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내연남 살해 남편 이례적 집유 선고
아내의 내연남 살해 남편 이례적 집유 선고
  • 기사출고 2007.07.30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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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내연남을 칼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남편에게 법원이 이례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노점상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A씨는 당뇨병으로 부부생활이 어려워지고 경제적으로도 곤란한 처지에 놓이면서 아내와 사이가 멀어졌다. 부부사이가 나빠지자 A씨 아내는 외박을 하거나 술을 마시고 집에 늦게 들어오는 경우가 잦았고 급기야 지난 1월 "만나는 남자가 있고 성관계도 가졌다"며 A씨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A씨는 아이들 때문에 이혼할 수 없다고 거부하며 갈등을 빚었다.

그러던 중 2월 초 A씨 아내는 "술 약속이 있으니 노점을 대신 정리해 달라"고 A씨에게 부탁한 뒤 내연남을 만나러 갔다. 노점을 치우고 집에 들어와 있던 A씨는 술취한 아내가 무심코 휴대전화 통화버튼을 눌러 집으로 전화가 걸려오는 바람에 두 사람의 대화내용을 듣게 됐다. A씨는 수화기를 통해 내연남이 아내에게 "애들을 버리고 이혼해 나와 함께 살자"고 하는 말을 듣자 격분해 부엌에 있는 칼을 들고 아내와 내연남을 찾아 동네를 돌아다녔다. 한 시간쯤 뒤 한 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두 사람을 발견한 A씨는 칼로 내연남을 4차례나 찔러 숨지게 했다. A씨는 범행 뒤 도망가지도 않고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주위 사람에게 얘기하고 경찰 체포에도 순순히 응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심상철 부장판사)는 살인죄로 기소된 A씨에게 1심과 같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지만 피고인은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에게 자신의 무능을 탓하며 가정을 유지해 달라고 호소했고 사건 당일에도 피해자가 아내에게 '자녀를 버려라'는 말을 듣고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범행을 한 점, 유족들과도 원만히 합의해 유족들이 선처를 구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김백기 기자[bkikim@munhwa.com] 2007/07/27 14: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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