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근로자 사망 후 산재 인정…소멸시효 기산점은 산재 인정시"
[노동] "근로자 사망 후 산재 인정…소멸시효 기산점은 산재 인정시"
  • 기사출고 2021.04.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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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권리 발생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부터 진행"

근로자가 뇌출혈, 뇌경색 등을 진단받았으나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지 못했다가 사망한 이후에야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이 경우 유족급여 등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사망한 때가 아니라 업무상 재해 판정을 받은 때로부터 진행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인테리어 목공일을 하는 일용직인 A씨는 2012년 7월 20일 공사현장에서 두통을 호소하며 귀가한 뒤 오후 9시쯤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뇌내출혈, 뇌경색증 등을 진단받은 A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청구하였으나 같은해 10월 30일 불승인 되었고, 심사 청구와 재심사 청구 모두 기각됐다.

A씨는 2015년 5월 27일 사망했다. 이에 A씨가 숨진 후 4년이 지난 2019년 5월 A씨의 배우자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만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이미 3년의 시효 완성으로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거부되었다. A씨의 배우자가 2020년 11월 13일 재차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구하였으나 같은 이유로 다시 거부되자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2021구합51256)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김국현 부장판사)는 4월 8일 "원고의 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소멸시효의 기산점과 관련, "피고는, 고인이 2012. 7. 20. 무렵 진단받은 뇌출혈, 뇌경색 등에 관하여 2012. 10. 30.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지 아니하였고, 고인은 위 상병으로 2015. 5. 27. 사망하였는데, 피고가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지 아니한 상병으로 인한 사망에 관하여는 그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고, 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유족급여 등 수급권을 취득하였음을 알 수 없었다고 보아야 한다"며 "따라서 원고의 유족급여 등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에 관한 소멸시효 기간을 고인이 사망한 2015. 5. 27.부터 진행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피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한 2019. 8. 14. 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2020. 11. 13. 이 사건 청구 당시 원고의 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17다281367 등)을 인용,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수급권 취득 여부를 알 수 없었던 경우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이유에 비추어 일률적으로 객관적 사정이 발생한 때부터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할 수는 없다"며 "객관적으로 보아 권리 발생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청구권자가 그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고의 유족급여, 장의비 청구권은 개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5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2018. 6. 12 법률 제15665호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등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에 관한 소멸시효 기간을 종래 3년에서 5년으로 개정하였고, 해당 조항은 2018. 12. 13.부터 시행되었다.

재판부는 "원고가 최초로 그 지급을 구한 2019. 5. 13.에는 아직 5년의 시효기간이 경과하지 않았으므로, 위 청구에 따라 시효는 중단되었다가 피고의 2019. 8. 14.자 부지급 처분으로 새로이 진행하여 2020. 11. 13. 이 사건 청구 당시 원고의 청구권은 아직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