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인진섭 판사는 12월 3일 은행을 통하지 않고 해외송금이 가능한 가상화폐에 투자하라고 속여 피해자들로부터 17억여원을 편취한 혐의(사기)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2020고단4017). 다만, 함께 기소된 B씨 등 4명에 대해서는 "공모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18년 1월 초순경 서울 강남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피해자에게 '은행 수수료 없이 해외로 송금할 수 있는 가상화폐 'C코인'을 개발 중이니 이에 투자하라'는 취지로 거짓말하여 1억원을 송금받는 등 2019년 5월 30일경까지 B씨 등을 통해 49회에 걸쳐 피해자들로부터 17억 1,590만원을 송금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B씨 등 4명에게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텔레그램 등을 이용해 '①스위스 주크(Zug)주에 설립한 회사에서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국제송금 시스템을 개발하였는데, 암호화폐와 실물 화폐간 환전 매개체로 사용될 C코인을 통해 은행을 통하지 않고서도 국내 송금 뿐 아니라 해외송금과 환전서비스가 가능하고 그 외 대출 등의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②중국 은행과 실시간 국제 송금 네트워크 기술과 시스템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였고 필리핀 정부와 C코인 거래소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였으며, ③영국 가상통화 전문은행에 비트코인을 예치하면 C코인으로 이자를 받을 수 있으며, ④스위스 회사와 한국의 안면 인식 시스템 전문기업이 함께 안면 인식 시스템이 탑재된 암호화폐 전자지갑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여 시험 테스트 중이다'는 취지로 C코인을 홍보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스위스에 설립한 회사는 블록체인과 관련한 기술을 개발할 인력이 없었고, C코인은 스위스가 아닌 경북 경산에 있는 업체를 통해 개발한 것으로 해외송금 기능이 구현되어 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은행과 연계하지 않고 해외로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는 사실상 단기간 내에 구현이 불가능했다. 또 중국 은행 등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이후 아무런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으며, 영국 가상통화 전문은행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은행이었다.
인 판사는 "이 범행은 피고인이 개발하는 가상화폐가 해외송금 기능 등을 구현할 수 있어 기존의 가상화폐와 차별화됨으로써 고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것처럼 현혹하여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하였을 뿐만 아니라 범죄사실에 기재된 피해금액만 하더라도 합계 17억원을 초과하고 있고, 실제 피해금액은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보이는바, 범행 수법과 편취금액 등에 비추어 그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인 판사는 그러나 B씨 등에 대해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C코인 사업의 진행 상황 및 해외송금 기능 등이 허위임을 인식한 상태에서 A 등과 공모하여 사기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 대하여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게 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