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법]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기후소송 위헌결정의 내용과 의의
[환경과 법]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기후소송 위헌결정의 내용과 의의
  • 기사출고 2021.07.0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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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 부담 미래세대에 일방적 전가 위헌"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각국 정부 대응의 소극성과 불충분성에 대해 헌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이른바 기후소송이 전 세계적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최근 독일 연방기후보호법 상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관련 규정이 위헌이라는 주목할 결정을 내렸다.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는 히틀러의 나치즘이 실정법에 근거하여 자행한 홀로코스트 대량학살의 반인륜적 국가범죄에 대한 처절한 반성 위에 1951년 설립된 독일의 최고 재판소로, 1987년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설립될 때도 참고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유럽 지역에서 가장 모범적이고 지도적인 헌법재판소로 존경을 받고 있는 독일 헌재의 위헌결정 내용을 상세히 소개한다.

◇이병주 변호사
◇이병주 변호사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2021. 4. 29. '국가에는 기후변화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미래세대의 자유를 보호할 의무가 있고, 현행 독일 연방기후보호법(Bundes-Klimaschutzgesetz) 상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관련 규정에는 미래세대에게 탄소예산을 소비할 권리를 불평등하게 분배하고 그 결과 미래세대의 자유권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헌법위반의 점이 있으므로, 독일 연방의회는 내년 2022년 12월 31일까지 연방기후보호법의 해당 조항을 헌법적 요구에 맞는 내용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 형식의 2021. 3. 24.자 독일 연방기후보호법 위헌결정을 발표했다(BVerfG Beschluss vom 24. 3. 2021. 1 BvR 2656/18, 1 BvR 96/20, 1 BvR 78/20, 1 BvR 288/20, 1 BvR 78/20).(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영문 보도자료: Bundesverfassungsgericht - Press - Constitutional complaints against the Federal Climate Change Act partially successful, 독일어 위헌결정문 원문: Bundesverfassungsgericht - Entscheidungen - Verfassungsbeschwerden gegen das Klimaschutzgesetz teilweise erfolgreich)

조심스럽게 말하면, 세계 최초의 선구적인 기후소송 승소판결인 네덜란드 우르헨다(Urgenda) 판결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i)과연 우르헨다 판결과 같이 적극적인 태도의 기후소송 판결이 다른 나라의 법원에서도 계속 내려질 수 있을지 (ii)아니면 여전히 전통적인 입장에서 기후변화대응과 관련된 헌법적 환경권 보호의무의 인정을 주저하는 소극적 판결들이 나오게 될지, 우르헨다 판결의 국제적 영향력에 대해서 다소의 의문부호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우르헨다 판결보다 진일보

그런데 (i)국가의 기후대응 의무가 국민의 생명 및 건강, 그리고 미래세대의 전반적인 자유를 위한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에 해당한다는 헌법적 원칙, (ii)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헌법소원의 제기를 위한 현재성, 직접성, 자기관련성, 보충성을 모두 충족한다는 청구적격의 법리를 정면으로 인정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이번 위헌결정은, 네덜란드 우르헨다 판결보다도 더 깊고 폭넓게 향후 전 세계 기후소송의 청구적격 및 본안 심리에 관한 헌법적 권리를 확장한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역사적 의의가 있다.

이번 독일 기후소송 위헌결정의 보편적 확장성과 영향력에 대해서는 아래의 두 가지 점을 말씀드릴 수 있다. 그 첫째는 독일이 전 세계 대륙법계 국가 중의 가장 본류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전 세계 헌법재판소들에 대한 독일 헌법재판소의 법리적 영향력에 비추어볼 때 향후 전 세계의 대륙법계 법원들이 이번 독일 위헌결정의 법리를 보편적 헌법원칙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줄리아나 사건에선 청구적격 부정

그 둘째는 이번의 독일 기후소송 위헌결정이 영미법(common law)계 대표국가 중의 하나인 미국의 청소년 21명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기후소송인 줄리아나(Juliana) 사건에서, 미국 연방항소법원(9th Circuit Court)이 2020. 1. 17. 기후변화 대응 문제는 입법부와 행정부 권한의 '정치적 문제(political question)' 영역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청구적격을 부정하고 사건을 각하(dismiss)한 판결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민경 변호사
◇김민경 변호사

줄리아나 사건에 대한 미국 연방법원의 2020년 각하 판결이 기후소송을 제기하고 미래세대에 대한 사법적 보호를 호소하는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상당한 좌절감을 주었다면, 그로부터 1년 정도가 지난 시점에서 미래세대에 대한 헌법적 보호를 강조하고 그에 대한 국가의 헌법적 대응을 명하고 있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2021년의 위헌결정은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커다란 희망을 주는 '사법적 기후선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기후소송 판결은 실망스러웠고, 유럽(독일과 네덜란드)의 기후소송 판결은 희망을 주었다면, 이제 다음 차례는 아시아(대한민국)의 기후소송 판결이다.

이번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기후소송 위헌결정 중 몇 가지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결정 내용들을 순서대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기후변화대응에 관한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를 명백하게 천명한 점이다. 독일 위헌결정의 판례 요지(Leitsätze, guiding principle) 제1항은 아래와 같이 판시하고 있다.

기후변화대응 국가 보호의무 천명

『독일연방 기본법(=독일의 연방헌법에 해당) 제2조 제2항 1문에 근거한 생명 및 신체적 건전성 보호에는, 위협을 하는 가해자 및 위협을 받는 상황과 관계없이 '환경오염에 의한 기본권 침해에 대한 보호'가 포함된다. 기본법 제2조 제2항 1문에 근거한 '국가의 보호의무에는 기후변화의 위험으로부터 생명과 건강을 보호할 의무도 포함'된다. 위 조항(기본법 제2조 제2항 1문)은 또한 '미래 세대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법률에 의해서 보호해야 할 의무'를 요구한다.』(Der Schutz des Lebens und der körperlichen Unversehrtheit nach Art. 2 Abs. 2 Satz 1 GG schließt den Schutz vor Beeinträchtigungen grundrechtlicher Schutzgüter durch Umweltbelastungen ein, gleich von wem und durch welche Umstände sie drohen. Die aus Art. 2 Abs. 2 Satz 1 GG folgende Schutzpflicht des Staates umfasst auch die Verpflichtung, Leben und Gesundheit vor den Gefahren des Klimawandels zu schützen. Sie kann eine objektivrechtliche Schutzverpflichtung auch in Bezug auf künftige Generationen begründen.)

기후보호의 상대적 중요성 인정

둘째는, 헌법적 심사에 있어서 국가의 기후보호의무와 다른 법익과의 법익형량 과정에 있어서 기후보호의 상대적 중요성이 점점 더 가중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판례 요지 2a항의 내용이다.

『기본법 제20a조는 국가에 기후보호 의무를 부과한다. 이것은 또한 기후 중립성(탄소중립)의 달성을 목표로 한다.

기본법 제20a조는 다른 고려사항들보다 무조건적인 우선순위를 가지는 것은 아니고, 법익 간의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 다른 헌법적 권리 및 원칙과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이 점과 관련하여, 법익 형량의 과정에서 기후보호의 상대적 중요성은 기후변화가 계속 진행됨에 따라 더욱 가중되고 있다.』("2. Art. 20a GG verpflichtet den Staat zum Klimaschutz. Dies zielt auch auf die Herstellung von Klimaneutralität. a. Art. 20a GG genießt keinen unbedingten Vorrang gegenüber anderen Belangen, sondern ist im Konfliktfall in einen Ausgleich mit anderen Verfassungsrechtsgütern und Verfassungsprinzipien zu bringen. Dabei nimmt das relative Gewicht des Klimaschutzgebots in der Abwägung bei fortschreitendem Klimawandel weiter zu.")

세대간 자유 보장 강조

셋째는 이번 독일 기후소송 위헌결정이 온실가스 감축 법령의 위헌성을 인정함에 있어서 미래세대에 대한 세대간 자유 보장을 가장 중요한 헌법적 가치로 강조했다는 점이다. 이는 판례 요지 4항의 내용이다.

『특정한 조건 하에서, 기본법은 기본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자유를 여러 시대에 걸쳐 보장할 의무를 부과하고, 세대들 간에 자유를 누릴 기회를 비례적으로 분배할 것을 요구한다. 기본법 제20a조의 입법취지에 따르면, 기본권은 세대 간의 자유 보장으로서,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미래 세대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것을 반대한다. 기본법 제20a조의 객관적인 법적 보호명령은 또한 다음 세대를 극단적인 금욕을 통하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빠뜨리지 않도록 생명의 자연적 기초를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할 필요도 포함한다. 미래 세대의 자유에 대한 보호는 또한 적절한 시간 내에 기후중립(탄소중립) 상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여, 이는 미래의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투명한 지침을 더 빠른 시기에 규정하는 것을 요구하는데, 이러한 지침은 필요한 개발의 방향, 이를 구현하기 위한 절차, 충분한 개발 수준에 대한 압력과 계획상의 명료성의 제공을 제공하는 것이어야 한다.』("4. Das Grundgesetz verpflichtet unter bestimmten Voraussetzungen zur Sicherung grundrechtsgeschützter Freiheit über die Zeit und zur verhältnismäßigen Verteilung von Freiheitschancen über die Generationen. Subjektivrechtlich schützen die Grundrechte als intertemporale Freiheitssicherung vor einer einseitigen Verlagerung der durch Art. 20a GG aufgegebenen Treibhausgasminderungslast in die Zukunft. Auch der objektivrechtliche Schutzauftrag des Art. 20a GG schließt die Notwendigkeit ein, mit den natürlichen Lebensgrundla gen so sorgsam umzugehen und sie der Nachwelt in solchem Zustand zu hinterlassen, dass nachfolgende Generationen diese nicht nur um den Preis radikaler eigener Enthaltsamkeit weiter bewahren könnten. Die Schonung künftiger Freiheit verlangt auch, den Übergang zu Klimaneutralität rechtzeitig einzuleiten. Konkret erfordert dies, dass frühzeitig transparente Maßgaben für die weitere Ausgestaltung der Treibhausgasreduktion formuliert werden, die für die erforderlichen Entwicklungs- und Umsetzungsprozesse Orientierung bieten und diesen ein hinreichendes Maß an Entwicklungsdruck und Planungssicherheit vermitteln.")

청구적격 등 인정

넷째는 기후변화 피해로 인한 헌법소원의 청구적격, 즉 청구인들 피해의 직접성, 자기관련성, 현재성, 그리고 보충성을 모두 깨끗하게 인정한 것이다. 아래는 결정문 문단번호 129-133, 138의 판시 내용이다.

『청구인들의 자유권은 연방기후보호법 제3조 제1항 제2문, 제4조 제1항 제3문 및 별표2에 의하여 현재, 개인적으로, 그리고 직접 제한을 받고 있다.(129문단, "Durch § 3 Abs. 1 Satz 2 und § 4 Abs. 1 Satz 3 KSG in Verbindung mit Anlage 2 sind die Beschwerdeführenden gegenwärtig, selbst und unmittelbar in ihren Freiheitsrechten betroffen.")

…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항쟁할 법적 수단이 없다.…(138문단, "Ein Rechtsweg unmittelbar gegen die angegriffenen gesetzlichen Bestimmungen existiert nicht.")』

형식상 일부 승소 실제로는 전부 승소

이번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위헌결정의 특수성은 주문(主文) 위헌과 이유(理由) 위헌을 종합하여, (i)독일 연방기후보호법에 2031년 이후 205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탄소예산 분배의 형평성과 미래세대의 자유권 보호라는 헌법적 요구에 맞게 규정할 것을 명하고, (ii)이를 통하여 실질적으로는 현재 연방기후보호법에 명시된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까지도 더 강력한 목표로 변경하는 것을 불가피하게 만듦으로써, 형식상으로는 청구인들의 일부 승소결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청구인들이 전부 승소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조금 설명이 필요하다. 복잡한 설명을 가급적 단순하게 해 보려고 한다.

공식적인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보도자료(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영문 보도자료: Bundesverfassungsgericht - Press - Constitutional complaints against the Federal Climate Change Act partially successful)에 의하면 이 사건 위헌결정은 청구인들의 전부승소 결정이 아니라 일부승소 결정이다. 우리나라의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법률에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전혀 특정하지 않고,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법 제42조 제1항 제1호)고 정부에게 백지위임하고 있는 것과 달리, 독일의 연방기후보호법은 법 제3조 제1항에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1990년 수준에 비하여 최소 55% 이상 감축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독일의 헌법소원은 위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소극적이어서 위헌이라는 주장을 주로 하고 있었는데,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일부 위헌 결정문에서 아래와 같이 약간 복잡한 논리구조로 판단을 전개하고 있어서 결정문의 문리적 이해로는 다소간의 혼동을 낳을 수 있게 되어 있다.

2013년 이후 감축목표 법령에 특정해야

(1)독일 연방기후보호법이 2031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명시하지 않고 있는 것은 위헌이다. 따라서 독일 연방의회는 2022년 말까지 연방기후보호법을 개정하여 2031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법령으로 특정해야 한다.

(2)독일 연방보호법이 2031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특정하지 않은 것의 위헌성과 관련하여, IPCC 리포트에 근거하여 계산한 독일의 잔여 탄소예산에 따르면 독일의 탄소예산은 현재의 목표대로 진행될 경우 2030년까지 독일의 잔여 탄소예산의 거의 대부분을 소진하고 2031년 이후에 미래세대가 소비할 탄소예산은 거의 남겨두지 않게 되는 가혹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이어서, 이는 미래세대의 포괄적 자유권을 침해하고 세대간의 비례적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사유를 가지고 있다.

일부 위헌 + 일부 합헌

(3)그러므로 결정 주문 2.항은 아래와 같이 심판대상 조항의 위헌성을 선언한다.

"2. 연방기후보호법(2019. 12. 12. 제정, 연방관보 I, 2513쪽) 제3조 제1항 2문, 제4조 제1항 3문 및 별지 2는 본 결정에 따른 헌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2031년 이후 감축 목표 설정에 관한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 한 기본권에 부합하지 않는다. 2. The second sentence of section 3(1) and the third sentence of section 4(1) of the Federal Climate Protection Act of 12 December 2019 (Federal Law Gazette I, page 2513), in conjunction with Annex 2, are incompatible with fundamental rights insofar as there is no provision on the updating of the reduction targets for periods from 2031 onwards that satisfies the constitutional requirements in accordance with the grounds."(이상 일부 위헌결정의 내용)

(4)그러나 연방기후보호법에서 규정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자체를 두고 과소보호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기본권에서 도출되는 기본권보호의무의 위배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이상 일부 합헌 결정의 내용)

위 결정의 주문만을 보면 독일 연방기후보호법에 명시된 현행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합헌이고(=위헌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2031년 이후 시기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법률에 규정하지 않은 것만 위헌이니, 독일 연방의회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변경할 필요도 없이, 다만 2031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만을 법령에 특정하면 되는 것으로 읽힐 수도 있다. 이것은 독일 기후소송 위헌 결정이 그 위명에 비하여 아무 실속이 없게 되는, 상당히 허망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는 경우, 실질적으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전혀 바뀌지 않게 되고, 2031년 이후의 감축목표 수치만 형식적으로 기입하는 일만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독일의 위헌결정이 결정문의 이유 중에 '현행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로는 2030년까지 독일의 탄소예산을 거의 다 소진하여 미래세대의 전반적 자유에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라고 힘들여 쓴 것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라는 질문이 당연히 나오게 된다.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필자 등은 독일 위헌결정의 청구인 대리인인 Dr. Roda Verheyen 변호사와의 화상통화 및 2021. 6. 9. 사단법인 선과 강원대 환경법센터의 공동심포지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연방기후보호법 위헌결정'에 발표자로 참여한 독일 헌법학자인 브레멘대 Dr. Gerd Winter 교수에 대한 질문 등을 통하여 위 결정의 복잡한 경위와 그 실질적인 효과를 문의한 결과, 이번 위헌결정이 형식적으로는 일부 위헌결정이지만 그 실제 효과에 있어서는 전부 위헌결정과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부 위헌결정과 마찬가지

Roda Verheyen 변호사와 Gerd Winter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독일에서는 정부, 의회, 법조계 및 시민사회를 포함하여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현행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그대로 유지하라'는 내용으로 수용하는 주체는 아무도 없고, 정부와 의회 등 모든 주체들이 '(i)결정 주문에 따라 2031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규정함과 동시에, (ii)결정 이유에서 판시한 대로 2031년 이후 미래세대가 사용할 잔여 탄소예산의 잔량을 세대 간에 평등하게 분배할 수 있도록 2030년까지의 감축목표도 더 크게 감축하는 내용으로 수정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위 결정 주문 2.항의 내용을 정확하게 해석하는 경우 '본 결정에 따른 헌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2031년 이후 감축 목표'를 헌법에 부합하게 입법하기 위해서는, 논리필연적으로 ①'2030년 이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더 강화시켜서' ②'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소비량을 대폭 줄여야만' ③'2031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미래세대에게 정당하고 세대간 평등의 요구에 부합하는 탄소예산의 소비 잔량을 합헌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즉, 현재 법령에 규정된 2030년 감축목표를 변경하지 않고서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따라서 연방의회가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합헌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다.

독, 연방기후보호법 개정 계획 발표

그 결과 실제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이 사건 위헌결정문이 공개된 직후인 2021. 5. 5. 독일 연방정부는 2030년 감축목표를 1990년 대비 55%에서 65%로 상향 조정하고, 탄소중립 목표 시기를 2050년에서 2045년으로 앞당기는 내용의 연방기후보호법 개정 계획을 발표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이처럼 (i) 실질적으로는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더 감축하는 효과를 내는 결정을 하면서도, 형식상으로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한 위헌 선언을 하지 않고, (ii) 실체적으로도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미래세대에 대한 탄소예산 소진으로 인한 위헌성이 있다고 결정문 내에 설시하면서도 그것이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 위배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설시하여, 하나의 결정문 내에서 내재적으로 상호모순, 상충되는 것으로 보이는 결정을 한 것에 대해 현지 법학자나 실무가들은 상당한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하였다.

창조적 타협의 결과물

그 이유는 실질적으로 나타난 효과와 같이 (i)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헌법소원에 대해서 전부 위헌결정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ii)위헌사유에 있어서도 미래세대의 전반적 자유권 제한뿐만 아니라,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 위배로 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문점들은 오히려 기후변화대응이라는 새로운 헌법적 요구에 직면하여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활용한 상당히 복잡한 헌법적 법리의 전개와 계발, 창조적 타협의 결과물이라는 독일 현지 헌법학계의 인식도 있다고 한다.

현재까지 필자들이 독일 소송팀 및 법학자들의 설명을 듣고 이해한 부분은, (i)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실질적으로는 전부 위헌의 결과를 내면서도 삼권분립의 원칙상 직접적으로 2030년 감축목표의 수치를 다루는데 있어서는 사법부가 다소간 자제력을 행사하면서 실제 결과처럼 정부와 의회가 직접 움직이도록 (결정 이유를 통해서)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 (ii)또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의 헌법적 논거를 전개함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기본권침해 법리를 활용하는 방법과 새롭게 심화, 발전하고 있는 기본권보호의 법리를 활용하는 방법 간에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내에서 상당한 토론과 타협이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내용이다.

결론적인 면에 있어서도 (i)독일 헌법학계와 환경법학계의 일각에서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외형상 타협적이거나 소극적인 설시를 한 부분에 대해서 실망하고 비판하는 입장이 있는 한편 (ii)다른 일각에서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실질적인 내용과 효과 면에서 '역사적으로 획기적인 국가의 기후변화대응의무를 헌법적으로 정립하고 국가에 대하여 그 이행을 명령하기 위해서' 창조적인 지혜와 타협을 이루어낸 것처럼 보인다는 견해도 있다고 한다.

청소년기후헌소에 중요한 시사

위 논의의 상세한 내용을 본 기고문에서 다 논의할 수는 없겠으나, 위와 같은 독일 기후소송 위헌결정의 한계 내지 타협점은 현재 한국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청소년기후소송 헌법소원에도 상당히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병주(법무법인 디라이트, bjl@dlightlaw.com) · 김민경(에스앤엘파트너스)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