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한국 법률시장 개방 10년
[Special Report] 한국 법률시장 개방 10년
  • 기사출고 2021.07.09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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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진출 26개 로펌 순항 중
사건 증가에 상주 변호사 늘려

법률시장이 처음 개방되면 많은 외국 로펌들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현지사무소를 개설하며 몰려들었다가 시장의 수요-공급이 균형을 이루어가며 안정화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한다. 2012년 본격적으로 개방된 한국시장도 개방 원년인 2012년 한 해에만 모두 13곳의 영미 로펌이 서울사무소 설립인가를 받아 진출하는 등 초기 선발 경쟁의 모습이 나타났던 게 사실이다. 2012년 3월 법무부가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즉, 서울사무소 설립인가 신청을 받기 시작하자 가장 먼저 접수하기 위해 미국 로펌 관계자들이 해가 뜨기 전인 오전 6시 무렵부터 과천의 법무부 청사에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 법무부가 출입 경위를 조사해 과천청사가 공식적으로 업무를 시작한 후 정상적으로 출입증을 받고 들어온 로펌에 '접수 1번'을 부여하는 해프닝이 일기도 했다.

2012년 7월 로펌 3곳 동시 인가

그해 7월 19일 미국 로펌 롭스앤그레이(Ropes & Gray), 쉐퍼드멀린(Sheppard Mullin)과 영국 로펌 클리포드 챈스(Clifford Chance) 3곳이 동시에 서울사무소 설립인가를 받아 본격적인 외국 로펌 시대가 열린 이후 시장개방 10년째로 접어든 한국의 외국 로펌 시장은 어떨까. 그동안 서울에 사무소를 연 영미 로펌 등 외국 로펌은 중국 로펌 2곳을 포함 모두 31곳까지 늘어났다가 이후 5곳이 서울사무소를 폐쇄했거나 폐쇄절차를 밟고 있어 6월 현재 사실상 26곳으로 줄어든 상황. 그러나 한국시장은 25개가 넘는 외국 로펌이 서울에 변호사를 보내 활발하게 업무를 수행할 정도로 성공적인 시장개방 사례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한국 법률시장이 열린 지 10년째가 되었다. 모두 26곳의 외국 로펌이 서울사무소를 가동하는 가운데 서울에 상주하는 외국 로펌의 변호사들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 법률시장이 열린 지 10년째가 되었다. 모두 26곳의 외국 로펌이 서울사무소를 가동하는 가운데 서울에 상주하는 외국 로펌의 변호사들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G8' 논란이 일 정도로 발전하고 있는 한국경제의 위상과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한국기업의 해외진출 등 글로벌화가 늘어나는 섭외 법률서비스의 배경으로 이해된다. 서울에 진출한 외국 로펌들은 크로스보더 M&A에 자문하고 듀얼 트렌치(dual tranche)로 진행되는 IPO 업무와 한국기업 등의 해외채권 발행 거래에서 분주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또 한국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부닥치는 국제소송과 국제중재 사건이 늘어나면서 분쟁해결 전문 로펌들이 상당한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한국의 수출신용기관과 건설사 등 EPC 업체들의 해외 에너지 · 인프라스트럭처 개발에 관련된 프로젝트 자문, 프로젝트 파이낸싱도 외국 로펌들 사이에 또 하나의 커다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서울의 외국 로펌가에선 해상 전문, IP 전문 등 특정분야에 특화한 전문 로펌들도 확고한 입지를 다지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 로펌 서울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한국 법률시장의 1차 개방 이래 근 10년이 경과하며 외국 로펌들이 한국기업들에게 보다 많은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한국과 한국기업들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세계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어 다양한 분야의 관련 법률서비스에 대한 니즈도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조 7천억 지급

한국은행이 집계한 법률서비스 수지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2020년 1년간 한국기업 등이 외국 로펌에 지급한 법률서비스 지출이 15억 7,820만 달러, 우리돈 약 1조 7,675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외국 로펌 서울사무소의 매출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매년 인사혁신처가 발표하는 연매출 100억원 이상 로펌 명단에 외국 로펌 4~5곳이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등 점차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사내변호사 등에 따르면, 외국 로펌들은 변호사 보수 요율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업무분야에 따라서는 일종의 독과점이 형성되며 수임료를 비싸게 청구해 폭리를 취하는 로펌도 없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서울사무소를 열었다가 폐쇄한 로펌들도 한국시장이 매력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해당 로펌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 등 특수한 사정 때문으로 배경이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서울사무소를 개설했다가 접은 로펌으로는 2012년 가을 진출했다가 6년 만인 2018년 11월 철수한 미국 로펌 심슨 대처(Simpson Thacher & Bartlett)를 시작으로 2019년 여름 서울사무소를 폐쇄한 맥더못 윌앤에머리(McDermott Will & Emery), 지난해 코로나19 와중에 철수한 코헨앤그레서(Cohen & Gresser)가 있고, 2012년 여름 가장 먼저 서울사무소를 연 선발주자 중 하나였던 클리포드 챈스가 현재 철수절차를 밟고 있다. 또 맥케나 롱앤앨드리지(McKenna Long & Aldridge) 이름으로 서울사무소를 냈다가 맥케나가 덴튼스(Dentons)와 합병하며 덴튼스가 되었던 덴튼스 USA 서울사무소도 덴튼스가 국내의 리인터내셔널과 제휴해 덴튼스리가 되며 지금은 폐쇄된 상태다.

그러나 외국 로펌의 서울사무소에 상주하는 변호사들에 따르면, 여전히 서울사무소 개설을 희망하는 외국 로펌이 적지 않으며, 한국 로펌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한국 진출을 모색하는 또 다른 외국 로펌 소식도 들리고 있다.

FLC 자격승인 200명 넘어

한국에 진출한 외국 로펌들의 업무가 증가하며 서울 상주 외국변호사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6월 현재 법무부로부터 자격승인을 받은 외국법자문사(FLC)가 누적 기준 이미 200명을 넘어섰으며, 외국 로펌의 서울사무소엔 FLC 자격승인을 아직 받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의 FLC들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사무소로 소속을 옮긴 외국변호사들도 적지 않게 상주하고 있다. 법무부에서 FLC 자격승인을 받으면 직접 원자격국의 법령에 관한 자문, 원자격국이 당사국인 조약 및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관습법에 관한 자문과 국제중재사건을 대리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한국 법률시장이 개방된 지 10년을 맞으며 외국 로펌들 사이에 또는 한국 로펌들과의 사이에 경력변호사 이동이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어 주목된다. 시니어 변호사들 중에선 아예 실무 변호사 생활에서 은퇴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등 세대교체의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에 나와 있는 영미 로펌들은 소송이나 거래 자문 등 대부분의 업무에서 한국 로펌과 짝을 이루어 공동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발표된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를 약 3조 4,000억원에 인수하는 크로스보더 M&A에서 이마트는 롭스앤그레이와 법무법인 태평양이 대리하고, 미국 법인인 이베이 본사는 김앤장과 왁텔 립튼(Wachtell, Lipton, Rosen & Katz)이 자문하고 있다. 또 현재 변론이 진행 중인 주요 국제중재 케이스 중 하나인 어피너티 컨소시엄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이의 풋옵션을 둘러싼 ICC 중재는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즈(Herbert Smith Freehills)와 김앤장이 어피너티 측을, 신 회장은 법무법인 광장과 퀸 엠마누엘(Quinn Emanuel Urquhart Sullivan)이 맡아 대리전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공동대리의 필요 때문인지 외국 로펌들은 외국법자문사법이 허용하고 있는 특정 한국 로펌과의 합작법무법인 설립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롭스앤그레이의 김용균 서울사무소 대표는 "한국 진출 당시에 밝힌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한국 로펌과 합작할 계획이 없다"며 "지금처럼 한국 로펌들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 상생하며 한국 관련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도록 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리걸타임즈가 시장개방 10년째를 맞아, 서울에 사무소를 열어 현장에서(on the ground) 한국기업 등을 상대로 밀착자문을 제공하는 주요 외국 로펌들의 현주소를 조명한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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