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허무인 앞으로 발기부전치료제 처방…의료법 위반 유죄"
[의료] "허무인 앞으로 발기부전치료제 처방…의료법 위반 유죄"
  • 기사출고 2021.03.02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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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처방전 작성 · 교부 상대방 동일해야"

의사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허무인 앞으로 처방전을 발급한 경우도 직접 진찰을 받은 환자에게 처방전을 교부해야 하는 의료법 위반 유죄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월 4일 실제 존재하지 않는 허무인 앞으로 발기부전치료제를 처방한 마취과 전문의 A씨에 대한 상고심(2020도13899)에서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의료법 위반 혐의를 인정,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무법인 린이 1심부터 A씨를 변호했다.

A씨는 2016년 4월 30일경 발기부전치료제인 전문의약품 200정을 허무인 환자 앞으로 처방전을 발급하여 제약회사 영업사원인 B씨에게 교부하는 등 같은해 7월 22일경까지 약 3달간 같은 방법으로 7회에 걸쳐 7장의 허무인 명의의 처방전을 B씨에게 발급해준 혐의(의료법 위반 · 약사법 위반)로 B씨와 함께 기소됐다. B씨는 지인이나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발기부전치료제를 판매할 목적으로 A씨로부터 처방전을 발급받아, 이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약국에 제출하여 해당 약품 총 1,361정을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실제 존재하는 사람이 아닌 허무인에 대하여 처방전을 작성하여 제3자에게 건네주는 행위는 의료법 규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약사법 위반 방조 혐의에 대해서도, "B가 A에게 처방전 발급을 요청할 당시 A에게 이를 이용하여 의약품을 판매할 예정이라는 점을 알렸다거나 A가 이를 알았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보이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B는 약사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어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다. 약사법 44조 1항은 '약국개설자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A씨의 의료법 위반 혐의를 인정,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자 A씨가 상고했다. A씨에게 적용된 의료법 조항은 구 의료법 17조 1항(현행법 17조의 2 1항)으로,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 등이 아니면 처방전 등을 작성하여 환자 등에게 교부하거나 발송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처방전은 어디까지나 처방전에 환자로 기재된 진찰 대상자(작성 상대방)에게 교부하여야 하는 것인바, 결국 의료법 원칙상 처방전의 ①작성 상대방과 ②교부 상대방이 동일할 것이 요구된다"며 "즉 구 의료법 제17조의 진찰의 대상이 되는 환자는 처방전의 ①작성 상대방+②교부 상대방의 성격을 모두 가지는 자인 이상, 구 의료법 제17조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의사로서는 ①처방전에 환자로 기재되는 작성 상대방으로서의 환자와 ②교부 상대방인 환자를 모두 직접 진찰하여야 하는 것이고, 그러한 진찰이 전제되지 않은 채 처방전을 발급한 이상 교부의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불문하고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을 위반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①실재하는 사람이 아닌 허무인을 처방전에 환자로 기재하였고, ②처방전에 기재된 환자가 아닌 B에게 처방전을 교부하였다"고 지적하고, "의료법 일반 원리에 따라 처방전의 ①작성 상대방과 ②교부 상대방이 동일할 것이 요구됨에도, 피고인이 처방전에 환자로 기재된 자가 아닌 자에게 처방전을 교부하여 ①작성 상대방과 ②교부 상대방이 달라진데다가 처방전 발급 및 교부의 전제가 되는 진찰행위 자체가 없었던 이상, 처방전에 기재된 환자가 실재하지 않는 허무인이라고 하여 달리 평가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결국 피고인이 구 의료법 17조 1항을 위반하여 진찰하지 않은 환자에게 처방전을 작성 · 교부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의사 등이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에 따라 직접 진찰하여야 할 환자를 진찰하지 않은 채 그 환자를 대상자로 표시하여 진단서 · 증명서 또는 처방전을 작성 · 교부하였다면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을 위반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는 환자가 실제 존재하지 않는 허무인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