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들 한 해 10건 이상 집단소송 피소
美 기업들 한 해 10건 이상 집단소송 피소
  • 기사출고 2021.04.2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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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체 소송시장 규모의 11.6%

지난해 9월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증권분야에 한정된 집단소송제를 모든 분야로 확대하고 소송허가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집단소송법 제정안」이 국회 제출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전경련(회장 허창수)이 미국 집단소송제도의 기업 영향과 우리 기업에게 미칠 파급영향을 분석, 검토한 보도자료를 4월 25일 배포했다. 미 로펌인 Carlton Fields가 미국의 매출 상위 1000대 기업(Fortune 1000)의 준법담당자와 최고법률책임자를 대상으로 매년 집단소송 현황을 조사해 발간하는 'Carlton Class Survey'를 토대로 한 것으로, 이에 따르면 미 기업이 한 해 다루는 집단소송 건수가 2011년 4.4건에서 2019년 10.2건으로 2.3배 증가했고 2020년에는 15.1건에 달할 전망이다. 2019년 기준 빈도가 높은 집단소송 유형은 노동 · 고용(26.9%), 소비자 사기(16.0%), 제조물책임(11.6%), 보험(10.7%), 독과점(9.0%), 기술법률 위반(8.3%), 증권(7.7%) 등의 순서다.

◇미 기업별 집단소송 건수(연평균, 2020년도 Carlton Class Action Survey)
◇미 기업별 집단소송 건수(연평균, 2020년도 Carlton Class Action Survey)

응답 기업의 집단소송 관련 법률 비용도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2019년에 26.4억 달러(한화 약 2.9조원)로 최고치를 갱신했다. 이는 미국 전체 소송시장 규모 약 227.5억 달러의 11.6%에 해당하고,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투자(26억 달러) 및 신규 일자리(고용인원 2,600명) 규모와 유사한 수준이다. 전경련은 "비용 증가속도도 가팔라, 2006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약 2.45%씩 증가했는데, 이 추세면 2025년에 30.5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고 지적했다.

2019년 진행된 집단소송 중 60.3%는 '합의'로 종결되었다. 31.2%는 '법원이 소송을 기각시키거나 아직 법원 계류 중'이며 나머지 8.5%는 '재판 진행' 상태다. 전경련은 기업들이 집단소송 피소 자체가 불러올 미디어 노출과 부정적 이미지 형성을 더 큰 위험으로 보고 소송 전 합의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합의' 비중이 2018년 73.1%에서 2019년 60.3%로 감소한 반면, 재판 중인 사건은 2018년 2%에서 2019년 8.5%로 약 4배 이상 증가했는데, 이는 미국 기업들의 집단소송 대응전략이 과거의 방어적인 신속종결 방식에서, 위험에 노출되더라도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것으로 변화 중임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집단소송 피소에 따른 주가 하락의 피해도 크다고 한다. 1995년부터 2014년 초까지 미국에서 제기된 집단소송이 총 4,226건인데, 이중 합의에 의한 종결이 1,456건이고 합의액은 총 680억 달러였다. 그러나 집단소송 피소가 알려지면서 주가가 평균 4.4% 하락했고 이에 따른 주가 손실액이 총 2,62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송 합의액의 4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집단소송에 따른 간접비용도 만만치 않다. 조사대상 기업들은 집단소송 대응 · 전담 인력으로 사내변호사를 평균 4.2명 고용했는데, 이는 매출 약 51.9억 달러(약 5.8조원) 당 1명을 고용하는 꼴이다. 이를 한국에 적용할 경우, 집단소송이 도입되면 삼성전자 40.8명, 현대자동차 17.9명, LG전자 10.9명, SK하이닉스 5.5명, LG화학 5.2명의 추가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