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IP Law] 주요 국가의 직무발명 제도
[리걸타임즈 IP Law] 주요 국가의 직무발명 제도
  • 기사출고 2021.03.09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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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 변호사 · 정인규 변리사]

직무발명 제도는 종업원의 연구개발 의욕을 높임으로써 기업의 기술축적과 이윤 창출을 유발하여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으나, 직무발명 관련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보상금 지급의무를 부담하게 될 우려도 있다. 또한 국가별로 직무발명 제도에 대한 입법 방식, 권리 귀속, 보상 의무 등에 대해 다양하게 규정하고 있으므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 국가들의 직무발명 제도에 대해서도 미리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아래에서는 우선 우리나라의 직무발명 제도를 간략히 살펴보고, 해외 주요 국가들의 직무발명 제도를 간략히 소개함으로써 비교법적 관점에서 실무상 고려할 필요가 있는 사항들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직무발명제도

우리나라의 직무발명 제도를 규율하는 발명진흥법은 '종업원, 법인의 임원 또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발명한 것이 성질상 사용자 · 법인 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범위에 속하고 그 발명을 하게 된 행위가 종업원 등의 현재 또는 과거의 직무에 속하는 발명'을 직무발명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종업원이 직무발명을 완성한 경우, 해당 발명에 대한 권리는 원시적으로 종업원에게 귀속되지만(소위 "발명자주의"), 종업원의 직무발명에 대하여 특허 등을 받을 수 있는 권리나 특허권 등을 미리 사용자에게 승계시키거나 사용자를 위하여 전용실시권을 설정하도록 하는 계약이나 근무규정을 마련해 두는 것이 가능하다.

◇박기범 변호사(좌) · 정인규 변리사
◇박기범 변호사(좌) · 정인규 변리사

또한 종업원은 직무발명을 완성한 경우 지체 없이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문서로 알려야 하며, 사용자가 일정 기간(4개월) 내에 그 발명에 대한 권리 승계 의사를 알린 때에는 위와 같은 계약이나 근무규정에 따라 그 때부터 그 발명에 대한 권리는 사용자에게 승계된 것으로 본다. 이때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를 사용자에게 양도한 종업원은 이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갖게 되고, 종업원이 받을 보상액은 직무발명에 의해 사용자가 얻을 이익과 그 발명의 완성에 사용자와 종업원이 공헌한 정도 등을 고려하여 결정된다.

사용자인 기업의 입장에서는 종업원과의 협의를 통해 미리 직무발명 관련 계약이나 근무규정을 마련해 두지 않으면, 추후 그 발명에 대한 권리의 승계를 주장할 수 없게 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특히 연구개발이 활발한 기업의 경우, 직무발명 제도를 숙지하고 관련 계약이나 근무규정을 정비해 두는 것이 요망된다고 할 것이다.

독일의 직무발명제도

독일의 제도는 일견 우리나라와 유사한 측면이 있으나, 우리나라의 발명진흥법에 대비되는 소위 "종업원발명법"은 종업원과 사용자의 권리 및 의무를 상당히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엄격하게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는 국가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독일 역시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가 원시적으로 종업원에게 귀속되고, 사용자가 권리 승계 의사를 밝힘으로써 그 권리가 사용자에게 승계되며, 사용자가 권리를 승계한 후 합리적인 보상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제도와 큰 틀에서는 차이가 없으나, 독일의 경우 사용자가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 승계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아도,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가 사용자에게 승계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사용자의 의무가 강화된 측면이 있는데, 예를 들면 사용자는 지체 없이 독일 국내 특허출원을 하여야 하고(종업원발명법 13조 1항), 외국 출원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종업원이 외국 출원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하며(종업원발명법 14조), 종업원에게 특허출원 서류 및 절차 진행정보를 제공하여야 하고(종업원발명법 15조), 출원 절차의 진행을 포기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종업원에게 알려주어야 하며, 종업원이 요구하면 해당 발명과 관련 서류들을 종업원에게 제공하여야 한다(종업원발명법 16조).

이와 같은 사용자의 의무들이 당사자 간의 별도 계약이나 종업원에 대한 추가 보상을 통해 일부 완화될 수는 있으나, 기본적으로 독일의 직무발명 제도는 사용자의 의무를 강화함으로써 종업원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는 편에 서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일본의 직무발명제도

일본은 과거 한국과 같은 발명자주의를 바탕으로 전체적으로 유사한 직무발명 제도를 운용해 왔다. 그러나 일본은 2015년 특허법 개정을 통해 계약이나 근무규칙에서 미리 정한 경우에는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가 사용자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되도록 명시함으로써 부분적 사용자주의로 전환하고 직무발명 권리 귀속에 대한 사적자치의 원칙을 채택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단 종업원에게 귀속된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를 사용자가 소정의 절차를 통해 승계해야 하는데 비하여, 현재 일본에서는 종업원과의 계약이나 근무규칙을 통해 사용자가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를 원시적으로 취득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즉, 일본에서는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가 원시적으로 사용자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계약에 명시해두는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구체적인 승계절차를 간략화하는 것도 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위와 같이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를 사용자에게 원시적으로 귀속시키는 규정을 두지 않는 경우에는 여전히 발명자주의에 따라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가 원칙적으로 종업원에게 귀속된다는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고, 일본 특허법 역시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를 사용자에게 승계한 종업원은 '상당한 금전 기타 경제상의 이익'을 받을 권리를 가지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직무발명제도

미국에는 직무발명에 대한 구체적인 법률이 제정되어 있지 않고, 직무발명 관련 사항은 기본적으로 종업원과의 개별 계약 또는 보통법(Common Law) 원칙에 의해 규율된다. 대부분의 고용계약에서는 종업원이 고용 기간 중에 발명을 한 경우, 발명에 대한 권리는 사용자에게 귀속되고, 종업원은 발명에 대한 권리를 사용자에게 양도해야 한다는 취지의 예약 승계 조항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보상 지급 여부는 사용자의 재량에 달려 있고, 기본 급여에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까지 모두 포함되도록 규정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별도의 계약이 없는 경우, 보통법 원칙이 적용되고, 종업원의 발명이 직무발명으로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는 해당 발명에 대한 소유권 귀속과 관계없이 사용자의 업무범위 내에서 무상의 통상실시권을 가지며, 종업원에게는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이 제공되어야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브라질의 직무발명제도

브라질은 다른 주요 국가들과 구별되는 다소 독특한 직무발명 제도를 갖고 있는 국가이다. 브라질에서는 직무발명을 크게 두 종류로 구분하는데, 연구개발을 위해 고용된 종업원에 의한 발명을 '서비스 발명(service invention)'으로, 연구개발 이외의 목적으로 고용된 종업원이 사용자의 설비, 자원 등을 이용하여 만든 발명을 '복합 발명(composite invention)'으로 구분하고 있다.

서비스 발명의 경우, 사용자가 완전히 100% 소유권을 가지고, 그에 대한 보상도 직원의 기본 급여로 충분한 것으로 간주되며, 추가 보상금은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복합 발명에 대해서는, 사용자와 종업원이 50:50의 지분으로 공동으로 소유하고, 사용자는 해당 발명에 대하여 종업원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여야 하는 한편 전용실시권을 가지게 된다.

네덜란드의 직무발명제도

네덜란드에서는 종업원의 업무가 발명을 완성하는 것에 속하는 경우가 아닌 경우, 발명을 하더라도 직무발명으로 간주되지 않고, 해당 발명의 소유권은 기본적으로 종업원에게 있으며, 회사가 이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해당 종업원과의 별도의 양도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즉, 종업원의 업무가 연구 · 기술개발에 관련된 것이어야만 직무발명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비해 직무발명의 인정범위가 좁은 것으로 보인다.

만약 종업원의 발명이 직무발명으로 인정되는 경우라면, 해당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은 종업원의 기본 급여에 포함된 것으로 간주되고,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이 종업원의 기본 급여로 충분하지 않다고 인정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사용자의 선택 혹은 종업원과의 계약을 통해 추가 보상이 제공될 수 있다.

이상 살펴 본 바와 같이, 세계 주요 국가들은 자신들의 상황에 맞추어 다양한 형태로 직무발명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독일과 우리나라가 종업원의 권익을 비교적 두텁게 보호하면서, 사용자와 종업원의 권리 · 의무관계를 구체적인 법률 규정을 통해 세세하게 규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미국은 종업원보다는 사용자의 입장을 좀 더 고려한 형태로 직무발명 제도를 운용하고 있고, 일본도 2015년 법 개정을 통해 보다 탄력적인 제도 운용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를 무대로 뛰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해외 법인에 대한 M&A, 해외 R&D 법인 설립 등을 통해 연구개발 분야에서의 해외 진출도 늘어나는 상황에서 직무발명에 관한 소유권 다툼, 보상금 청구소송, 종업원의 연구개발 의욕의 저하 등 예기치 않은 난관에 봉착하지 않기 위해서는 각국의 직무발명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적절히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해 나가는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 국내는 물론 해외연구소 등에서 직무발명이 어떻게 취급되고 있는지 잠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박기범 변호사 · 정인규 변리사(김앤장 법률사무소, kibeom.park@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