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인터뷰] 김정욱 로스쿨 출신 첫 서울변호사회장
[리걸타임즈 인터뷰] 김정욱 로스쿨 출신 첫 서울변호사회장
  • 기사출고 2021.04.0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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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역수호, 직역확대로 포화상태 변호사시장 돌파구 찾자"

"지금 변호사 업계는 백척간두에 서있습니다. 출마 전부터 해온 직역수호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고 앞장서서 직역확대에 힘쓰겠습니다."

지난 1월 25일 제96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에 당선된 김정욱 회장이 페이스북에 포스팅한 당선소감은 이처럼 '위기의 서울회' 진단과 무거운 책임감을 밝히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김 회장이 제시한 처방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직역수호와 직역확대. 변호사가 아닌 유사직역 전문가들이 변호사들이 맡고 있는 업역(業域)에 들어와 변호사들의 일감을 뺏어가는 것을 막고 변호사가 필요한 변호사시장의 수요를 늘려 포화상태에 빠진 재야법조계에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다. 김 회장은 2015년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의 모임인 한국법조인협회 즉, 한법협의 창립을 주도하고 초대 회장으로 취임해 변호사 업계의 직역수호에 앞장서 온 주인공으로, 서울변호사회장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도 본인이 직접 위원장을 맡은 대한변협과 서울변호사회 임원 등 30명이 참여하는 직역수호특별위원회의 발족이다.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장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장

리걸타임즈가 100년이 훨씬 넘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역사상 첫 로스쿨 출신 회장인 김정욱 회장을 만났다. 과연 포화상태라는 변호사시장에서 얼마나 많이 변호사의 일자리, 일감을 늘릴 수 있을까. 인터뷰에서도 그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처럼 강조하는 직역수호와 직역확대가 가장 큰 화두로 부각되었다.

서울만 변호사 18,579명 활동

-변호사시장이 포화상태라고 하는데 어느 정도인가.

"변호사 수가 지난 10년간 거의 2.5배 늘었다. 어느 직역도 이렇게 숫자가 늘어난 직역은 없다. 너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다 보니까 업계가 사실상 포화가 되었다. 변호사를 많이 배출하고 그만큼 시장을 확대하면서 사회 곳곳에 변호사, 법조전문가들이 배치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원래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취지였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숫자만 계속, 너무 과하게 늘어나다 보니까 지금은 변호사들이 생존권을 위협받는 시점까지 왔다."

대한변협에 따르면, 3월 26일 현재 전국의 개업변호사는 2만 4,914명. 휴업이나 미개업 상태인 회원까지 더하면 전국의 변호사는 모두 2만 9,720명이며, 서울에서만 1만 8,579명의 변호사가 개업해 활동하고 있다.

-로스쿨 제도는 법조인 선발을 미국식 체제로 바꾼 것으로 이해된다.

"변호사들이 예전의 특권층 이미지를 벗어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는 게 국민들을 위한 서비스 측면에서 좋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런 취지로 하고 있지 못해서 문제다. 원래 로스쿨 제도의 취지처럼 숫자를 계속 늘려간다고 하면 그만큼 직역이나 활동영역도 넓혀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전체 시장을 일본식으로 유지하면서 숫자만 늘리고 있다. 일본도 로스쿨이 있는데, 일본식이라면 한정된 역할을 변호사에게 제안하고 대신에 변호사 배출 통제를 확실하게 하는거다. 일본은 우리보다 국민이 2.5배가 넘고 시장규모는 거의 3배로 추산되는데, 일본은 지금 한 해에 1,500명의 변호사가 배출된다. 우리는 작년 제9회 변시 합격자가 1,768명으로, 1년에 배출되는 변호사가 일본보다 훨씬 많다. 일본은 한 해 합격자를 1,000명으로 줄여 나가기로 합의를 보고 줄여나가려는 단계에 있다. 시장을 통제한다고 하면 숫자도 통제해서 할 필요가 있는 거다."

변협 등에선 1,200명 이하 촉구

-변시 합격자 수 결정과 관련, 전국 지방변호사회장 협의회에서 올해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1,200명 이하로 유지하라고 촉구했고, 대한변협도 같은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런데 변호사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인데, 몇 백명 더 뽑는다고 문제가 되나요?

"더 늘어나면 그만큼 더 시장에서 소화가 안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고, 또 한 해에 몇 명이 나오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전체 인원도 중요하지만, 한 해에 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는 인원을 넘어서 배출이 되면 그만큼 서로 하방 경쟁을 하게 된다. 미취업자들이 더 생기고, 취업에 성공한 경우도 대우를 떨어뜨리는 부정적인 효과로 이어진다. 그런 부분에서 좀 민감한 부분이 있다. 포화상태여서 숫자가 늘어나는 것에 거부감이 크고, 숫자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매년 배출되는 변시 합격자 숫자는 몇 명이 적정한가.

"업계 상황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로스쿨 제도의 원래 취지대로 시장의 확대가 전제가 된다면, 그렇다면 지금 숫자도 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전제가 중요하다. 그 해의 법률시장에서 소화하고 수용할 수 있는 신규 변호사 수요 그것을 감안해서 합격자 수를 정해야 한다. 변호사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지만 매년 배출되는 신규 변호사 합격자 수는 의미가 큰 거다."

-직역확대, 변호사시장의 수요 증가는 변호사, 변호사단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없지 않아 보인다.

"재야법조계도 좋고, 국민적으로도 좋은 일을 찾아서 하자는 거다. 윈윈(win-win)이 직역확대의 명분이다. 대표적인 예를 말씀드리면, 제가 오래 전부터 추진해 온 징벌적 손해배상, 집단소송의 확대, 디스커버리제도가 있다. 국민들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점에서 '민생 3법안'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재계에선 반대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 집단소송제도를 확대하고 증거개시제도가 도입되면 법조시장에 빅뱅이 일어날 것이다. 법조 포화상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무제한 구조' 철폐시켜

"또 하나는 법률구조공단이나 정부법무공단처럼 공적활동, 공익활동, 인권활동을 하는 단체나 기관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해서 선택과 집중을 하게 하고, 자력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서비스를 사서 법률문제를 해결하게 하자는 것이다. 몇 년 전에 법률구조공단에서 농축협 임원들에 대해서도 구조를 해주는 바람에 지방 유지나 건물주들이 임대차소송 몇 십 건을 구조공단에 맡겨 진행한 일이 있어 한법협 회장으로서 구조공단 이사장님을 만나 무제한 구조를 철폐시킨 적이 있는데, 일반 개인변호사들이 하는 영역까지 정부가 들어와 다 가져가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정욱 회장은 이외에도 국회와 경찰을 포함한 공공기관의 변호사 의무배치제, 고액부동산 거래시 변호사 의무검인 제도, 상고심의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과 준법지원인 관련 규정 정비를 통한 비상장 회사로의 대상 확대. 로톡이나 네이버 엑스퍼트 등 변호사 플랫폼에 대한 엄정 대응 등 여러 방안을 변호사 직역확대, 직역수호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이 리걸타임즈와 인터뷰를 갖고 변호사 직역의 수호, 직역확대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이 리걸타임즈와 인터뷰를 갖고 변호사 직역의 수호, 직역확대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의 선거공약이자 오래 전부터 구상해 온 변호사시장의 수요 확대를 겨냥한 아이디어로 수 십 개의 대안 중 몇 개만 성사되더라도 커다란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내용들이다. 문제는 그중엔 입법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고, 해당 기관에서 수용해야 가능한 자리들이 적지 않다는 점. 김 회장은 이와 관련, "어디까지 가능한지는 계속 일을 해봐야겠지만 전부 달성을 못하더라도 그 기반을 만드는 것도 내 역할"이라며 "앞으로 계속 이어서 해야 할 일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정욱 회장이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 한편에선 변호사시장의 수요를 늘리고, 반대로 공급 측면에 해당하는, 매년 배출되는 적정 변호사 수 유지에도 기여해 변호사시장의 수요-공급 균형, 포화상태에 빠진 재야법조의 발전에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많은 사람들의 기대가 쌓이고 있다.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누구=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사상 첫 로스쿨 출신 회장으로 서울시립대 로스쿨을 나와 제2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학부시절 전공은 지금은 시스템경영공학으로 이름이 바뀐 산업공학. 성균관대 학부에 이어 대학원에서 시스템경영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특히 대학원에서 전공한 품질경영이 변호사가 되어서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품질경영 전공한 공학석사 출신

만 42세의 연부역강한 나이의 김 회장은 직역수호, 직역확대와 함께 '일하는 회장'을 특히 강조했다. 이전에 '서울변호사회가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무언가 성과를 보여주는 집행부, 회장'이 되고 싶다고 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