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 美 빅테크 기업 반독점 소송의 시사점
[공정거래] 美 빅테크 기업 반독점 소송의 시사점
  • 기사출고 2021.03.3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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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법 집행 외연 확대 주목

최근 미국에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작년 9월 중순 미 하원은 "디지털 시장 경쟁에 관한 조사 보고서"를 통해 4대 빅테크 기업들의 반독점 혐의를 지적하고 기업분할명령을 통한 시장 경쟁구조 회복을 강조하였다. 이후 미 법무부(DOJ)와 연방거래위원회(FTC) 등은 각각 구글과 페이스북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하였으며, 아마존 등 다른 빅테크 기업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독점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올 1월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 역시 빅테크 기업의 반독점 행위를 강하게 규제하겠다는 입장이라, 앞으로도 빅테크 기업의 반독점 행위에 대한 조사와 소송이 계속될 전망이다.

구글

미 법무부와 11개 주(州) 검찰은 작년 10월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을 상대로 구글의 일부 사업부문(디지털 광고, 크롬 브라우저 등) 매각과 불공정 사업관행의 중단 명령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소장은 구글이 (i)통신사 및 스마트기기 제조사와의 배타적 계약을 통해 구글 앱(구글 검색앱, 구글 지도, G메일 등)을 스마트기기에 기본 앱으로 탑재하도록 하고, (ii)스마트기기 제조사와의 수익분배 계약을 통해 일부 휴대폰에 구글 검색을 기본으로 탑재 · 설정하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구글은 이러한 배타적 전략을 통해 검색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고(2020년 2월 기준 미국 시장점유율 92%),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광고 시장,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웹브라우저 시장까지 독점력을 확대하였다는 것이다.

◇김규식 변호사
◇김규식 변호사

본 소송에서는 구글의 행위로 관련 시장에 경쟁제한 효과가 실제로 발생하였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 법무부와 주 검찰은 구글의 독점적 지위 중 상당 부분은 반경쟁적 행위의 산물이며, 더 이상 경쟁자의 시장 진입이 불가한 상태라고 보고 있다. 반면 구글은 소비자들이 구글의 혁신적인 검색 기능과 효율적인 부가서비스를 자발적으로 선택한 결과 높은 시장점유율을 얻게 되었을 뿐, 소비자들의 후생 저해에 대한 증거도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페이스북

미 연방거래위원회와 48개의 주 검찰은 작년 12월 워싱턴DC 연방법원에 페이스북을 상대로 인스타그램, 왓츠앱 인수를 무효화하고 해당 기업들에 대한 분할 명령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페이스북은 2012년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에, 2014년에는 왓츠앱을 220억 달러에 각각 인수하는 등 유망한 스타트업을 사업 초기에 과감히 인수하는 전략을 사용해왔다. 이로써 페이스북은 잠재적인 경쟁자를 제거하고, 더 나아가 인스타그램 및 왓츠앱의 유저와 데이터를 페이스북 사업에 연계 · 활용하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연방거래위원회는 페이스북이 소셜미디어 서비스에 메신저 서비스를 끼워팔기 함으로써, 메신저 경쟁사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기업결합 건 무효화 등 쟁점

페이스북 소송에서는 이미 경쟁당국이 승인했던 기업결합 건을 다시 무효화하고 기업분할을 명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화되고 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는 페이스북이 경쟁자를 제거하는 수단으로 인수합병을 활용해온 여러 정황을 제시하고 있으나, 페이스북은 경쟁당국으로부터 불과 몇 년전에 경쟁제한성이 없는 기업결합이라고 판단 받았던 점을 들어 반박하고 있다. 덧붙여 페이스북은 자신의 적극적인 투자로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이 더욱 성장하였으며, 소비자들은 다양한 형태의 SNS를 연계 이용함으로써 더 큰 효용을 얻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아마존

아마존은 입점 업체에 대한 불공정 약관 사용, 입점 업체의 판매 정보 불법 수집 및 이를 활용한 독점 강화, 수수료 과다 부과 등에 관한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작년 9월경 소비자 선호도나 상품 관련성보다 자사 상품의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이에 따라 검색 알고리즘 조작을 통한 소비자 부당 유인, 경쟁자 배제에 관한 반독점 조사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혐의 사실에 대해 첨예하게 다투고 있어서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1심에서 기업분할명령이 내려졌다가 항소심 진행 중 합의로 종결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선례를 볼 때, 구글과 페이스북 소송도 결국 합의로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소송의 결과를 떠나서, 빅테크 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 움직임은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갖고 있다.

MS, 항소심에서 합의 종결

우선 빅테크 기업과 시장에 대한 경쟁 당국의 시각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검색엔진, 소셜미디어, e커머스 시장은 혁신적이고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빅테크 기업이 결과적으로 시장을 독점하게 되었더라도 소비자에게 손해를 입히지 않고 효율성을 향상시켜 왔다면 반독점법 적용을 자제하여야 한다는 여론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경쟁당국은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혁신적 DNA를 상실한 나머지, 과거 석유, 담배, 방송통신 재벌들처럼 시장의 경쟁 구조를 왜곡함으로써 독점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즉, 빅테크 기업은 네트워크 효과로 인한 유저 쏠림 현상, 막강한 자본력을 이용한 배타조건부 계약, 혁신 스타트업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 다각화와 유저 연계 등을 통해 부당하게 독점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빅테크 기업에 대한 일련의 반독점 규제 논의는 경쟁법 집행의 외연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페이스북은 90여개의 유망 스타트업들을 인수하여 왔는데, 경쟁당국은 지금까지 매출액과 자산규모 등 외형에 중점을 두고 기업결합을 심사하였기에 소규모 스타트업에 대한 인수를 적극적으로 규제하기 어려웠다. 이에 개인정보, 이용자 풀(pool) 등 무형적 자산 가치를 얻기 위한 기업결합들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또한 알고리즘 조작을 통한 소비자 유인행위, 데이터 무단 사용 등을 경쟁법으로 규제하기 위한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아울러 경쟁당국은 특정 플랫폼에서의 독점력을 확보한 빅테크 기업이 다른 플랫폼으로 독점력을 전이 · 확대시키는 행위를 적극 규제하겠다는 입장인 바, 온라인 플랫폼 시장 획정, 양면시장에서의 경쟁제한성 분석 등에 관한 법리가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30여년간 기업분할명령 없어

반독점 행위에 대한 시정조치로서 기업분할명령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법원은 과거 스탠다드오일, AT&T 등 대규모 자본이 요구되는 기간산업을 독점화한 사업자들을 분할한 바 있지만, 최근 30여년간 기업분할명령을 내린 적은 없다. 최근까지는 기업을 강제로 분할시키면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통한 혁신이나 소비자 후생 증진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빅테크 기업의 독점적 지위가 고착되었으므로 단순히 특정행위를 제한하는 정도의 시정조치(행태적 조치)만으로는 부족하고, 기업분할명령이라는 구조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구글, 페이스북 소송 과정에서 기업분할명령이 시장 경쟁을 촉진시킬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경제분석과 법적 정당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덧붙여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경쟁당국의 빅테크 기업에 대한 조사 및 소송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우리 공정거래위원회도 구글의 앱 선탑재 이슈 등을 조사하고 있어, 향후 미국 소송의 결과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더 나아가 해외에서 문제 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의 반독점 혐의와 유사한 행태가 우리나라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도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 과정에서 기업분할명령에 관한 첨예한 논의가 있었으나 최종 개정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는데, 만약 미국 소송에서 기업분할명령이 내려질 경우 기업분할명령이 가능하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 논의가 다시 진행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해외경쟁 당국의 빅테크 기업에 대한 반독점 조사 및 소송 진행을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나오는 새로운 반독점 논의들을 우리 공정거래법 체계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요구된다.

김규식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kyusik.kim@bk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