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신호기 없는 횡단보도에 먼저 진입한 택시에 보행자 충돌했어도 택시 기사 처벌 대상"
[교통] "신호기 없는 횡단보도에 먼저 진입한 택시에 보행자 충돌했어도 택시 기사 처벌 대상"
  • 기사출고 2021.01.1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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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진입 선후 불문 일시정지 등 조치 취해야"

신호기가 없는 횡단보도에 택시가 먼저 진입하고 이후 보행자가 들어와 충돌사고가 났더라도 처벌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19년 4월 4일 오후 8시 45분쯤 쏘나타 택시를 운전하여 서울 송파구에 있는 도로에서 우회전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B(당시 7세) 군의 오른쪽 다리를 택시 앞부분으로 들이받아, 전치 약 2주의 고관절 근육 손상 등을 입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의 택시가 횡단보도에 진입할 당시에는 피해자가 보이지 않다가 택시가 횡단보도에 들어선 순간 피해자가 횡단보도 내로 진입하여 택시 오른쪽 범퍼에 오른쪽 다리를 부딪쳤다. 택시의 진행방향 왼쪽에는 주차된 차량이 있어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고, 이 횡단보도에는 차량용 신호기, 보행등과 차량보조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A씨가 운전한 택시는 택시공제조합에 가입되어 있었으나, 검찰은 교통사고 형사처벌 특례의 예외 중 하나인,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3조 2항 단서 6호가 정한 '도로교통법 27조 1항에 따른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아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도로교통법 27조 1항은 "모든 차의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에는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아니하도록 그 횡단보도 앞(정지선이 설치되어 있는 곳에서는 그 정지선을 말한다)에서 일시정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사고현장인 횡단보도 등에 신호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진입하지 아니한 이 사건의 경우까지 진입 선후를 불문한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공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교통사고 현장의 횡단보도는 보행신호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언제든지 보행자가 횡단할 수 있는 곳이었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횡단보도를 횡단하는 보행자가 있는지를 확인한 후 보행자의 통행이 방해되지 아니하도록 차량을 운행하였어야 할 것인 점, 당시 양쪽으로 주차된 차량으로 인하여 횡단보도의 진입부분에 보행자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차량을 일시정지하여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보행자가 없는 것을 확인하거나 보행자를 발견하면 즉시 정차할 수 있도록 차량의 속도를 더욱 줄여 진행하였어야 할 것인 점, 피고인은 피해자를 충격할 때까지 일시정지하거나 차량의 속도를 줄이지는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에서 정한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1심을 깨고 사건을 1심으로 되돌려보낸다고 판결하자 A씨가 상고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2월 24일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를 위반했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2020도8675).

대법원은 "횡단보행자용 신호기가 설치되지 않은 횡단보도를 횡단하는 보행자가 있을 경우에, 모든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는, 그대로 진행하더라도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지 않거나 통행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횡단보도에 차가 먼저 진입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차를 일시정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보행자의 통행이 방해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하고, "만일 이를 위반하여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6호의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행의무를 위반하여 운전한 경우'에 해당하여 보험 또는 공제 가입 여부나 처벌에 관한 피해자의 의사를 묻지 않고 같은 법 제3조 제1항에 의한 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