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내 땅이더라도 분묘 무단 발굴하면 자식에 대한 불법행위"
[손배] "내 땅이더라도 분묘 무단 발굴하면 자식에 대한 불법행위"
  • 기사출고 2021.04.0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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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고법] "납골당에 이장한 삼촌 배상하라"

삼촌이 조카들의 승낙 없이 큰형 부부의 분묘를 발굴했다가 위자료를 물게 됐다. 자식들에 대한 불법행위라는 이유다.

대구고법 민사3부(재판장 진성철 부장판사)는 최근 자매인 A, B씨가 최근 "부모의 분묘를 승낙 없이 임의로 발굴했으니 손해를 배상하라"며 삼촌인 C씨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9나25029)에서 이같이 판시, "피고는 원고들에게 1인당 위자료 1,500만원씩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 B는 C가 2017년 2월경부터 3월 16일경까지 자신의 소유로 되어 있는 대구 달성군에 있는 임야에서 A, B의 부모 분묘를 포함해 A, B의 직계조상들 분묘 16기를 발굴하여 화장하고 그중 일부를 김해시에 있는 납골당에 봉안하자 정신적 고통을 입게 되었다며 C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C는 이들 임야를 타인에게 매도해 소유권을 넘겼으며, 이 과정에서 분묘를 발굴, 화장한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 재판부는 "자식이 부모의 분묘를 찾아 제사를 지내고 부모를 기리며 명복을 비는 것은 미풍양속이므로, 타인이 자식의 승낙 없이 부모의 분묘를 발굴하는 것은 자식에 대한 위법한 행위이고, 따라서 자식은 이로 인하여 입은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C는 A, B의 부모의 분묘를 A, B의 승낙 없이 임의로 발굴하였는데, 이는 망인들의 딸인 A, B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그로 인하여 A, B가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임은 경험칙상 분명하므로, C는 A, B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고, 위자료 액수를 1인당 1,500만원으로 정했다. 

A, B는 분묘의 수호 · 관리권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도 했으나, 재판부는 "A, B는 종손 또는 차종손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달리 각 분묘에 관한 수호 · 관리권이 A, B에게 귀속되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이 부분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민법은 분묘를 제사승계의 대상으로 삼고 있고, 분묘에 대한 수호 · 관리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누가 그 분묘를 설치했는지에 관계없이 제사주재자에게 속한다고 해석된다"고 전제하고, "무릇 종손이 있는 경우라면 그가 제사를 주재하는 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선조의 분묘를 수호 · 관리하는 권리는 그 종손에게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종가의 종손이 사망하여 절가가 된 경우에는 그 차종손이 종가의 제사상속을 하고 차종손도 절후가 된 경우에 는 순차 차종손에 의하여 종가 및 조상의 제사와 분묘수호권이 상속된다"고 밝혔다.

C는 분묘를 발굴한 혐의로 기소되어 2018년 6월 징역 6월을 선고받아 확정됐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