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전동킥보드 타고 출근하다가 신호 위반해 교통사고 당했어도 산재"
[노동] "전동킥보드 타고 출근하다가 신호 위반해 교통사고 당했어도 산재"
  • 기사출고 2021.08.1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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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산재보험법 보호대상에서 배제될 정도 위법 아니야"

전동킥보드를 타고 출근하다가 신호를 위반하여 횡단보도를 횡단하다가 화물차와 부딪혀 교통사고를 당했더라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회사원인 A씨는 2019년 11월 20일 오전 9시 38분쯤 원동기장치자전거 운전면허 없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출근하던 중 서울의 한 빌딩 앞에 있는 보행신호등의 녹색등화가 점멸될 때 횡단보도에 진입하여 횡단하다가, 보행신호등이 적색등화로 바뀐 후 차량신호등의 녹색등화에 따라 편도 3차로 도로의 3차로에서 주행을 시작한 화물차에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로 인해 왼쪽 정강뼈 골절, 왼쪽 무릎관절 인대 파열 등의 진단을 받은 A씨가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사고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3조 2항 1호(신호위반)에 해당하는 중과실에 의한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불승인되자 소송(2020구단61488)을 냈다. 산재보험법 37조 2항은 "근로자의 고의 · 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 · 질병 · 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는 "사고가 원고와 화물차 운전자의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한 것으로, 원고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고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박종환 판사는 7월 7일 A의 주장을 받아들여, "요양급여불승인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한민앤대교가 A를 대리했다.

박 판사는 먼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규정한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이라 함은 오로지 또는 주로 근로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을 말하고, 이때 중대한 과실이라는 요건은 되도록 엄격하게 해석 · 적용하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운전자가 신호위반 등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다가 교통사고를 야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그 사고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 배제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그 사고가 발생한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과 교통사고 방지 노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행신호등의 녹색등화가 점멸되고 있는 상태에서 전동킥보드를 타고 횡단보도를 횡단하기 시작하여 횡단을 완료하기 전에 보행신호등이 적색등화로 변경된 후 차량신호등의 녹색등화에 따라 주행을 시작한 화물차에 충돌하였는바, 원고에게 과실이 있었음은 충분히 인정되나, ①사고 당시 전동킥보드의 이용자가 급격히 증가하는데 비해 도로의 통행방법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를 규제하기 위한 법적 · 제도적 장치도 미비하여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던 점, ②이 사고와 관련하여 원고가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운전)죄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것 이외에 다른 범죄로 기소되거나 처벌받은 적은 없는 점, ③원고의 위와 같은 전동킥보드 운전행위가 산재보험법의 보호대상에서 배제될 정도로 그 위법의 정도나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④전동킥보드를 타고 횡단보도를 횡단하는 킥보드 운전자는 횡단보도를 통행 중인 보행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상대방 화물차 운전자에게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에서 규정한 보행자보호의무가 있다고는 할 수 없으나, 이 사건과 같이 보행신호등의 녹색등화가 점멸되고 있음에도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자전거나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흔히 있고, 또 횡단 도중에 녹색신호가 적색신호로 바뀐 경우에도 그 교통신호에 따라 정지함이 없이 나머지 횡단보도를 그대로 횡단하는 자전거나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흔히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며, 이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므로 보행신호등이 '녹색신호에서 정지신호로 바뀔 무렵 전후'에 횡단보도를 통과하는 자동차 운전자는 자전거나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교통신호를 철저히 준수할 것이라는 신뢰만으로 자동차를 운전할 것이 아니라 좌우에서 이미 횡단보도에 진입한 자전거나 전동킥보드가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또한 그의 동태를 두루 살피면서 자동차를 운전하여야 할 업무상의 주의의무는 있는 점, ⑤사고 지점은 편도 3차로 도로로 그 양쪽에 빌딩이 연이어 들어서 있어서 차량과 사람의 통행이 비교적 번잡한 곳이고, 상대방 화물차 운전자는 원고가 횡단을 거의 끝마칠 무렵에 편도 3차로 도로의 3차로에서 주행을 시작하였으며, 당시 화물차 운전자의 전방 시야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사고가 오로지 또는 주로 원고의 중과실로 인한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A의 위와 같은 전동킥보드 운전행위는 산재보험법 37조 2항 본문에서 정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결국 출근 중 발생한 이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근로복지공단은 또 "사고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3조 2항 7호(무면허운전)에 해당하는 중과실에 의한 범죄행위도 원인이 되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박 판사는 그러나 "도로교통법 제154조 제2호가 원동기장치자전거 무면허운전에 대하여 3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전동킥보드 무면허운전이 자동차나 오토바이 무면허운전에 비하여 도로교통의 안전을 해치는 위험성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점, 서울지검 주임검사도 이러한 사정을 참작하여 원고의 무면허운전에 대하여 기소유예처분을 내린 점,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이라 함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부상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지, 간접적이거나 부수적인 원인이 되는 경우까지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는 바(대법원 2016두55919 판결 등 참조), 원고의 무면허운전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보태어 보면,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