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산후우울증에 생후 13일 된 딸 안고 투신한 베트남 엄마, 심신미약 인정
[형사] 산후우울증에 생후 13일 된 딸 안고 투신한 베트남 엄마, 심신미약 인정
  • 기사출고 2021.01.0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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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법] "순간적으로 자제력 잃고 범행"

산후우울증을 앓다가 생후 13일 된 딸을 안은 채 8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아기를 숨지게 한 베트남 국적의 엄마에게 심신미약이 인정되어 징역 3년이 선고됐다.

한국 남자와 혼인한 베트남 여성 A(25)씨는 2020년 1월 2일 오후 6시 50분쯤 경남 김해시에 있는 아파트 8층에서 '나는 진짜 쓸모없는 사람이다. 남편은 좋은 사람인데, 나는 못된 사람이다. 엄마 역할을 못한다면 그냥 죽지 살아서 뭐해. 모두에게 미안하다 안녕'이라는 메모를 작성한 다음 안방에 누워 있던 태어난 지 13일 된 딸을 안고 베란다 밑으로 뛰어내려 아기를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기소됐다. 

2019년 12월 말 딸을 출산한 뒤 친척 등 주변의 도움 없이 아기를 키우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산후우울증 등에 시달린 A씨는, 급기야 남편에게 아기를 죽이고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고 암시하는 듯한 말을 하여 범행 당일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당시 병원에서는 A씨에 대해 극단적 선택의 위험이 있어 입원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으나, 통역인이 없어 입원 치료의 효과가 낮고 아기를 돌봐야 하는 등의 사정 등을 감안해 항우울제를 처방해주고 남편에게 부인을 혼자 두지 말고 살펴보라고 주의를 주었다. 

A씨는 재판에서 "범행 당시 산후우울증으로 인한 심신미약 내지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으며, 범행 이후에도 상당 기간 동안 우울, 섬망, 수면 전 환시증상 등의 정신병적 증상에 시달렸고, 딸을 안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행동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창원지법 형사2부(재판장 이정현 부장판사)는 1월 7일 "피고인은 범행 당시 산후우울증으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심신미약을 인정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2020고합147). 심신상실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형법 10조에 따르면, 심신미약의 경우 형을 감경할 수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출산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로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었는데, 피고인의 모친과 조모는 육아에 도움을 주지 않은 채 힘들어하는 피고인을 책망하였고 외국인인 피고인은 사회적인 유대관계도 미약하여 남편 외에는 정신적으로 의지할 곳이 없는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자제력을 잃고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은 자신의 손으로 어린 딸의 생명을 앗아갔다는 죄책감과 후회 속에서 남은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사정들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A씨도 후각을 상실하는 장애를 입었고, 허벅지에 철심을 삽입하였으나 향후 보행장애가 남을 것으로 보인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