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소정근로시간 단축 택시회사 임금협정 유효"
[노동] "소정근로시간 단축 택시회사 임금협정 유효"
  • 기사출고 2021.02.1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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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지법] "택시요금 인상 등 감안하면 근무형태 · 운행시간 무변경 단정 곤란"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 즉 초과운송수입금을 제외한 개정 최저임금법 6조 5항(특례조항)이 시행된 후 약 7∼8년이 지난 뒤 택시회사가 근로자대표와 임금협정을 체결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했더라도 유효하다는 하급심 판결이 나왔다. 특례조항의 적용에 따라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게 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2019년 4월 18일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6다2451)을 사실상 배척한 의미 있는 판결이다. 전국적으로 수백건의 비슷한 사건이 계류 중인 가운데 다른 택시회사의 임금협정 개정과 관련해서도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 전원합의체 판결 사실상 배척

사안은 서울지역의 택시회사인 J상운 사건이다. 최 모씨 등 J상운에 각각 2011∼2018년 입사해 2018∼2019년 퇴사한 J상운의 전 택시기사 6명은 "회사와 근로자대표 사이에 체결된 2016년도와 2017년도 각 임금협정은 최저임금법 특례조항을 잠탈할 의도로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한 것으로서 무효"라며 2019년 7월 회사를 상대로 소정근로시간을 실질적인 근로시간인 '1일 8시간' 또는 각 임금협정 이전에 체결된 2009년도 임금협정에서 정한 '1일 6시간 40분'을 기준으로 각 산정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과 퇴직금 합계 6,600여만원의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2019가단134448)을 냈다.

최씨 등은 J상운에서 택시기사로 근무하면서, 택시를 운영하여 얻은 수입에서 일정액만 사납금 명목으로 회사에 납부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초과운송수입금)을 자신이 갖는 한편 회사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이른바 정액사납금제 형태의 임금을 지급받았다. 그러나 2008. 3. 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6조 5항이 2009년 7월 1일부터 J상운이 있는 서울 지역에 시행되어, 택시운전근로자의 경우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 즉 초과운송수입금이 제외되었다. 회사가 지급하는 고정급만으로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가리게 된 것. 이어 법 개정 후 7년 6개월이 지난 2016년 1월 J상운과 근로자대표 사이에 체결된 임금협정에서 소정근로시간을 '1일 6시간'으로, 2017년 11월 체결된 임금협정에서 소정근로시간을 '1일 5시간 30분'으로 각 변경하자 택시기사들이 소송을 낸 것이다. 2016년 임금협정이 개정되기까지 적용된 2009년 7월 체결된 J상운의 임금협정에선 소정근로시간을 '1일 6시간 40분'으로 정하고 있었다.

사안의 쟁점은 2016년, 2017년 임금협정의 유효 여부. 앞에서 소개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6다2451)은 "헌법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상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며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택시운전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설시하고 있어 이 대법원 판결에의 저촉 여부 또한 주요한 대목이었다.

서울북부지법 노연주 판사는 그러나 2월 10일 "이 사건에 있어서 각 임금협정에서의 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특례조항의 적용에 따라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게 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것으로서 무효라는 점은 원고들이 이를 주장 · 입증하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 사건 각 임금협정에서의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특례조항의 적용에 따라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게 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노 판사는 먼저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 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며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노 판사는 이어 "각 임금협정은 피고 회사가 소재한 서울 지역에서 특례조항이 시행된 2009. 7. 1. 부터 약 7∼8년이 경과한 2016. 1. 25. 및 2017. 11. 21.에 이르러서야 체결된 것인바, 각 임금협정에 따른 소정근로시간의 단축과 특례조항 시행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다"고 지적하고, "그 동안 서울 지역 택시요금은 중형택시의 경우 2009. 6. 1. 기본요금이 1,900원에서 2,400원으로 약 26% 인상된 후 2013. 10. 12. 기본요금이 3,000원으로 25% 재인상되고 할증요금의 변경 거리와 시간이 144m당 100원에서 142m당 100원으로 단축된 반면, 피고 회사의 사납금은 적어도 2009. 7. 1.부터 2014. 9.경까지 1일 104,000원으로 유지되어 위 기간 동안 인상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는바, 위와 같이 택시요금이 인상된 이후에는 일응 택시운전근로자들이 종전과 동일한 시간을 근로하더라도 종전보다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그렇다면 그와 같은 사정변경이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 판사에 따르면, 같은 취지에서 서울시도 택시기본요금이 2019년 2월 3,800원으로 약 26% 인상된 후 택시운전근로자의 1일 평균 운송수입이 20,912원 증가하고 1일 평균 영업건수가 2.9건 감소하였다는 취지의 조사결과를 밝힌 바 있다. 

노 판사는 "그런데 원고들은 2009년도 임금협정 체결시부터 이 사건 각 임금협정 체결시까지 원고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변경이 없었다는 취지로만 주장할 뿐, 위와 같은 택시요금의 인상 등의 사정변경에도 불구하고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이 실질적으로 변경되지 않았다는 점에 관하여 구체적인 주장 · 입증을 하지 않고 있다"며 "원고들은 사납금을 납부하기 위해서는 1일 8시간 이상을 근로하여야 하고 실제로 1일 8시간 이상을 근로하고 있으므로 2009년도 임금협정 체결시부터 이 사건 각 임금협정 체결시까지 원고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이 실질적으로 변경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듯도 하나, 가사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이 1일 8시간을 초과한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위와 같은 택시요금 인상 등의 사정변경이 일응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이상, 이 사건 각 임금협정에서의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실제 근로시간에 현저히 미달하여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러 무효가 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이 1일 8시간을 초과한다는 사정은 이 사건 임금협정에서의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노 판사는 "피고 회사의 사납금이 2014. 9.경 130,000원, 2017. 12. 1. 137,500원으로 각 인상되기는 하였으나, 그로 인하여 원고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이 2009년도 임금협정 당시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과 실질적으로 동일 또는 유사하게 되는 등으로 위와 같은 택시요금 인상 등의 사정변경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실질적인 변경이 없게 되었다는 점 등에 관한 원고들의 주장 · 입증이 없는 이상, 사납금 인상 사실만으로는 2009년도 임금협정 체결시부터 이 사건 각 임금협정 체결시까지 사이에 원고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실질적인 변경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피고 택시회사를 대리한 법무법인 소망의 오승원 변호사는 "기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지난 10여년간 근로시간이나 형태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을 전제로 하였으나, 이는 현실을 무시한 비현실적인 가정이자 택시요금 인상으로 인한 근로시간과 근로형태의 변화를 간과한 것"이라며 "비록 1심 판결이지만 상급심에서 확정되면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실질적으로 변경되거나 적용범위가 대폭 축소되어 그 부당함이 상당히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