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판결 경정으로 유죄 부분 무죄로 변경 위법"
[형사] "판결 경정으로 유죄 부분 무죄로 변경 위법"
  • 기사출고 2021.02.1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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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경정의 범위 벗어나"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 경정의 방식으로, 1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부분을 무죄로 변경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판결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경정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월 28일 위증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2017도18536)에서 이같이 판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씨는 2016년 5월 12일 오후 4시 30분쯤 서울중앙지법 법정에서 B씨에 대한 특가법 위반(운전자 폭행 등) 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하여 선서를 한 다음 '택시 외부에서 B씨가 피해자를 폭행하였는지'를 묻는 변호사의 질문에 대하여 '피고인(B) 일행이 다른 택시에 탑승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만류하는 행위와 피고인 일행의 이를 뿌리치는 행위가 있었을 뿐 폭행행위는 없었다'는 취지로 증언하였고, 'B씨와 택시 운전석에 앉아 있는 피해자와 사이에 폭행을 비롯한 신체적 접촉이 없었는지' 묻는 검사의 질문에 대하여 '신체적 접촉이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A씨가 B씨의 폭행 사실을 모두 목격하고도 허위의 증언을 했다며 A씨를 위증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에 A씨가 사실오인,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주장하며 항소하였고,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 질문에 대한 답변(제2 증언)은 피고인의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진술로 인정할 수 있으나, 변호사 질문에 대한 답변(제1 증언) 부분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판결 이유 말미에 '1심판결문의 범죄사실란에서 제1 증언 부분을 삭제하되, 제1 증언 부분에 대한 이유무죄 판단을 추가하는 것으로 직권 경정한다'는 취지로 기재하면서, 주문란에는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고만 기재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이같은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법원은 '재판서에 잘못된 계산이나 기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잘못이 있음이 분명한 때'에는 경정결정을 통하여 위와 같은 재판서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으나(형사소송규칙 제25조 제1항), 이미 선고된 판결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위 규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경정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경정결정은 이를 주문에 기재하여야 하고, 판결 이유에만 기재한 경우 경정결정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제1심판결의 이유 중 제1 증언 관련 범죄사실을 삭제하고 이에 대한 이유무죄 판단을 추가하는 것으로 경정하는 것은 이미 선고된 제1심판결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것으로서 경정의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원심이 판결 이유에서 직권으로 경정결정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주문에 이를 기재하지 아니한 이상 경정결정으로서 효력도 생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 결과 원심판결에는 판결 이유에서 '피고인의 제1 증언 부분에 대한 항소이유를 받아들인다'는 취지로 판단하면서도, 주문란에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기재한 것으로 되어, 판결의 이유와 주문이 서로 저촉모순되게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는 경정의 허용범위와 방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이유모순의 잘못을 저질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