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해고사유 알 수 있었으면 회의록 해고 통지도 유효"  
[노동] "해고사유 알 수 있었으면 회의록 해고 통지도 유효"  
  • 기사출고 2021.08.1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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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해고 기재한 회의록에 서명 받은 후 사본 교부

근로자가 해고사유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면 회의록에 해고를 기재하고 해고 대상자로부터 확인 서명을 받은 후 사본을 교부한 것도 유효한 해고 통지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액체여과기 제조업체인 A사는 2019년 5월 16일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본부장으로 근무하던 B씨의 업무처리와 관련하여 회의를 진행하면서, B로부터 업무처리 경위와 후속조치 계획에 관한 사유서를 제출받고, 이를 검토하여 퇴사를 명할 수 있다고 경고한 다음 같은 날 오전 8시 20분부터 B의 업무를 정지시켰다. A사는 회의 결과 최종적으로 B를 해고하기로 결정하고 이와 같은 사실을 기재한 회의록에 B로부터 확인 서명을 받고 그 사본을 교부했다. 회의록에는 회의 일시, 장소와 참석자를 기재하고, 회의 내용으로 '세금계산서 문제'로 회의를 개최하고, 회사에서 구매한 물품에 대해서 송금처가 법인명의 계좌가 아닌 개인명의 계좌로 되어 있어 B가 사유서를 제출했으며, B에 대한 퇴사경고와 정직명령을 하되 B에 대한 퇴사조치를 2019. 5. 16. 12:11으로 한다는 사실이 일목요연하게 기재되어 있었다. 이에 B가 부당해고라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 경기지노위가 해고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해고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아니한 절차상 하자가 있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초심판정을 내렸다. A사가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중노위가 해고사유는 인정하면서도 해고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아니한 절차상 하자가 있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재심판정을 내리자 소송을 냈다.

이에 앞서 근로계약기간을 2019년 3월 1일부터 2020년 2월 29일까지로 하되 1년의 시용기간을 두는 조건으로 A사에 채용되어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본부장으로 근무한 B는, 게이트밸브 공급업체로부터 법인명의의 세금계산서를 발행받았는데, 경리직원의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그 대금을 공급업체의 법인명의가 아닌 개인명의 계좌로 대금을 지급하면서, 공급업체의 납세자 등록 여부 등에 관한 확인이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A사가 B의 시용기간 중 발생한 이와 같은 업무처리로 말미암아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부가가치세를 환급받기 어려워지고 세무조사를 받는 등 불이익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하였다고 판단, 회의를 열고 B를 해고한 것이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이 해고는 서면으로 해고사유가 통지되지 아니하였으므로 효력이 없다"며 A사의 청구를 기각하자 A사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하급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7월 29일 "B는 회의록(이 사건 서면)에 의해 해고통지를 받을 당시 이미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회의록에 해고사유가 된 B의 업무상 잘못이 다소 축약적으로 기재되었고 회의록의 형식으로 작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위 서면에 의한 해고통지가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1두36103).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그 효력이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도록 하고, 해고의 존부,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나중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며,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 해고통지서 등 그 명칭과 상관없이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서면이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