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개인채무 면탈 위해 새 회사 설립…채무인수 안 했어도 새 회사에 이행 청구 가능"
[민사] "개인채무 면탈 위해 새 회사 설립…채무인수 안 했어도 새 회사에 이행 청구 가능"
  • 기사출고 2021.05.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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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법인격 남용 해당"

개인적으로 부담한 채무를 면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인사업체를 폐업하고 동일한 업종의 새 회사를 설립했다면 새 회사가 채무를 인수하지 않았더라도 채권자는 새 회사에 채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씨의 남편은 A씨를 대리하여 2013년 5월 A씨 소유의 안성시에 있는 토지와 공장건물을 16억 3,000만원에 B씨에게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쳐주었으나 B씨로부터 2억 1,000여만원을 받지 못했다. B씨는 A씨에게 미지급액을 확인하는 각서를 작성한 뒤 자신이 운영하는 인쇄지함 제조 등을 하는 개인사업체의 명판과 자신의 인장을 날인해주고 B씨의 아버지가 보증인으로 서명날인했다. 그러나 B씨는 2015년 10월 개인사업체를 폐업하고 인쇄업, 고급칼라박스(인쇄지함) 제조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C사를 설립하여 대표이사에 취임한 후, 개인사업체의 자산과 부채 등 사업 일체를 C사에 포괄적으로 양도하는 내용의 계약을 C사와 체결하고, 개인사업체의 영업재산 일체를 C사에 양도하는 한편 C사에 A씨로부터 매수한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양도대금은 별도의 약정서에 의하기로 하였는데, 그 이후 별도의 약정서가 작성되지는 않았고, B씨는 양도대가로 C사의 발행주식 50%만을 취득했다. C사는 개인사업체의 장부상 부채를 모두 인수했으나, B씨의 A씨에 대한 2억 1,000여만원의 채무는 장부상 부채로 기재되어 있지 않았고, C사가 이를 인수하지도 않았다. 이에 A씨가 사실확인서에 따른 정산금 2억 1,000여만원 중 이미 지급받은 6,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1억 4,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C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C사의 본점 소재지는 B씨 개인사업체의 폐업 당시 사업장소재지와 동일하며,  C사는 자본금 3억원으로 설립되어 그때부터 현재까지 B씨가 50%의 주식을, B씨의 형이 30%의 주식을, 아버지가 20%의 주식을 각 보유하고 있다. C사의 이사는 설립 이래 현재까지 B씨와 아버지, 형 등 3명이고, 2016년 6월 대표이사만이 B씨에서 아버지로 변경되었다.

1심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의 법인격이 형해화되어 있거나 B씨의 아버지, B씨가 피고의 법인격을 남용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B는 기존 개인사업체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피고(C사)를 설립하여 그 가족과 함께 이를 지배하면서 포괄양수도계약에 따라 개인사업체의 영업자산을 피고에게로 유용하거나 정당한 대가의 지급 없이 이전하였음을 알 수 있고, 이는 B(개인사업체)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채무의 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달성을 위하여 회사제도 내지 피고의 법인격을 남용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채무액 1억 4,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자 C사가 상고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4월 15일 "원고는 B뿐만 아니라 피고에 대해서도 이 사건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C사의 상고를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2019다293449).

대법원은 "B는 이 사건 채무를 면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신의 개입사업체와 영업목적이나 물적 설비, 인적 구성원 등이 동일한 피고를 설립한 것이고, B가 50%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B를 제외한 피고의 주주들도 B와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등 B가 피고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었다"고 지적하고, "여기에 피고 설립 당시 B의 소유였던 (안성시에 있는) 부동산을 포함하여 (B가 운영하던) 개인사업체의 모든 자산이 피고에게 이전된 반면, B는 자본금 3억원으로 설립된 피고 주식 중 50%를 취득한 외에 아무런 대가를 지급받지 않은 점까지 더하여 보면, 주식회사인 피고가 그 주주인 B와 독립된 인격체라는 이유로 원고가 B의 이 사건 채무 부담행위에 대하여 피고의 책임을 추궁하지 못하는 것은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