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감정가 5억 8,700만원인 주택에 누적채무 5억 8,500만원, '깡통전세' 혐의 무죄
[형사] 감정가 5억 8,700만원인 주택에 누적채무 5억 8,500만원, '깡통전세' 혐의 무죄
  • 기사출고 2021.04.1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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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주택 시가 등 고려하면 고의 인정 곤란"

매수가격 6억 9,000만원, 감정가 5억 8,700만원인 울산 동구에 있는 주택에 피담보채무액 합계 3억 4,000만원의 2개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고, 보증금 액수가 각 1억 4,000만원, 7,000만원, 3,500만원인 선순위임차인 3명에 대한 보증금 반환채무 합계액이 2억 4,500만원인 상황에서 집주인이 15일 간격으로 보증금 6,000만원, 1억 2,000만원의 전세계약을 또 맺은 경우 사기가 될까.

검찰은 담보 가치가 거의 없는 일명 '깡통주택'에 전세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사기 혐의로 기소하고, 1심 재판부도 유죄라며 실형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을 맡은 울산지법 형사1부(재판장 이우철 부장판사)는 2월 18일 주택 시가 등을 고려할 때 사기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2020노251).

A(38)씨는 공인중개사의 중개로 2017년 3월 31일 임차인 B씨와 울산 동구에 있는 자신이 실제 소유하고 있는 주택의 한 호실에 관하여 기간 2017. 4. 3.부터 2019. 4. 4.까지, 보증금 6,000만원에, 2017년 4월 15일 또 다른 임차인 C씨와 다른 호실에 관하여 기간 2017. 6. 19.부터 2019. 6. 18.까지, 보증금 1억 2,000만원으로 각각 정하여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A씨가 이 주택을 담보로 새마을금고로부터 대출받은 3억 1,000만원에 대한 이자를 2017년 8월 3일 이후 지급하지 못하자 이 주택에 대해 임의경매가 개시되었고, 검찰은 담보가치가 거의 없는 '깡통주택'에 전세를 놓아 피해자들로부터 전세보증금 명목으로 1억 8,000만원을 편취했다며 A씨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주택을 6억 9,000만원에 매수하였고, 당시 주택에 대한 실거래가가 위 매수가액 미만으로 현저히 하락한 상황이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기록상 확인되지 아니한바, 피고인으로서는 주택의 가액이 자신이 매입한 6억 9,000만원에 상당한다는 전제하에 B와 사이에 임대차보증금을 6,000만원으로 정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그로부터 15일 후, 피고인은 C와 사이에 임대차보증금을 1억 2,000만원으로 정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는데, 피고인은 C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지급받는 즉시 (C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주택 호실의 전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 1억 4,000만원을 반환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결국 B의 사실상 선순위임차인 총 보증금은 1억 500만원이 되고, C의 선순위임차인 총 보증금은 여기에 B의 6,000만원을 더한 1억 6,500만원이 되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C는 2017. 6.경 국민은행으로부터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임대차보증금 중 8,600만원을 지급하였는데, 당시 국민은행도 근저당권 및 선순위임차인 총 보증금을 감안하더라도 주택의 가치가 위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다고 보아 C에 대한 전세자금대출을 승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각 임대차계약 체결이나 임대차보증금 수령 당시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 주택을 점유 · 사용하도록 하여 주거나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용인한 채 임대차보증금을 지급받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임대차보증금을 편취하려는 고의로 주택에 대한 선순위임차권 현황을 속이거나 제대로 고지하지 아니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에 앞서 대법원 판결(2008. 9. 25. 선고 2008도5618 판결 등)을 인용,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그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 행위 이후의 경제사정의 변화 등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채무불이행 상태에 이르게 된다고 하여 이를 사기죄로 처벌할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과 같은 주택임대차계약에 기한 임대차보증금 상당액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 또는 그 임대차보증금을 수령할 당시에 피고인에게 그 편취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 즉 그 당시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임대차보증금을 수령하더라도 임차인에게 주택을 점유 · 사용하도록 하여 주거나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될 가능성을 인식하고 이를 용인한 채 그러한 행위를 한 것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