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 "자기가 쓴 책이라도 공저자 허위 기재하면 저작권법 위반"
[지재] "자기가 쓴 책이라도 공저자 허위 기재하면 저작권법 위반"
  • 기사출고 2021.08.1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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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이름 올린 공저자들도 유죄

교수가 자기가 쓴 책을 발행하면서 저작자가 아닌 다른 교수들을 공저자로 허위로 기재했다면 비록 본인이 저자라도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저작권법 137조 1항 1호는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하여 실명 · 이명을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7월 15일 자기가 쓴 책에 다른 교수 4명을 공저자로 허위로 기재했다가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 대학의 소방안전관리과 교수 A씨에 대한 상고심(2018도144)에서 A교수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교수 2명은 각 벌금 700만원, 또 다른 교수 1명은 벌금 1,000만원이 확정되었다. 나머지 교수 1명은 무죄가 확정되었다.

A교수는 2012년 9월경 출판사로부터 요청을 받고 2008년 3월에 초판이 나온 자신이 쓴 서적의 3판 1쇄에 저작자가 아닌 다른 교수 4명을 공저자로 추가해 발행했다가 이 교수 4명과 함께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가 A교수에게 벌금 500만원,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교수 4명에게 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자 A교수와 다른 교수 3명이 항소했다. 나머지 교수 1명은 항소하지 않아 1심 형량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A교수의 형량은 그대로 유지했으나, 다른 교수 2명에 대해선, "그동안 일부 대학교수들 사이에는 이 사건의 경우처럼 실제로는 공저자가 아님에도 부정한 사익을 추구하고자 타인의 저서에 자신들의 이름을 공저자로 추가하는 잘못된 관행이 존재하였던 것이 사실인바, 이러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하여도 피고인들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으나, 이 범행 이후에는 대학교수로서 성실히 재직 중인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들이 이 서적의 발행으로 인하여 실제로 얻은 이득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각 벌금 700만원으로 감형했다.

교수 1명은 이 서적의 초판에만 이름을 올리겠다고 승낙한 것으로 인정되어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3판 발행과 관련하여 사전에 피고인을 공동저작자로 등재하여 발행하는 것을 승낙하였거나 그 발행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하였다는 것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2008. 2.경 이 서적의 초판에 자신이 공동저작자로 표시되어 발행되는 것을 승낙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그 승낙의 효력이 그 이후 '판'을 달리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개정판 발행에도 미친다고 보는 것은 형사처벌의 범위를 부당히 넓힐 우려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해당 서적의 초판에 자신을 공동저작자로 등재할 것을 승낙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승낙의 효력이 당연히 그 서적의 3판에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에 A교수 등과 검사가 모두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검사의 상고는 무죄가 난 교수에 대한 것이나 기각되었다.

대법원은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이상 위 규정에 따른 범죄는 성립하고, 사회통념에 비추어 사회 일반의 신뢰가 손상되지 않는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닌 한 그러한 공표에 저작자 아닌 자와 실제 저작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며 "또한 실제 저작자가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하는 범행에 가담하였다면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 위반죄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