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임용 전 법조경력 10년 요구 너무 과도하다"
"판사 임용 전 법조경력 10년 요구 너무 과도하다"
  • 기사출고 2021.03.2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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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정책연구원 연구보고서, "5년이 적정"

2011년 일정한 법조경력을 갖춘 기성 법조인 중에서만 판사를 선발한다는 취지의 법조일원화 제도가 도입되어 2013년부터는 3년, 2018년부터는 5년 이상을 변호사나 검사 등으로 활동한 최소 법조경력을 충족해야만 판사로 임용하고 있다. 또 2022년부터는 7년, 2026년부터는 10년의 최소 법조재직연수(年數)가 있어야 판사로 임용되는 등 앞으로 5년 후엔 10년 이상 변호사 등으로 활동한 기성 법조인이 아니면 판사가 될 수 없다. 이같은 판사 임용을 위한 최소 법조재직연수의 요구는 국민들이 실력뿐만 아니라 성품까지 훌륭한 것으로 인정하는 법관들로부터 좋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로 도입됐다.

그러나 법조일원화 제도가 시행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사법부에서 판사 신규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적지 않은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법조일원화 시행 전인 2006년부터 2012년까지는 매년 149명~175명의 판사가 임용되었으나, 법조일원화가 시행된 2013년 이후에는 2017년(161명)과 2020년(155명)을 제외하면 매년 39명~111명의 판사만 임용되었다. 특히 판사 임용을 위한 최소 법조재직연수가 5년으로 상향된 2018년 이후 임용된 신임 법관 수가 연평균 약 90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법조일원화 이후 충분한 수의 판사가 임용되지 못하고 있는 현상의 주된 원인은 낮은 판사직 지원율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개정 법원조직법 시행 전후 연도별 법관 임용추이(단위 : 명)
◇개정 법원조직법 시행 전후 연도별 법관 임용추이(단위 : 명)

최근 사법정책연구원이 발간한 "판사 임용을 위한 적정 법조재직연수에 관한 연구"를 수행한 김신유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연방지방법원 부판사(Magistrate Judge) 공석 1개에 통상 50명 내지 70명 정도의 지원자가 몰린다고 하고, 영국의 경우 2019. 4. 1.부터 2020. 3. 31.까지 실시된 법원 및 심판소의 개별선발절차에서 979명의 상근 및 비상근 법관, 비법조인 사법보직자가 선발되었는데 지원자 수가 8,148명에 달한다고 하나, 우리나라의 경우 법관 임용을 위하여 5년 이상의 법조경력을 요구하는 일반 법조경력자 법관 임용절차에서의 임용자 수 대비 지원자 수의 비율, 즉 지원 경쟁률이 미국과 영국보다 현저히 낮은 편이고, 법관직 지원자들도 상대적으로 연차가 낮은 경력자들에 편중되어 있다고 한다. 구체적인 지원자 수는 법관 임용절차의 특성상 공개되지 않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판사 임용을 위한 최소 법조경력기간이 3년에서 5년으로 상향된 2018년 이후에도 지원자 중 10년 이상 장기 경력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그 하향세가 지속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구간(5년 이상 7년 미만, 7년 이상 10년 미만) 경력자들이 차지하는 비율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상황이며, 법조일원화 제도 시행 이후 최종적으로 법관으로 임용된 일반(5년 이상) 법조경력자 중 10년 이상 경력자의 비율, 즉 임용비율도 평균 1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최소 법조경력기간 연장에도 불구하고 법조일원화가 최종적으로 목표로 삼고 있는 10년 이상 경력자의 판사임용 비율이 매우 낮아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판사 임용을 위한 최소 법조경력이 10년으로 상향되는 2026년 이후 충분한 수의 판사 임용이 상당히 우려스럽다는 얘기다.

법조일원화 제도 도입 이후 임용된 일반(5년 이상) 법조경력자 출신 법관들 중에서 10년 이상 경력자가 차지하는 비율(임용비율)이 낮은 직접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경력의 장기 법조경력자들이 법관직에 많이 지원을 하지 않기 때문인데, 사법정책연구원이 대한변협 소속 회원 변호사 전원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법조경력이 길수록 법관직 지원의사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줄어든다(-0.026)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설문조사엔 549명의 변호사가 회신했다.

김 연구위원은 법조일원화 도입 이후 일반(5년 이상) 법조경력자로서 가장 많은 법관을 배출한 법무법인 그룹의 인사제도를 분석해 판사 지원이 저조한 이유를 분석했다. 법무법인 등에 소속된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로, 법무법인 등에 따라 인사 시스템에 다소간의 차이는 있으나, 로펌 입사 10년차가 경과하면 대체로 유학에서 복귀하여 승진심사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승진을 하였기 때문에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변호사들의 경우 전직을 많이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①입사 2~3년차가 경과하면 변호사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본인에 대한 평가결과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타 직역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생기고, ②입사 5년차가 경과하면 대체로 해외 유학 선발 결과를 기다리고 있거나 이미 선발되어 유학을 떠나게 되고, 만약 해외 유학 대상자로 선발되지 않은 경우에 한하여 이직을 고려할 수 있으며, ③입사 7년차가 경과하면 해외 유학 중이거나 유학에서 복귀하여 의무적으로 근무를 해야 하는 기간 중에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입사 10년 차가 되면 전직 요인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적극적인 판사 지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또 판사 임용을 위한 법조재직연수의 상향이 법관 보수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퇴직 후 수령할 연금액에는 영향을 미쳐 이를 상당히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변호사 경력자 등의 판사 지원 저조와 임용인원 감소는 사법부의 재판부 구성의 어려움 등 여러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신임 법관들이 모두 10년의 법조경력자들로만 구성되는 2026년 이후 매년 약 85명의 신임법관 선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법관 임용에 더 큰 어려움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일반 합의 재판부를 구성하는 배석판사의 공석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여러 내용을 종합하면 법원조직법이 정하고 있는 10년 기준은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에 비추어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임법관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도, 판사 임용을 위한 10년의 법조재직연수에 대하여 부적절하다는 답변이 적절하다는 답변보다 많았다. 83%가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답변했고, 적절하다는 취지의 답변은 17%에 불과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법관대표들도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답변이 73.7%, 적절하다는 취지의 답변은 26.3%에 불과했다.

10년 기준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답변한 응답자들만을 대상으로 그 이유에 대해 질문한 결과, 신임법관과 법관대표 모두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자들은 각자의 직역에서 자리를 잡았으므로 법관으로 전직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법관으로 전직 필요성 낮음)'가 80%가 넘는 압도적 1위였고, '타 직역에서 10년 이상 근무할 경우 최소 30대 후반부터 40대 중반의 연령대에 속하게 되는데, 법관으로 임용되어 새롭게 판결 작성 등의 업무를 시작하기에는 해당 연령대가 너무 높다(높은 연령대 우려)'가 2위에 해당했다.

판사 임용에 적절한 법조재직연수는 몇 년일까. 위 응답자들만을 대상으로 본인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법조재직연수에 대하여 질문한 결과, 신임법관 중 67.7%, 법관대표 중 61.1%가 5년을 가장 적절하다고 선택했다.

김 연구위원은 "비교법적으로도 우리와 같이 최소 법조경력을 10년이나 요구하는 경우는 없거나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10년 기준은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측면이 있고, 신임법관 및 전국법관대표회의 법관대표들 중 압도적인 다수도 10년 기준에 대하여 부적절하다는 답변을 하였다"며 "또한 10년 기준은 연령 측면에서 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저해하여 법원 내에서 20대와 30대가 과소 대표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법조일원화 제도 도입 이후 전체 법관의 평균 연령은 꾸준히 상승하여 2019년 기준 42.9세이며, 2018년 이후 신규 임용 법관들의 평균 연령은 35세 전후, 평균 법조경력은 6년 이상의 범위에서 유지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현 시점에서 법원의 인사 및 재판 등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가장 적은 판사 임용에 필요한 최소 법조재직연수는 5년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물론 5년 기준 역시 잠정적인 결론일 뿐이며, 향후 1심의 단독심화가 강화되고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법원 및 법관상이 변화할 경우 위 기준은 얼마든지 상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