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가맹사업 '영업표지'가 이미 타인에 의해 상표 등록…가맹사업 동업계약 무효"
[손배] "가맹사업 '영업표지'가 이미 타인에 의해 상표 등록…가맹사업 동업계약 무효"
  • 기사출고 2021.05.0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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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영업표지 사용이 가맹사업 핵심 요소"

가맹사업의 영업표지가 이미 다른 사람에 의해 상표 출원되어 등록되었다면 이 영업표지의 사용이 핵심인 가맹사업 동업계약은 원시적 불능으로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에서 닭요리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가, 1997년부터 경기 가평에서 'B'라는 상호로 닭볶음탕을 주 메뉴로 한 음식점을 운영하다가 2018년 1월경부터 영업장을 서울 마포구로 옮겨 이전과 동일한 상호와 메뉴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C씨에게 B 영업표지와 C의 닭볶음탕 등 조리법을 이용한 가맹사업을 동업할 것을 제안, 두 사람은 2019년 2월 B 가맹사업과 전국 총판권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A는 이후 B 가맹사업의 직영점 역할을 할 음식점을 개설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에 있는 빌딩의 1층 점포를 임차하고, 내부 시설공사를 마친 다음 2019년 5월경 이 점포에서 B 압구정점을 개점했다. A는 B 압구정점 개설을 위해 점포 임대차보증금 5,000만원 외에 종전 임차인에게 권리금으로 2,000만원, 공인중개사 수수료로 200만원, B 압구정점 내부시설 공사비용으로 5,687만원, 주방기구 등 물품 구매비용으로 450여만원을 각 지출했다.

그러나 2019년 4월경 다른 사람이 'B'라는 상표를 B와 동일한 업종을 지정상품으로 이미 출원하여 등록결정까지 된 사실이 발견되면서 두 사람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다. C는 B에 대한 상표등록을 하지 아니한 채 B 음식점을 운영하여 왔고 동업계약 체결시에도 이를 A에게 밝혔다. 이에 A는 가맹사업에 필요한 상표권은 추후 상표등록을 통해 갖추면 될 것으로 생각하고 'B'라는 상호가 상표로 등록되어 있는지에 대해 확인을 하지 아니하고 동업계약을 체결했는데, 문제가 일어난 것.  

C가 A에게 지속적으로 상표권 문제의 해결을 요구했으나, A가 상표권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자 C는 닭볶음탕용 소스 공급을 중단했고, 이에 C는 자신의 조리법을 이용하여 B 압구정점을 운영하다가 2020년 10월 B 압구정점을 폐업하고 계약 위반을 이유로 C를 상대로 압구정점 개설을 위해 들인 인테리어 비용 5,600여만원과 권리금과 중개 수수료 등 8,3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2020가단5049207)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김상근 판사는 4월 13일 "다른 사람이 등록결정이 된 'B' 상표를 출원하고 출원공고까지 이루어진 반면 피고가 'B' 상호에 대한 선사용권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주지성까지 획득하지는 못한 상태였던 사실, 따라서 계약 체결 당시인 2019. 2.에는 피고는 물론 원고가 'B'라는 영업표지를 이용하여 가맹사업을 영위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B'라는 영업표지를 사용한 가맹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원고와 피고의) 가맹사업 동업계약은 애초에 그 목적을 이룰 수 없는 원시적 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 A의 청구를 기각했다. 김 판사는 "동업계약은 민법 535조에 의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고, 계약 체결 당시 피고가 그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가 계약이 유효한 것으로 믿고 가맹사업의 준비를 위하여 비용을 지출하는 등의 손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피고를 상대로 그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민법 535조 1항은 "목적이 불능한 계약을 체결할 때에 그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자는 상대방이 그 계약의 유효를 믿었음으로 인하여 받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판사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제2조 제1호에 의하면, '가맹사업'이라 함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로 하여금 자기의 상표 · 서비스표 · 상호 · 간판 그 밖의 영업표지를 사용하여 일정한 품질기준이나 영업방식에 따라 상품(원재료 및 부재료를 포함한다) 또는 용역을 판매하도록 함과 아울러 이에 따른 경영 및 영업활동 등에 대한 지원 · 교육과 통제를 하며, 가맹점사업자는 영업표지의 사용과 경영 및 영업활동 등에 대한 지원 · 교육의 대가로 가맹본부에 가맹금을 지급하는 계속적인 거래관계를 말한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가맹사업에 있어서는 '영업표지의 사용'과 '상품 · 용역 판매에 대한 경영 및 영업활동에 대한 지원 · 교육'이 핵심 요소"라고 밝혔다. 

가맹사업을 하려는 가맹본부는 가맹사업법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 또는 시도지사에게 정보공개서를 등록하여야 하고, 그 필수 기재사항으로 상표권 취득 등 영업표지의 사용권원을 기재하여야 한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