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까다로운 재임용기준 마련 후 자의적 기준으로 탈락자 선별 구제…재임용 거부 무효 · 손해배상 해야"
[민사] "까다로운 재임용기준 마련 후 자의적 기준으로 탈락자 선별 구제…재임용 거부 무효 · 손해배상 해야"
  • 기사출고 2021.02.15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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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객관적 정당성 상실"

계약직 교수의 재임용기준을 까다롭게 설정한 후 자의적인 기준으로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수들을 선별 구제해 온 수원대가 재임용 무효는 물론 교수들에게 손해배상을 하게 되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월 10일 재임용이 거부된 수원대 장 모, 손 모 교수가 대학 측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5다254231)에서 원고들의 상고를 받아들여 "재임용 거부는 무효이며, 수원대는 원고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장 교수와 손 교수는 2005년 3월경부터 매년 수원대와 교원임용약정서를 작성하고 교수로 재직해왔으나, 수원대의 재임용기준이 까다로워 매년 적지 않은 수의 교원들이 재임용 기준에 미달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2013년 10월 내국인교원 72명이 재임용을 신청했으나, 두 교수를 포함해 21명(29.2%)이 재임용기준에 미달되었고, 외국인교원 74명 중에선 절반이 넘는 40명(54.1%)이 재임용기준에 미달되었다. 

수원대 교원인사위원회는 재임용기준에 미달한 21명의 내국인교원 중에서, 신규임용 후 1년차인 교원은 8개월간의 업적으로 평가되었다는 이유로, 간호학과 소속 교원은 학과가 새로 생겨 정착을 위해 노력한다는 이유로, 학장 등 보직을 맡은 교원은 학교발전에 공헌했다는 이유로, 또 다른 교원은 휴직을 하여 업적평가 준비를 못하였다거나 또는 총점 기준을 통과하였으나 현재 논문이 심사 중이고 다수의 논문발표 등 연구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하였다는 이유 등으로 총 14명의 교원을 추가로 재임용 대상에 포함하기로 하였고, 그 결과 원고들을 포함한 7명의 교원 만이 재임용 제청 탈락 대상자로 남게 되었다. 이후 수원대 이사회가 '대학이 운영하는 교원업적평가제도 개선 프로젝트 팀에 참여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재임용 탈락이 제청된 7명의 교원들 중 3명을 다시 재임용하기로 심의 · 의결, 최종적으로 원고들을 포함한 4명만이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이에 원고들이 재임용거부처분의 무효 확인과 임금 등의 재산적 손해배상, 위자료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재임용거부처분은 재임용심사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일부 기준이 합리성을 잃었으므로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여 무효"라고 판단했으나, 재임용거부처분이 대학 측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까지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재산적 손해배상청구와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피고 법인은 통상의 경우와 같이 일부의 자격 미달자를 재임용심사 절차를 통해 배제한 것이 아니라, 객관성과 합리성이 결여되어 해당 대학의 연구 내지 교육여건 등을 감안할 때 다수의 교원들이 현실적으로 재임용 심사를 통과하기 곤란할 만큼 엄격한 평가기준을 설정한 다음 일차적으로 탈락된 교원들 중 상당수를 구제하거나 신규 채용하는 방식으로 최종 재임용 탈락자를 선정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그런데 피고 법인은 다수의 기준 미달자 중에서 재임용 대상자 등을 선정할 기준에 대해서는 사전에 어떠한 내용이나 원칙도 정해두지 않았고, 이는 학칙이 정한 객관적인 사유에 근거하여 교원의 재임용 여부를 심의하도록 한 사립학교법 제53조의2 제7항 전문의 규정과 그 입법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 법인이 심사기준에 미달한 교원들 중에서 재임용 대상자를 선정할 기준으로 삼은 '학교가 운영하는 프로젝트 팀에의 참여한 교원' 등은 학교법인이 그 참여대상의 선정이나 활동 등에 관여하게 되므로 이를 이유로 재임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학교법인이 자의적으로 재임용 대상을 선정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고, 일부 기준이 그 자체로는 합리성이 없거나 부당해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전에 그 기준의 내용이나 원칙을 전혀 정하지 아니한 채 이루어진 심의 결과가 사후적으로 보았을 때 외관상 합리적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그 객관적 정당성이 상실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사실상 학교법인의 자의적 심사를 용인하는 셈이 되어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이와 같이 피고 법인이 객관성과 합리성이 결여되어 다수의 교원들이 현실적으로 재임용심사를 통과하기 곤란할 만큼 엄격한 재임용 평가기준을 설정한 다음 자의적인 기준으로 다수의 기준 미달자 중 상당수를 구제하거나 신규 채용하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재임용 심사절차를 진행하면서 원고들에 대하여 재임용거부처분을 한 것은 그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피고 법인은 2013년 이전에도 매년 적지 않은 수의 교원들이 재임용 기준에 미달하는 상황이 발생하였으나 기준에 미달한 교원들을 전원 구제하여 왔고, 이 사건 재임용거부처분 전까지 업적평가점수 미달을 이유로 재임용거부를 한 사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 역시 업적평가점수가 재임용 기준에 미달된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계속하여 재임용되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