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저성과 점장 영업개선TF팀으로 전보…사직 종용 위한 부당전보"
[노동] "저성과 점장 영업개선TF팀으로 전보…사직 종용 위한 부당전보"
  • 기사출고 2021.08.23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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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홈플러스에 패소 판결

홈플러스가 성과평가 결과 최하등급을 받은 점장들에게 희망퇴직을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 점장들을 영업개선TF팀으로 전보했다. 법원은 사실상 사직을 종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며 부당전보라고 보았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는 7월 23일 홈플러스가 "A씨 등 점장 8명에 대한 전보처분을 부당전보로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0구합66466)에서 이같이 판시, 홈플러스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무법인 광장이 홈플러스를, 피고보조참가한 A씨 등 8명은 김경수, 김경현, 안주연, 조현석 변호사가 대리했다.

홈플러스는 점포와 점장에 대해 2018~2019년 두 차례 성과평가를 한 뒤 두 번 모두 최하등급인 5등급을 받은 점장 중 13명을 면직책 대상자로 선정하고 희망퇴직을 제안했다. 이들 중 3명은 희망퇴직을 수용했으나 A씨 등 8명을 포함한 나머지 10명은 희망퇴직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이후 홈플러스가 이 10명을 본부 '영업개선TF팀'으로 전보하고 직책도 관리직인 '점장'에서 일반 '팀원'으로 변경하자, A씨 등 8명이 부당전보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 서울지노위가 '각 전보처분은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생활상 불이익이 현저하며,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 절차를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홈플러스가 중노위에 재심을 심청했으나 같은 이유로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각 전보처분의 업무상 필요 정도 및 그로 인한 참가인들의 생활상 불이익 정도,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 준수 여부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각 전보처분은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결국 전보처분은 부당전보에 해당하므로, 이와 같은 판단을 한 재심판정은 적법하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먼저 "원고가 도소매업을 영위하는 영리법인으로 개별 점포의 운영 실적이 회사 경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경영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점장 직책에 적합하지 않은 근로자들을 보다 적합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부서로 전보함으로써 실적 개선을 꾀할 일반적인 경영상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각 전보처분은 단순히 인원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것을 넘어, 원고가 선정한 13명의 저성과자(면직책 대상자) 중 원고의 희망퇴직 제안에 불응한 근로자들에 대하여 사실상 사직을 종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며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을 모두 살펴보아도, 신설된 영업개선TF팀이 '면직책 대상자들의 퇴직 압박'이라는 주된 기능 외에 참가인들을 팀원으로 영입하여 업무능률을 증진시키고 근로의욕을 고취시키는 기능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실제로 위 팀은 신설된 지 채 3개월도 되지 않은 2020. 1. 1. 조직개편으로 해체되었고, 참가인들을 포함한 면직책 대상자들은 전원 또다시 면직책 대상자들을 위해 신설된 'Wholesale membership팀'으로 전보되었다. 한편 홈플러스의 희망퇴직 제안, 면담, 각 전보처분을 통한 전진배치 프로그램 운영 등의 과정에서 면직책 대상자 총 13명 중 4명이 실제 희망퇴직을 했다.

재판부는 "직책 강등으로 인하여 참가인들은 기존에 지급받던 점장 직책수당(월 75만원)도 지급받을 수 없게 되었을 뿐 아니라, 사실상 퇴직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엄격한 평가가 예정된 업무 수행으로 인한 정신적 부담감도 매우 클 것으로 보이고, 일부 참가인들의 경우 근무 권역이 오랫동안 생활근거지를 두고 있던 부산, 대구 등 지역에서 서울 본부로 변경됨으로써 가족생활상의 불이익도 초래되었다"고 지적하고, "원고는 일부 참가인들이 이사비, 비연고지 수당(월 25만원) 등을 지급받아 생활상 불이익이 크지 않다고 주장하나, 각 전보처분의 업무상 필요 정도와 비교, 교량해 볼 때 참가인들의 위 업무수행상의 어려움, 경제적, 가족 · 사회적, 정신적 불이익은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으로 보이고, 이사비, 비연고지 수당 등을 지급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참가인들에 대한 불이익 처분이 정당화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고가 각 전보처분에 앞서 참가인들과 2차례의 면담 절차를 거치기는 하였으나, 이는 원고의 희망퇴직 제안에 불응한 근로자들을 압박하여 사직을 종용하기 위한 절차에 불과하였고, 면직책대상자 선정을 위한 기준에 관하여 참가인들 또는 원고의 노동조합 등 근로자 측과 어떠한 협의를 거친 바가 없어, 각 전보처분은 근로자 측과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관련 대법 판례=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사용자는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 그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할 수 없고,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전보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 교량하고 근로자 측과의 협의 등 그 전보처분 등의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1998. 12. 22. 선고 97누5435 판결,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7두2015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사용자가 전직처분 등을 할 때 요구되는 업무상의 필요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된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두44162 판결 등 참조).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