에 걸쳐 직접적이고 반복적으로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